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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금융권 취업문 뚫어라" 행사 시작전부터 장사진
2017/09/13  16:51:11  매일경제

"새벽부터 기차타고 올라왔는데도 현장면접은 못볼 것 같네요."13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여 모씨(24)는 아쉬움에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다. 53개 금융회사들이 함께 참여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은행권의 블라인드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대구에서 첫 차는 타고 올라왔지만 이미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여씨는 "서울에 오전 9시 30분께 도착했지만 벌써 200명 넘는 구직자가 각 은행들의 현장면접 참석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면서 "금융권 취업이 어렵다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이날 DDP 알림1관 입구는 박람회 시작 1시간전인 오전 9시께부터 정장차림의 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자 준비해온 2분 자기소개를 되뇌이거나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고치고 표정을 푸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있었다.

이들은 '청년희망 실현을 위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여씨처럼 전국에서 몰려온 구직자들이다. 올해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가 주최하고, 53개 금융사가 모였다. 역대 최대 규모 취업박람회로 알려지면서 시작 전부터 취업준비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은 이번 박람회에서 현장면접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현장 서류전형 통과자에게 하반기 공채 시 서류면제라는 합격 혜택을 부여해 구직자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오후 3시 기준) 현장을 찾은 인원은 약 7000명이다. 오전 일정을 끝내고 오후에 방문하는 구직자까지 감안하면 약 1000여 명이 더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면접 대기자만해도 13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오전 5시 50분에 이 곳을 도착했다는 지원자는 "금융권에서 서류 통과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면서 "오늘 현장면접에서 좋은 결과가 있다면 서류 통과가 수월해지니 새벽부터 와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현장 면접을 막 끝내고 나온 권 모씨(25·여)는 "오전 8시에 도착해서 다행히 현장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5분 내외로 짧게 진행되긴 했지만 일대일 면접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하반기 인재상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권씨는 대기할 때도 진행을 도와주는 은행 직원들의 인상이나 조언들을 통해 지원하는 조직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면서 만약 채용 박람회에 오지 않았다면 알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면접 외에도 53개 금융 회사들은 따로 마련한 부스에서 원서접수, 전형 절차를 안내하고 구직자들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2년째 금융 공기업을 준비 중인 장창훈씨(28·남)는 "블라인드 면접이 올해부터 대폭 확대되면서 정확한 정보와 채용 변화를 알기위해 이 곳을 찾았다"며 "인사 담당자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살아있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인사 채용 방향에 대해 솔직한 얘기도 들을 수 있어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벌, 공인 영어 성적이나 자격증 등 정량스펙을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에서 어떤 전략으로 승부를 봐야할 지 직접 인사 담당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장씨는 "토익(TOEIC), 토익스피킹 같은 공인영어성적 기재가 없어지면서 혹시나 영어 면접 전형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이 곳에 와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채용박람회는 초대졸·대졸 취준생외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고졸특별 전형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같은 학교 친구 10여명과 단체로 왔다는 김희원 양(대동세무고 회계학과 3학년)은 "지난 상반기에 학교 친구가 비슷한 채용박람회를 다녀오고 난 후 취업에 성공해 이번 하반기 박람회에 꼭 오고 싶었다"면서 "더구나 고졸 채용 전형은 (일반공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오늘 많이 물어보고 지원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도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왔다는 이 모군도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사실 정보가 부족했는데 여러 기업부스를 돌아다니면서 고졸 채용에 대한 회사별 상황이나 앞으로 배우게될 실무 업무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학교를 빠지고 온 보람이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 금융권 채용박람회였지만 단 하루에 불과한 일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높았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동안 열리기 때문에 수업이 있는 학생들이나 지방 구직자들에게는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

수업을 포기하고 왔다는 대학생 김 모씨(26·남)는 "다행히 담당 교수의 양해를 얻어 수업을 하루 빠지고 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은 출석과 학점 문제때문에 결국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대신 받아온 질문용지를 손에 쥐고는 "여기 있는 질문을 모두 해결해서 나중에 공유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다녀야 할 것 같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지방 구직자들에게도 '큰 맘을 먹어야 올 수 있는 곳'이다.

전날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김태우 씨(26·남)는 "새벽 기차를 타면 늦을 것 같아 미리 올라와서 인근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부터 이곳에 왔다"면서 "안그래도 취업 스터디나 자소서 특강 등이 수도권 지역에 몰렸는데 취업 박람회 마저 서울에서 밖에 안열려 지방 지원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두 배 이상 써서 찾아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1300여 명이 현장 면접 기회를 얻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대기했지만 이들을 위한 주최측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취준생들을 2시간이 넘게 기다려도 언제쯤 시작하고 들어갈 수 있는 지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한 채 기약없이 서 있어야 했다. 또한 정장과 구두 등 불편한 복장에도 별도의 대기 장소가 없어 복도에 방치되면서 맨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은 지원자들도 더러 있었다.

신한은행 인사채용 담당자는 "금융권들이 일반적으로 상반기 공채가 없고 하반기에 채용이 집중되기 때문에 구직자들이 더 많이 몰린 것 같다"면서 "면접관들도 교대로 근무하고 점심시간도 빼서 최대한 많은 지원자들이 면접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면접을 실시하는 6개 은행사는 이날 최대 300여명 구직자에게 면접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람회에 참여한 53개 금융회사는 올 하반기 4817명(잠정, 공채·수시채용)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에 680명 확대했다. 전체 금융권에서는 6600여 명을 뽑는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청년 실업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늘렸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영업규제 및 진입규제 개선 등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영업규제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위원장은 "고용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 지역인재 등에 대한 문호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앞으로 관계부처와 협조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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