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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역지사지
2018/11/09  00:06:01  매일경제

"받을 만합니까." 국감 끝나고 많이 받은 질문이다. 감사하던 위치에서 감사받는 처지로 바뀌었으니 어떨까 궁금해서 묻는 것이리라. "네, 받을 만합니다." 약간 싱겁게 대답한다. 사실은 '감사받는 것' 이상으로 '감사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간혹 감사받는 처지에서 억울하다고 느끼거나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게으름을 피울 때가 있고,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빠뜨리는 게 있는 법이다. 또 일하는 측에서는 '아전인수'를 하게 된다. 나 역시 어느새 자기 합리화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국민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지사지'는 부족한 점을 고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감사받는 쪽에서는 오늘만 잘 견뎌내면 된다는 심사가 있겠지만 감사하는 쪽에서는 한 번의 지적, 하루의 감사로는 매번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 불만이다. 이처럼 둘의 관계는 창과 방패처럼 서로 모순 관계지만 최선을 다해 국민의 행복과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같아야 한다. 더 진지하게, 더 깊이 서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더 쉬울 것이다.

세상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풀어낼 수 있는 갈등이 많다. 남북 관계가 대표적이다. 서로 전쟁을 치른 상대방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전쟁이냐 평화냐, 공멸이냐 공존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상대방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적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가 필요한 분야는 많다. 여야 관계, 노사 관계 등 서로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곳에서도 필수적이다. 서로의 위치란 쉽게 바뀌거나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상대방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세상의 갈등은 사라지거나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은 다른 사람 시각이나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국민연금처럼 세대 간, 계층 간 이해가 맞서는 제도도 사회적 연대 원칙 아래 미래를 바라보며 서로의 처지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역지사지'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공동체 번영의 길로 가는 사회적 대타협의 출발점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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