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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김태우 미스터리 명쾌한 해명 필요
2019/01/02  10:14:34  매경ECONOMY
‘미꾸라지는 늪이나 논 혹은 농수로 등 진흙이 깔린 곳에 주로 살며, 더러운 물이나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도 잘 견딜 수 있다. 먹이로 진흙 속의 생물을 먹는다.’국립중앙과학관 어류 정보에 쓰여 있는 미꾸라지에 대한 설명이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미꾸라지는 3급수같이 혼탁한 물에서도 아주 잘 살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어종이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청와대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물론 그런 속담이 있기에 청와대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특정인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해도 최고 권력이 이런 식으로 특정인을 ‘인간’이 아닌 ‘생물’에 비교해도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권력은 의미 없는 말을 그냥 스치듯 해도 온갖 해석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무서운 법이니.

청와대 ‘언어의 유희’가 문제가 있는 것은 이 부분만이 아니다. 한 매체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왜 6급 수사관에 대해 대변인을 비롯해 민정수석·국민소통수석까지 나서 스스로 ‘급’이 맞지 않는 대치 전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정말 이런 언급을 했다면 이것도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6급’ 수사관이 말하는 것에 대해 왜 청와대 ‘고위급’이 나서 방어했느냐가 아니다. 6급이 문제제기를 하거나 여타 폭로를 하면 이에 대한 대응을 같은 6급이 꼭 해야 하나. 이번 김태우 수사관 사안의 핵심은 김 수사관의 폭로 내용과 그 내용의 진위 여부다.

문재인 정권은 ‘사람이 먼저’여서 ‘계급사회’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 사회는 급수가 중요한 사회기는 하지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급’을 말하는 것은 정권이 출범하기 전부터 주장했던 슬로건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청와대가 억울하면 그 사안에 대해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김태우 수사관이 폭로한 사안의 ‘내용’에 대해 청와대가 잘 방어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 또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은 지금 보도되는 ‘PC 모니터’를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 내용들이 이른바 정보 보고 수준의 것인지, 아니면 보고 단계에 있는 보고서 형식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정보 보고 형식의 문건이라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그냥 정리했구나 넘어갈 수 있지만, 보고서 양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뿐 아니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김 수사관을 포함해 과거 청와대 특감반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현 정부 출범 초기에도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첩보를 관행처럼 보고했다. 특감반원들이 ‘공을 세운다’는 취지로 동향보고서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킬(kill)’ 됐다”고 말했다 한다.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사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만든 뒤로는 관련 정보를 생산한 사람에게 오히려 경고를 줬다. 김 수사관 역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수사관들이 과거 관행에 젖어 오버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세 가지의 궁금증이 생긴다. 첩보 보고를 받고 ‘킬 하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민간인에 대한 첩보활동 혹은 사찰을 한 사실이 보고되더라도 활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알고’는 있지만 ‘활용’을 하지 않으면 모든 사안이 없던 것으로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특정인이 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 그 특정인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윗선에서 해당 보고서를 활용하지 않고 폐기했다 해도 동향 파악 대상이 됐던 특정인이 느끼는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정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 대한 사찰 혹은 첩보활동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축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 수 있다. 따라서 폐기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둘째, 언제까지 이들 수사관이 민간인 동향 관련 첩보를 수집했느냐다. 이들 수사관이 정권 초기에만 민간인 정보를 수집·보고했고 거기에 따른 경고를 받았다면 그 시점 이후에는 민간인 관련 동향 수집이 전혀 없어야 당연하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했으면 당장 그만두게 했어야 옳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 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태우 수사관은 “난 5급 사무관 승진이 중요했기에 상관이 좋아하는 첩보를 위주로 1년 5개월간 비슷한 보고를 올렸다”고 말했다 전해진다. 김태우 수사관의 일방적 주장임은 분명하지만, 만일 1년 5개월 동안 ‘비슷한 보고서’를 올렸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경고를 주고 폐기했다”는 말은 거짓이 된다. 김태우 수사관은 경고를 받고 ‘킬’ 되는 보고서를 1년 5개월 동안 계속 올린 셈이 되고 더불어 김 수사관은 5급은 고사하고 직장에서 잘리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드는 또 다른 궁금증은 왜 과거 정권의 특감반원을 다시 현 정권에서 복귀시켰느냐다. “과거 청와대 특감반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현 정부 출범 초기에도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첩보를 관행처럼 보고했다”는 청와대 관계자 말이 사실이라면, 과거 정권의 특감반원들이 복귀한 경우가 최소한 한 명 이상이라는 말이 된다. 왜 과거 관행에 젖은 인물들을 다시 특감반에 복귀시켰을까. 관행을 전혀 알 수 없는 이들로 특감반을 꾸렸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청와대는 12월 17일 “김 수사관이 언론에 제공한 내용은 이런 경로(불순물 첩보를 거르는 작업)를 거치기 전의 첩보”라며 “(내용에) 불순물이 끼어 있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12월 19일 김태우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것이 세 번째 궁금한 점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무상 비밀이란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의 공무상 비밀에 대한 규정에 따르자면 청와대가 ‘불순물’이라 규정한 것이 과연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해당되는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이 나오겠지만 일반인 상식에 입각해서 보면 불순물이라 규정할 때는 언제고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인지 혼란스럽다.

이와 관련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박용호 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사찰 의혹이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센터장에 대해 사찰을 벌였다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박용호 전 센터장 첩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태우 수사관도 청와대에 가기 전 수집한 정보라는 것을 인정했다. 자유한국당이 틀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주장과 청와대 설명에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사안을 대검에 이첩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자금이 지원되는 곳으로, 부패 내용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게 옳은 일인가. 다만, 혁신센터가 특감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찰 조사는 하지 않고 즉시 이첩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박 전 센터장이라는 민간인에 대한 첩보는 불순물이 아니었는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청와대 논리대로라면 불순물은 즉시 폐기해야 하는데, 이 건은 대검에 이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청와대가 지금 ‘유전자’ 타령을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앞에 언급한 부분에 대한 의문점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현 정권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뼛속부터 선하다’고 생각해 우수하고 정직한 유전자를 가진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이 그대로 믿어주기를 바라는지는 몰라도, 권력의 속성을 뛰어넘을 만큼 선량하기는 힘들다. 권력이라는 존재가 선할 수 없다는 것은 존 로크 이후 보편적인 명제다. 존 로크가 권력 분립을 주장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권력이 그렇게 선하다면 정치사상사는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정권의 위대성은 자화자찬, 자기규정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현 정권은 1년 8개월 만에 데드크로스를 맞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고 국민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0호 (2019.01.02~2019.01.01.08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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