거래소 지주화 결국 '물거품'…또 하나의 창조경제 헛발질

아시아경제 2017/03/21 10:28:05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결국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거래소가 창조경제를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였지만 헛발질로 끝나는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21일 “(오는 22~23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법안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선 이후에 원점에 놓고 다시 살펴봐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정무위원장인 이진복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지주회사 아래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파생상품 등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정당 간 절충을 시도했으나 더민주 측의 요구로 논의가 유보된 바 있다.

이 의원은 “거래소를 쪼개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고, 코스닥 시장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각론으로는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으로 명시할지 여부에 대한 논란 등 당 내 의견들이 복잡해서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에 본사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 분야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에는 사실상 동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금융위는 2015년 7월에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내놓으면서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 개혁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기능을 강화해 첨단 기술 기업의 자금 조달과 회수 기회를 확대하고 투자와 회수, 재투자의 자금 선순환을 확보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거래소노동조합은 “박근혜 정권 들어 조성된 막대한 창조경제 자금(성장사다리펀드 6조원 등)을 손쉽게 회수하기 위해 ‘묻지마 상장’으로 증시에 거품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의 국정농단 연루 의혹도 법안 논의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거래소 이사장으로 갈 때는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이사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임 당시 최순실씨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KEB하나은행 이상화 본부장의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특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에서는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법안을 논의하면서 “국정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부분 역시 시정되고 필요한 조치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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