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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난독 사회
2018/10/12  00:04:18  매일경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말이건 영상이건 뭐든지 줄이고 보는 게 요즘 스타일이다. 지난해 한 편의점에서는 'ㅇㄱㄹㅇ ㅂㅂㅂㄱ'이라는 케이크를 출시해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름하여 '이거레알 반박불가'로 초성만 따다 제품명을 지었다고 한다. '글자만' 읽을 줄 알았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難讀)'이 생겼다더니 '초성어(초성으로 줄임말)' 앞에서는 내가 눈뜬장님이오, 그야말로 '난독자'다.

'난독'을 경험하고 있는 건 젊은 세대 또한 마찬가지다. '카드뉴스' '짤방'처럼 축약된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열 중에 셋은 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시간이 없거나 긴 글 읽기를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내용의 핵심만 간추려 보여주는 '요약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난독'은 바쁜 삶,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짧은 글을 선호하는 습관이 만들어낸 사회문제 중 하나다. 한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말과 글을 이해하기 어려우니 같은 글을 보고도 각자 입장에 따라 달리 생각하게 되고, 진정한 의미 전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72년, 이날을 기념하는 한글날이 얼마 전에 지났다. 세종대왕은 우리의 한글을 통해 사람들이 필요한 지식을 쉽게 익히고 서로 생각을 보다 수월하게 나누길 바랐으리라. 어찌 보면 시대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문화의 등장은 부득이한 현상일 수 있겠으나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난독의 확산이 아름다운 우리말의 소통을 방해하고 한글 창제의 가치를 무색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언어도 꾸준히 잘 갈고닦아야 더욱 빛이 나는 법. 젊은 세대는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오독을 줄이고, 기성세대는 새로운 말을 외면하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 조금만 노력하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소통의 문제'는 그저 잠깐의 우려로 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박찬종 현대해상(종목홈) 대표이사 사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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