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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개그맨 권영찬 "'악플의 밤' 설리 보며 불안했다"
2019/10/16  00:15:14  이데일리
- 국내 상담 박사 연예인 1호…연예인자살예방센터 개소
- "'악플의 밤'서 감정 터뜨린 설리, 위험하다 생각"
- 연예인 프로그램도 신경써야…질적 심리 관리 필요

개그맨 권영찬. (사진=권영찬 SNS)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얼마 전 TV에서 ‘악플의 밤’에 출연한 설리씨가 이탈리아에서 온 알베르토씨에게 달린 악플을 읽다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을 방송으로 봤어요. 저는 사실 그 장면을 보고 ‘굉장히 위험한데’란 생각을 했어요.”국내 연예인 최초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개그맨 출신 교수 권영찬은 “세월호참사 등 큰 사건사를 겪은 가족들이 비슷한 사건을 접해도 큰 충격에 빠지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영찬은 1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에프엑스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가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한 심경, 연예인들이 겪는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상담 박사 연예인 1호…“‘악플의 밤’ 보며 설리 걱정”29년 간 개그맨 생활을 하며 연예계에 몸을 담아온 권영찬은 지난 2013년 연예인 자살 예방을 위해 만학도로 연세대 상담코칭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5년부터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상담코칭심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해왔다. 그는 같은 해 ‘연예인 자살 예방 센터’를 개소해 무료로 연예인들의 상담을 돕고 있다.

권영찬은 “설리씨 같은 경우는 이미 악플에 많이 노출돼 있던 연예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악플은 잘 읽고 이겨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타인의 악플을 읽고 함께 분노하며 자신의 감정에 빠져버렸을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악플의 밤’이란 프로그램의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설리씨가 그간 방송을 통해 밝혀온 자신의 성향상 그렇다는 의미”라며 “설리씨는 과거 여러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남이 겪은 스트레스에 자신도 같이 몰입해 스트레스를 받아 하는 스타일’이라고 직접 밝혔던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설리씨의 사례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울이나 조울증을 겪는 연예인이 있다면 소속사나 매니저 차원에서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성격인지를 특히 신경 써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설리는 11일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가 출연한 JTBC2 ‘악플의 밤’ 방송분에서 알베르토의 악플을 낭송하던 중 “다들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지 않나. 알베르토 역시 본인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말하기도 미안하다”고 씁쓸함을 표출한 바 있다.

권영찬은 “연예인들은 그 인기가 자신이 정한 목표선을 넘어가버릴 정도로 정점을 찍으면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며 “연습생 때부터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해왔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선 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 이 산도 넘어보니 별 것 없네’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면서 연예인 본인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채 무기력,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심리 관리 질적으로 변해야그는 “설리씨 같은 경우는 특히 아역배우 시절부터 쉬지 않고 활동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을 가꿀 여유가 없었다는 의미”라며 “또 어린 시절 희생을 겪으며 어느 정도 고지에 오른 뒤로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진다. 설리씨가 SNS나 방송을 통해 밝힌 소신발언들은 그가 실제 보여주고 싶었던, 하고 싶었던 본인의 모습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설리씨를 비롯해 모든 연예인들은 ‘잘 하고 싶고, 잘하려’ 한다. 다만 모든 동전에는 앞뒷면이 있듯 잘 하려 하는 열정 뒷면엔 부담이 따른다”며 “어릴 적부터 목표에 올라 잘 하는 연예인이 되려면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면화한 친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인식 함양 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습생들이 연예인으로서 역량을 쌓기 위한 실무적 교육을 받기 전 ‘자신을 사랑하는 법’ 먼저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영찬은 “연습생들이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게’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날 사랑하면 힘든 일을 겪어도 이를 딛고 일어설 회복 탄력성이 생긴다. 마음의 근육이 두꺼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속사가 회사와 소속 연예인을 위해서라도 ‘가족’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지금도 많은 소속사들이 심리, 정신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아직 형식적 수준에 그친다. 연예인 개개인 케어가 가능할 수 있게 질적으로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연구면에서도 ‘질적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신의학적 처방 못지 않게 소속 연예인에 대한 오랜 대화와 상담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전문가의 조언보다 이를 겪어본 동료, 선배 연예인들의 애정 어린 위로와 관심, 대화가 그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설리씨는 특히 옆을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故 설리(사진=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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