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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누를수록 더 튄다…부동산 규제 6大 역설
2019/11/08  17:49:07  매경ECONOMY
또 올랐다. 서울 집값 얘기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바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1~25일) 서울 아파트값은 0.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는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0월 들어 기준점인 100을 넘어섰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하고 싶은 사람이 매도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은 지난해 10월(104.8) 이후 51주 만에 100선을 돌파했다.

주목할 만한 통계가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관련 통계가 처음 만들어진 1986년 이후 ‘6년 연속’ 상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4년 연속(1986~1989년) 오른 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상승했다. 이후 2004년 한 해 조정기를 거친 뒤 2005년부터 5년간 오르기도 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0이다. 7월까지 줄곧 99 수준을 유지했던 이 지수는 8월부터 100을 넘어서 현재 101.4를 기록하고 있다(10월 21일 기준). 남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1.5%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처음으로 ‘6년 연속 상승(2014~2019년)’이란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사실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 오르면 그동안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라도 조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6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주문 후 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요, 장기적으로는 공급의 영향을 받는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건축물 착공이 늘어나지만 착공에 들어간다고 바로 입주할 수는 없다. 최소 2~3년 시간이 필요하다. 주택을 짓는 동안에도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꽤 있다. 주택이 완공되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지난 6년간 서울에서는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주거용 건축물 착공(면적 단위 기준) 증감을 연 단위로 살펴보면 2016년 -9%, 2017년 -21.6%, 2018년 -20%를 기록했다. 올해도 1~8월 주거용 건축물 착공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6년째 상승하고 있지만 공급은 4년 연속 감소 추세다.

왜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 주택 공급량이 감소했을까. 규제 영향이 크다.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정비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급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좌우한다. 일부 현금 부자들은 꽉 막힌 규제로 향후 서울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계속해서 집을 사들인다. ‘규제 강화 → 인허가 감소 → 공급 축소 예상 → 기존 아파트값 상승’이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6가지 규제’의 역효과로 인해 서울 집값이 누를수록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집값 올리는 6대 惡 규제규제 1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는 대표적인 공급량 축소 규제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이하 올림픽선수촌)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용역에서 C등급을 받은 후폭풍이 거세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 진행 절차상 가장 초기 단계다. 주택의 노후·불량 정도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A~E 5개 등급 중 C등급은 ‘유지·보수’에 해당한다.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최소한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재건축 승인을 불허한 조치다.

올림픽선수촌은 총 5540가구를 재건축해 1만200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송파구에서도 가장 주목도가 높은 이 단지가 재건축 사업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강북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월계동의 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 역시 예비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았다. 모두 합쳐 3930가구에 달하는 이 단지는 1986년에 준공됐다. 노원구는 구조 안전성 진단 결과 콘크리트 균열이 있었지만 양호한 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두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진행했다면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가구 수는 2만가구다. 기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약 1만가구 신규 물량이 생긴다. 하지만 안전진단이 강화되면서 준공 30년 이상 된 단지는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겼다.

두 단지가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198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다른 단지 역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가령 목동신시가지(1~14단지) 같은 경우 재건축을 추진하면 약 3만가구 물량이 새로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사실상 ‘서울시 지침’ 격으로 해석되면서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안전진단 강화 조치 이후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호’뿐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단계부터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장은 ‘10년 동안 서울 내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규제 2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사업 포기하는 조합 늘어날 수도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는 안전진단 강화와 함께 재건축 사업을 가장 옥죄는 규제로 분류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부활한 환수제로 인해 ‘세금 폭탄’이 예고된 조합이 늘면서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아예 사업을 접자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담금을 통지받은 조합은 16곳, 금액은 총 1254억23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에 따라 적게는 수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까지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가뜩이나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조합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환수제로 인해 조합이 내는 사업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일부 조합원이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난해 5월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2021년 준공 예정으로 조합 전체 추가 부담금이 108억5500만원(1인당 평균 1억3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단일 사업장으로 최대 규모 부담금을 내야 하는 곳은 송파구 문정136번지 재건축 조합이다. 총 부담금은 502억4000만원으로 827명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이 6075만원이다.

