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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한류가 만들어낸 기적
2017/12/07  17:31:08  매일경제

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아이돌 문외한이다. 한때는 H.O.T., 소녀시대 춤까진 아니어도 노래는 따라 불렀지만 그 후로 쏟아져 나온 아이돌 그룹들은 더 이상 업데이트가 안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열 명 안팎이나 되는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유닛으로 삼삼오오 분리·합체를 일삼아 각 멤버들이 어느 그룹 소속인지를 구분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수포자'(수능포기자)가 아니라 아이돌 포기자 '아포자'인 셈이다.

그런 필자에게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보도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아이돌들 노래를 떼창하는 모습을 본 적은 있었지만 막상 옆자리에 앉은 20·30대 외국인 여성들이 목이 터져라 한국 가수들 이름을 연호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니 '이게 실화인가' 싶었다. 말로만 듣던 한류의 위세를 고스란히 목도한 현장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주최 측 추산 1만4000여 명에 달한 이날 관객들은 홍콩을 비롯해 중국, 일본, 기타 주변 동남아 국가는 물론이고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었는데 행사 전체가 한국말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통역도 없다. 덕분에, 마치 서울 잠실경기장이나 고척돔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불현듯 2002년 월드컵 당시 경험이 떠올랐다. 영국 유학 중이던 나는 기숙사에서 영국 학생들과 월드컵 경기를 봤다. 전 국민이 열혈 축구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영국의 방송에서는 집중적으로 월드컵 경기를 중계했지만, 예선 탈락 1순위였던 한국은 관심 밖이었다. 한국은 조예선에서 폴란드, 미국과 차례로 붙었고 방송캐스터는 경기 내내 폴란드, 미국 선수들 이름을 불러가며 중계한 반면 한국 선수들 이름은 백넘버로 불렀다. 이를테면 "한국 선수 3번이 공을 패스해 11번이 받았습니다" 이런 식이었다. 우선적으로 탈락할 텐데 한국 선수 이름을 외우는 것은 고사하고 어렵게 읽을 필요도 없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변이 일어났고 한국은 포르투갈까지 물리치며 본선에 진출했다. 그때부터 영국 방송의 경기 중계가 달라졌다. 캐스터들은 서툰 발음으로 "팍지생(박지성), 킴나밀(김남일)…" 이름을 불러가며 열성으로 중계했다. 심지어 이탈리아를 상대로 후반전 골든골을 성공시킨 안정환이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세리머니를 하자 그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전 이후 놀란 영국 캐스터들이 밤새 한국 선수들 이름을 외우고 연구에 들어갔음에 틀림없었다. 월드컵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경제 규모로는 세계 10위권임에도 6·25전쟁이나 북한 이슈 말고는 글로벌 메인스트림에서 비켜나 있던 변방의 한국이 월드컵을 통해 세계 주류 무대에 우뚝 선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홍콩 MAMA에서 또 한 번 기적을 목도했다. 한류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이 한국 문화는 물론 낯선 한글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벽안의 외국인들이 한국 팬들이 하듯이 자신의 아이돌 스타들에게 우리말로 '애교를 보여 달라'고 주문해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들이 그야말로 한국 문화는 물론 한글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에 수백 개 한국어학당, 한국문화원을 지어도 이루기 쉽지 않은 '열 일'을 아이돌 그룹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접목한 한류가 다시 거세게 세계를 휩쓸고,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AI 연예인을 만드는 야심 찬 프로젝트로 AI와 접목한 한류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기적을 만들어내기까지 무수한 노력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2010년부터 해외로 진출해 한류 전파에 앞장서온 MAMA나 글로벌 한류 페스티벌인 KCON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 노력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 한류, K팝 한류, 중국 한류를 넘어 IT와 결합한 한류4.0을 앞둔 지금, 정부도 규제를 풀고 지원을 통해 한류 기업들이 날개를 달아 한류 열풍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기 바란다.

[김주영 문화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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