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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조국 사퇴로 민주당 지지율 다시 오를까
2019/10/21  09:52:46  매경ECONOMY

조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14일부로 전(前) 장관이 됐다. 스스로 사퇴했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지만, 여권이 조국 전 장관 경질을 건의한 결과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라며 강력히 부인하지만.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청와대가 조국 전 장관 거취 문제를 오래전부터 고려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한다.

추론 근거는 이렇다. 10월 14일자 모 매체 보도를 보면 “조 전 장관 거취 판단에 1차 변곡점이 된 것은 10월 3일 광화문 집회”라고 한다. 당시 광화문에 모인 수십만 인파가 ‘조국 사퇴’만이 아니라 ‘문재인 퇴진’까지 외치니 여권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10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하나로 모이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대통령 언급을 두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 지난 10월 7일에 나온 또 다른 보도다. 결국 10월 3일 광화문 집회를 보고 여권이 위기감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10월 7일까지는 조국 전 장관 거취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분명한 점은 여권이 조국 전 장관 사퇴가 시급하다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11월 정도에 조국 전 장관을 물러나게 할 것이라는 보도가 빗발쳤다. 이른바 ‘11월 사퇴설’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찰개혁안, 즉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11월쯤 법제화되면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날 것이라는 것이 ‘11월 사퇴설’의 핵심이다. 그런데 11월 사퇴설은 여권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선거제도 개혁안과 검찰개혁 법안은 실제적으로 연동돼 있다. 그런데 선거제도 개정안이 법제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정안을 토대로 앞으로 축소될 지역구를 지역별로 계산해보면 서울은 49석에서 42석으로, 부산·울산·경남은 40석에서 35석으로, 대구·경북은 25석에서 22석으로, 대전·세종·충북·충남·강원은 35석에서 31석으로, 인천과 경기는 73석에서 70석으로 의석수가 감소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다. 이 지역의 경우, 현재 31석인데 새로운 선거제도 개정안에 의하면 25석으로 축소돼 19.4%의 의석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반발이 거셀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 내 국회의원 일부도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부 정당이 반발하고 자유한국당이 외면하면, 선거제도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진다.

선거제도 개정안 통과가 어려워지면 이와 맞물린 검찰개혁 관련 법안 통과도 어려워질 확률이 높다. 이 같은 상황적 요인을 감안하면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조국 전 장관 거취를 결정한다는 시나리오는 그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 거취 결정이 11월보다 더 늦어지면 여당은 내년 총선이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월 7~8일, 10~11일 나흘간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5.3%로, 34.4%를 기록한 한국당과 불과 0.9%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격차가 아니다. 중도층 표심이 어떻게 됐는가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본부장에 따르면, 중도층 지지만 놓고 보면 한국당이 33.8%, 민주당이 28.5%로 무려 5.3%포인트 차이로 한국당이 앞섰다고 한다. 한국당이 중도층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중도층이 민주당을 등지기 시작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여권은 조국 전 장관 거취가 빨리 결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터다.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이제 조국 전 장관은 사퇴했다.

‘조국이 사라진 조국 정국’은 어떻게 될까? 가장 궁금한 부분은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다시금 상승할 것인가다. 일부에서는 조국 전 장관 사퇴로 한국당의 공격 포인트가 사라졌으니 민주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명 일리가 있다. 지금 한국당의 정치전략적 수준은 너무 낮다. 조국 정국의 수혜는 봤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형성된 작금의 상황을 조 전 장관 사퇴 후에도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여론조사만으로 볼 때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한국당 지지층으로 유입되는 추세다. 이들 중도층이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한국당 지지자로 남을까? 이는 한국당의 전략적 수준과 연관성이 적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번 ‘집 나간’ 유권자가 다시금 과거 지지 정당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또는 결정적 계기가 필요하다. 즉, 한국당에 전략이 없다 해도, 민주당에 등을 보인 중도층이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 혹은 중요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최근까지의 유권자 정당 지지 분포를 보면 알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에 실망한 중도층은 곧바로 진보적 정당인 민주당으로 향했고, 중도층의 보수에 대한 실망감은 상당 기간 지속됐다. 한국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했던 이유는 한국당 내부 문제도 있었지만 탄핵 이후 중도층의 보수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와중에 조국 사태가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비교했을 때 조국 사태는 그 충격의 강도 면에서 약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워낙 컸다는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조국 사태는 그 사안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 더 큰 충격을 국민에게 안겨줬을 수 있다. 이는 앞에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이 다시금 보수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보수를 등진 중도층이 다시금 보수 지지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듯,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을 등진 중도층이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다고 금방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다시 현 정권 지지자로 돌아갈 수 있는 획기적 계기가 생길까?일단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제 회생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중도층은 다시금 여권 지지자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망가지기는 쉬워도 다시 일으키기는 어렵다. 또 다른 획기적 전기는 북핵 문제 해결이다. 현 정권이 희망한 대로 11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든지, 아니면 미북정상회담이 금년 내에 다시 열려 북핵 문제 해결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면 중도층은 다시금 민주당으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핵 문제는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북한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조국 전 장관은 사라졌어도 지금 형성된 정치구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 입장에서는 조국 전 장관 사퇴로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은 막았지만, 그렇다고 지지율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국은 사라졌어도 조국 정국은 지속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비록 한국당이 제대로 정국을 이끌지 못해도.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0호 (2019.10.23~2019.10.29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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