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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과 내 생명을 맞바꾼다는 생각마저 든다"
2019/09/29  17:05:35  매일경제

한국 문학은 한강(49)이란 '날개'를 달고 세계로 비상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초대된 한국관을 찾은 벽안의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작가는 한강이었다. '채식주의자'는 인구 1000만명인 나라에서 2만5000부 넘게 팔렸다. 맨부커상의 후광을 감안하더라도 낯선 외국 문학으로 놀라운 수치다. 2016년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마침 2주 전 '흰'이 번역됐다.

그의 책을 펴낸 네이처앤쿨투라의 선임 편집자 니나 아이뎀은 "'흰'은 출간되자마자 매우 아름다운 책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정말 스웨덴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그 덕분에 한국 소설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번역자가 턱없이 부족해 소개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27일과 28일(현지시간) 두 차례 북토크를 통해 스웨덴 독자들을 만났다. 각각 132석, 375석으로 준비된 좌석은 빈자리가 없었고, 사인을 기다리는 줄은 끝없이 길었다. 첫 북토크 주제는 '사회 역사적 트라우마'였으며, 스웨덴 기자 메츠 알메가드, 시인 티비에 아테나와 한강, 진은영 시인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본인 문학에서 개인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을 분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 한강은 "'소년이 온다'는 저의 다른 소설과 달리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뤘다는 사람이 있는데 실은 굉장히 개인적인 책이다.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의 모호한 내면을 따라가는 작은 이야기 같지만 이 또한 정치적인 것이었다.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가 작가 인생에 숙제 같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써야 한다는 내적인 동기가 굉장히 강했어요.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걸 써야 다음으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 소설을 쓰는 방식은 아주 좁고도 찾기가 어려운 길이었어요.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이 소설과 내 생명을 맞바꾼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자신의 소설을 탄생시킨 '사건들'에 관해서도 들려줬다. 그는 "20세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상처를 많이 남긴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전쟁부터 '소년이 온다' 배경인 1980년 광주의 5월도 있었다. '흰'을 쓴 2014~2015년 머물렀던 바르샤바에는 무너진 벽 앞에 사시사철 꽃과 초가 있고, 애도를 하더라"라면서 "우리도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애도를 해봤던가 생각을 하게 됐다. 2014년 봄 한국에도 비극(세월호 참사)이 있었는데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북토크에서는 문학평론가 유키코 주크와 함께 신간 '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크는 "이전의 두 책과는 다른 평범한 소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처음부터 이 책이 규정되기 어려운 형식의 책이길 바랐다. 편집자는 출간을 앞두고 형식을 정해 달라고 했다. 산문시, 소설이기도 하고 에세이이기도 하다고. 하나를 택하라고 해서 소설을 택했다. 나는 이 책의 특징이 소설이라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이 소설은 시를 쓰는 과정과 상당히 흡사했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를 마친 뒤 '흰' 것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 배내옷과 강보, 눈, 별, 달, 소금과 같은 리스트를 공책에 적어뒀다. 바르샤바 거리를 걷다가 그는 "이 책이 제가 태어나기 전 2시간 만에 죽은 언니에 관한 책이 될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바르샤바 옹기박물관에서 1945년 도시가 95% 파괴된 영상을 보고, 눈이 쌓인 줄 알았던 '하얀 도시'가 실은 흰 건물이 다 부서진 모습임을 발견했다. "그때 알게 됐어요. 제가 사는 도시가 하얀 도시라는 걸. 그 도시는 제가 잃어버린 언니를 닮았다는 걸. 어머니에게 언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제나 상상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까만 눈이었을까. 보고 싶다. 언니가 태어났으면 내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구나, 내가 언니 자리에서 살고 있는 것이구나 싶었죠."주크는 "이 책이 가장 개인적인 책이지 않나. 이 책은 매우 당신이다"라고 질문했다. 한강은 "시에 가깝기 때문에 좀 더 제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 실제로 허구적인 부분은 3장에 있는 어머니의 죽음뿐"이라고 답했다.

독자들 마음속에 낱말을 심듯이 느릿느릿 책을 몇 번이나 낭독해준 한강은 '책을 읽으며 고통을 느꼈다'는 질문에 마지막 답변을 들려줬다. "저는 단지 썼을 뿐인데 이 책에서 고통을 느꼈다면 제가 느끼는 삶의 핵심에 고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책을 쓸 때는 고통만을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저 자신이 쓰기 시작할 때와 후가 달라지는걸 느꼈는데, 이 책에서도 인간의 폭력에서 시작해서 인간의 어떤 밝은 부분에 다다르려 하고 있다는 걸 느꼈죠. 정말로 우리 안에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믿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내 언니에게 '흰' 것을 주고 싶었어요."[예테보리 = 김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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