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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뮤지컬 시라노, 만월과 어울리는 풍성한 매력
2019/09/06  11:22:15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자네도 풍차의 날개에 치여 죽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말게."

"아님 풍차의 날개가 저 하늘의 달을 향해 날 날려줄 수도 있죠."


뮤지컬 '시라노'에서 가스콘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된 귀족 드기슈는 자신을 상관으로 대접하지 않는 부대장 시라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돈키호테처럼 무모하게 덤비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며 시라노에게 경고한다. 시라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화려한 언변으로 되레 드기슈를 당황하게 만든다.


뮤지컬 '시라노'는 문학적 감수성을 담은 대사들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이 1897년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가 원작이다.


주인공 시라노는 시인검객이다. 칼과 펜에 모두 능하다. 검으로는 1대 100으로 상대와 맞설 수 있으며 펜으로는 여지 없이 여심을 훔친다.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에 인간적인 면모도 갖췄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약한 자를 보호하며 강한 자에게 맞선다.


뮤지컬 '시라노'는 시라노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사진= CJ E&M 제공]

시라노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웅이 아니라 친근하고 인간적인 영웅이다. 그의 인간적인 면을 가장 부각시키는 요소는 그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는 점이다. 크고 흉측한 코가 바로 그의 콤플렉스다. 시라노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품은 록산에게 고백하지 못한다. 자기의 코 때문이다. 록산을 자기 때문에 웃음거리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록산이 첫 눈에 반한 크리스티앙은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시라노는 록산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록산에게 편지를 쓴다.


연애편지 대필은 시라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 뼈대다. 동시에 코에 대한 시라노의 컴플렉스를 드러내고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여러 장면도 만들어낸다.


웃음 중간중간 달달한 로맨스가 극의 매력을 더한다. 시라노가 록산에게 크리스티앙 대신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몰래 줄리엣의 집으로 숨어들어 달빛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는 로미오가 연상된다. "내가 다듬고 골라 그대에게 바친 언어들이…꽃다발처럼 곧 시들어버릴까봐 두려워요. 그러니 다발로 엮지 않고 그냥 그대로 말할게요."


검술 장면도 인상적이다. 시라노 역의 류정한은 능숙한 검술로 상대를 여유 있게 제압하며 시라노의 영웅적인 면모를 훌륭하게 표현한다. 록산 역의 박지연도 능숙한 검술로 감탄을 자아낸다. 박지연은 "공연 준비에 나서면서부터 꾸준히 검술을 연습했다"면서도 "록산이 드레스 차림으로 씬을 진행하다 보니 여러 변수가 많이 생겨 아직도 많이 긴장하는 장면"이라고 털어놓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극 중 배우들이 사용하는 검은 실제 펜싱용 검이다. 소품용 검에 비해 훨씬 무겁지만 검과 검이 부딪힐 때 소리가 더 현실감 있어서 실제 검을 사용한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만큼 배우들은 공연 시작 전 충분한 연습을 통해 합을 맞춘다. 무대가 경사져 있어 더욱 검술에 신경을 쓴다고.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사진= CJ E&M 제공]

로스탕은 검술에 능한 작가였던 17세기 프랑스의 실존 인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을 모델로 극을 썼다. 극은 1897년 12월28일 파리의 포르트생마르탱 극장에서 초연됐다.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내 벨기에·스위스·스페인·이탈리아·오스트리아·그리스·헝가리 등 유럽 각지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로스탕의 희곡은 지난 100여년간 유럽과 북미에서 뮤지컬·연극·영화로 수없이 제작돼 영광의 세월을 누렸다.


1947년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로 토니상을 받은 호세 페라는 1950년 동명의 영화에도 출연해 같은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받았다. 푸에르토리코 태생인 페라는 히스패닉계로는 처음 아카데미상을 받은 인물로 역사에 남았다. 1990년 프랑스에서 영화로 제작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주연은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맡았다. 드파르디외는 그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뮤지컬 시라노는 2017년 국내에서 초연됐다. 이번 공연은 초연 때보다 내용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 개연성을 높였다. 록산이라는 캐릭터는 좀더 강인하고 주도적인 여성상으로 변해 매력을 더했다. 무대도 대폭 보완됐다. 원형 회전무대가 도입돼 전투 장면이 더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초연 때 휑한 느낌이 들었던 배경도 LED 영상판을 활용해 풍성하게 채워넣었다. 공연 중간중간 수채화 같은 영상이 극의 매력을 더해준다. 뮤지컬 시라노는 주인공 시라노가 만월을 배경으로 콤플렉스인 코를 한껏 부각하며 막을 내린다. 풍성한 매력을 가진 뮤지컬이라는 자신감을 한껏 드러내는듯 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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