2006년 환수제가 처음 도입된 후 현재까지 환수제를 적용받아 부담금을 납부한 단지는 중랑구 정풍연립·우성연립, 송파구 이화연립 등 3곳이다. 이들 단지는 2010~2011년 부담금 부과 통지를 받았다. 강남구 두산연립과 용산구 한남연립은 부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2014년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5년이 넘도록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환수제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일부 재건축 사업장은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규제 3 35층 규제의 역설▶획일적인 층수 제한의 부작용서울시의 ‘35층 제한 룰’ 또한 공급을 막는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층수를 둘러싼 재건축 조합과 서울시의 갈등은 2014년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2030 서울플랜)’ 발표에서 시작됐다.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서울시는 용도지역상 3종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서울시는 ‘공익’, 조합은 ‘사업성’과 ‘녹지 확보’를 주장하며 갈등이 지속됐지만 5년 이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층수 규제가 지속되는 과정 속에서 49층 초고층 재건축을 계획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무려 5차례나 정비계획안 보류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사업 진척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처음으로 50층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 인허가를 계속 미루면서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한강 주변 초고층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과 비교되는 사례가 바로 일본 도쿄다. 도쿄는 2002년 도입한 ‘도시재생특별조치법’으로 인해 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난해 주택 착공 건수는 14만5000가구로 서울의 3~4배 수준이다. 초고층 아파트 건설도 즐비하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완성 예정인 초고층 아파트는 약 11만5000가구. 이 중 6만가구가 도쿄에 집중돼 있다.

공급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도쿄 집값은 지난 몇 년간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쿄에서는 용적률을 대폭 완화한 아파트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며 “서울도 상황에 따라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4 정비구역 일몰제▶내년 3월 적용에 조합 비상정비구역 일몰제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정비사업 지역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일몰제란 일정 기간 사업에 진척이 없는 정비구역을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12년 1월 30일 이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곳은 내년 3월 1일 전까지 조합을 설립해야만 일몰제를 피할 수 있다. 서울에만 일몰제 대상이 되는 사업지가 30곳이 넘는다. 일몰제 적용으로 구역이 해제된 곳은 정비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몰제는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기 위해 2012년도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다수의 복잡한 이해관계나 행정 절차 등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려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획일적으로 기한을 정해 일몰제를 시행하기보다 조합별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서울 정비사업 신규 지정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7년 27곳에서 2018년 6곳, 올해는 신규 지정이 단 한 건도 없다. 여기에 최근 개정된 ‘도시·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영향으로 조합이 설립된 지역도 정비구역 해제가 쉬워졌다. 과반수의 토지 등 소유자가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직권해제 대상이 된다. 추진위나 조합이 만들어지기 이전 상태에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요건도 소유자 동의 요건을 기존 3분의 2 이상에서 과반수로 낮췄다.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쉬워지면서 사업이 무산되는 곳 역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공급 감소가 우려된다.

규제 5 과도한 양도세 규제▶시장에 매물 사라지고 증여만 증가정비사업 규제가 앞으로 나올 물량을 줄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거래 물량을 옥죄는 규제가 있다. 바로 양도세 중과세 부과다.

현행법상 다주택자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내에 있는 집을 팔 때는 양도세가 최고 62%에 달한다. 1주택자 역시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2017년 8월 2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은 ‘보유 기간 중 2년 이상 거주’라는 요건이 추가됐다.

양도세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은 집을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증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증여는 1681건으로 올해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7월과 비교해 무려 76% 늘어난 수치다. 주택을 증여한 사람 중 상당수는 “몇 년만 기다리면 공급 끊김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과도한 양도소득세를 물며 팔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증여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또한 큰 폭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전국에서 6596명이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과 비교하면 15.2% 증가했다. 서울에서 신규 등록한 임대주택 수는 4394호로 8월 대비 48.7% 늘었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최소 4년 이상 매도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증여 물건이 많다 보니 시장에 매물이 크게 줄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6 시끄러운 분양가상한제▶품질 하락에 공급 더 줄어들라여러 규제 속에서 등장한 분양가상한제는 ‘첩첩규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10·1 대책’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아파트 토지 비용(감정평가)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건설업자 적정 이윤 등을 더해 시장가격(시세)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건설사는 주변 시세와 관계없이 모집공고에 공개된 비용 내에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정부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31개 투기과열지구 중 집값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을 ‘동’별로 뽑아 대상 지역을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년간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거나, 2017년 8·2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등이 해당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6개월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는 내년 4월 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일종의 퇴로를 열어둔 셈이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유예 대상에 적용되는 사업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100% 철거가 이뤄져야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할 수 있다. 6개월 만에 이주와 철거를 동시에 끝내고 분양공고를 모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서울시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지는 총 61개. 이 중 6개월 만에 이주·철거까지 완료할 수 있는 단지는 10개 내외로 추정된다.

분양가상한제는 전반적인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은 2008년 5만6000여가구에서 2009년 3만1700여가구, 2010년 3만5000여가구, 2011년 3만6900여가구 등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급부족 현상은 2014년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완화됐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2020년까지 신규 분양 물량은 지장이 없겠지만 2021년, 특히 2022년 이후 서울에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은 확정된 것이 거의 없다”며 “각종 규제 영향으로 2~3년 후 공급되는 물량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2호 (2019.11.06~2019.11.12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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