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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새해는 달항아리처럼 넉넉하게
2019/01/12  00:05:59  매일경제
왜 이렇게 속이 좁을까. 마음은 연륜을 더한다고 커지지 않는다. 그래도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럽게 주변 사람들을 품으면서 살자고 다짐해본다. 달항아리(백자대호)처럼 넉넉하고 둥글둥글하게.

보름달을 닮은 달항아리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에게도 깨달음을 준다. 순박한 흰색처럼 가식 없고, 넉넉한 자태처럼 도량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현란한 색채로 꾸미지 않고 고난도 기교로 빚은 화려한 형태도 아닌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순수하고 질박한 달항아리의 미학은 이제 세계 공통어가 됐다. 영국 도예 거장 버나드 리치는 조선 백자대호를 구입하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고 했을 정도다. 영국 건축 대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도 달항아리 미학을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적용했다.

도예가 권대섭이 빚은 달항아리는 지난해 10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 1만8000파운드(약 2600만원)를 크게 웃도는 2만5000파운드(약 3600만원)에 낙찰됐다. 단순미와 절제미를 추구하는 서양 미니멀리즘적 요소와 맞닿아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30여 점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백자대호는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가 10위에 올랐다. 지난해 6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4억7572만원에 팔렸다. 달항아리를 집에 놓으면 복(福)과 돈이 굴러온다는 속설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조선 백자대호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까지 등장했다가 사라졌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삶, 가치관, 미적 감각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자리 잡았다. 버나드 리치가 기부한 백자대호는 런던 대영박물관 한국관에 전시돼 있으며,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달항아리 성화대가 등장했다. 외국인이 찾는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출국장에도 달항아리 형태의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 '오(Ou)'가 설치돼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전병삼 작가와 대홍기획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폭 10m에 높이 10.4m 자율회전형 미디어아트로 물레 위에 회전하는 달항아리를 형상화했다. 조선 백자대호는 300여 년이 지나 현대미술로 다양하게 변주됐다. 작품 소재를 찾아 헤매는 예술가들의 영감 원천이었다.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 정물화 대가 도상봉,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 사진작가 구본창, 설치미술가 강익중, 화가 최영욱 등이 달항아리를 담은 작품으로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달항아리의 풍요로움이 수많은 예술가들의 밥그릇까지 채워준 셈이다. 김환기는 파리 시절에 달항아리로 화면을 채우면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광복 전부터 달항아리를 사 모았던 그는 "싸늘한 사기지만 그 살결에는 다사로운 김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실로 조형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나의 심미안은 달항아리에서 비롯됐다"고 예찬했다.

도상봉은 호를 도천(陶泉·도자기의 샘)이라 지을 정도로 달항아리에 빠졌다. 1950~1960년대 서울 충무로에서 도자기 가게를 운영했으며 조선 백자가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은 '지킴이'기도 했다.

고영훈은 가는 붓으로 달항아리 표면에 남은 세월의 흔적까지 세밀하게 그렸다. 구본창은 그림자를 없애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달항아리 사진을 선보였고, 최영욱은 달항아리의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을 부각시켰다. 시와 수필을 엮은 책 '달항아리'를 펴낸 강익중의 출세작도 달항아리 그림이다. 시민들 그림을 잇는 대형 벽화 프로젝트에도 달항아리를 그려 넣는다. 2008년부터 10년간 추진한 경기도미술관 어린이 벽화 프로젝트 '5만의 창, 미래의 벽'은 통일을 염원한다. 그는 "고운 백토로 만든 달항아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뒤 붙여 불가마를 통과해야 완성된다"면서 "둘이 합쳐야 하나가 완성되는 것, 남과 북으로 나뉜 한반도 통일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흙과 불과 씨름한 끝에 탄생하는 달항아리처럼 남북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결실은 아름다울 것으로 기대한다.

[전지현 문화부 차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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