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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계급만큼 본다
2019/11/09  00:08:42  매일경제

조직관리에서 외국 전문가의 이름이 들어간 여러 가지 원리나 법칙이 있다. 예를 들면 피터 원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로런스 피터는 피터 원리를 주장했는데, 이는 계층조직에서 직원이 승진하다 보면 관련 역량이 없는 자리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피터는 직원이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한다는 부정적인 원리를 주장했는데, 필자는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피터와 달리 다소 긍정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즉 직원들은 '계급이 상승할수록 시각이 넓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조직구조를 피라미드 형태라고 할 때, 시각구조는 역피라미드 형태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를 올해 영국의 유명 학술지(Public Money & Management)에 새 원리로 소개했는데 외국인들은 이를 '킴 원리(Kim Principle)'로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하위직에 있는 직원들은 많은 내부 규제와 조직 규율, 경험 부족 등으로 자기 업무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가 보다 높은 계급으로 승진하면서 조금씩 주변으로까지 시각을 넓혀 점진적으로 보다 넓은 차원에 눈을 뜨게 된다. 물론 예외적으로 하위직에 있으면서도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고위직에 올랐어도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예외적 사례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수록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는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직원이 한 조직에 임용돼 계층별로 나아가는 상태에서 시각 수준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계장급이 되면 3~5명 수준의 작은 팀과 함께 매우 세부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므로 대내외 접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상부에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적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분야에 한정된 역할을 하는 경우라 시각도 제한적이다.

둘째, 과장이 되면 보통 3~5개의 계 수준의 인력과 함께 일하면서 해당 기관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과장은 과원들의 사기를 관리하면서 상층부의 비전과 조직목표를 파악해 조직 하부에 전달하고, 동시에 중간계급 이하의 직원들에게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설명하며, 조직사다리의 중간에서 상하좌우로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과장에서 국장이 되면 통솔 범위가 보통 3~5개의 과 수준으로 넓어지므로 관장 업무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각도 조직 전체로 확장되게 마련이다. 정부기관의 국장이 되면 국정 핵심인력이 되고, 관계기관의 국장급 등이 참여하는 중요 회의에도 참석하면서 부처 간의 협력도 중시하게 된다. 따라서 한 기관 차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주요 기관과의 협업도 활발히 도모하게 된다. 그리고 한 기관의 기관장이 되면 기관의 비전과 임무를 생각하며 기관 전체와 국가적 차원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이끌어가며, 국가 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해당 조직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해 가게 된다.

따라서 계급이 상승할수록 책임도 확장되면서 시각이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므로, 이를 '계급만큼 본다'고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위 관리자들은 자신의 계급이 상승했어도 하위직에 있을 때처럼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봐야 한다. 요즘처럼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고, 사회갈등 양상이 심화되는 때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 고위 관리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국정의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며, 세상의 흐름을 폭넓게 관찰하면서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데 직을 걸어야 할 때다.

[김판석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前인사혁신처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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