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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중·일 FTA, 이제 현실화하는가
2020/01/08  12:40:26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한일 및 한중 간의 불편함 속에서 지난 중국 쓰촨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담은 나름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번 8차 회담 내용의 핵심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한중일 3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동력을 잃은 북미 회담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공동 노력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둘째 정체돼 있는 3국 간 경제협력의 불씨를 다시 살려 좀 더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과학기술ㆍ교통물류 및 문화ㆍ인적교류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올해 초 최종 타결 예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기반으로 포괄적이고, 좀 더 수준 높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3자 간 협상을 가속화 하는 데 모두 합의했다.


필자는 한중일 FTA 타결을 위한 협상 가속화 얘기에 주목했다. 사실 한중일 FTA 논의는 오랫동안 한중일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였지만 큰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향후 행보가 좀 더 빨라질 듯하다.


그럼 이제 한중일 FTA가 현실화하는 것일까? 우선 지금까지 한중일 FTA 협상 진행 상황을 살펴보자. 1999년 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되면서 처음 한중일 FTA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3년부터 한중일 3국 간 민간 공동연구를 통해 3국간 FTA의 경제적 효과 및 산업별 영향 연구를 진행했다.


2009년 7년 간의 민간 공동연구가 종결되고, 3년 간의 산관학 공동연구가 시작됐고, 2011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한중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진행됐다. 산관학 공동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2012년 한 해 동안 한중일 FTA 투자 협정, 3차례에 걸친 한중일 FTA 사전 실무협의, 한중일 통상장관회의, 한중일 FTA 공청회 개최 등 나름 빠르게 진행됐다.


드디어 2013년 3월 공식적인 한중일 FTA 1차 협상이 진행됐고, 2020년 1월 현재 17차례에 걸친 협상이 열리고 있다. 이처럼 한중일 FTA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별 성과도 없었고, 여러 통상 전문가들도 한중일 FTA 체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한중 FTA가 11년, 한-EU가 9년, 한미 FTA가 타결되기까지 8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한중일 FTA는 진척이 매우 느린 편이다. 물론 양자협상과 달리 3국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겠지만 협상 논의 과정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만큼 한중일 3국 간 민감한 쟁점으로 인해 입장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중일 3국의 경제 성장모델이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그런 성장과정에서 3국은 산업간 협력보다는 경쟁의 프레임 속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소재산업의 경우 한국의 대일 적자,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흑자 등 3국 간 분업 구조가 경쟁적이면서 불균형적인 분업 구조이다 보니 각국의 계산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빠른 기술혁신, 한국의 캐치업 전략과 일본의 수성 의지가 충돌하면서 3국은 폐쇄적인 기술성장을 해왔다. 또한 부분적이지만 반(半)개방형 부품소재산업의 전략적 협업과 분업을 통해 3국은 모두 빠르게 경제성장을 해왔다.


3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를 차지하고 교역 규모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된 1999년 1300억달러에서 2018년 7200달러 이상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3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24%로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3국 간 미래기술 경쟁과 정치외교적 이슈가 맞물리면서 한중일 간 첨단 부품소재산업의 가치사슬 구조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이제 과거와 다른 새로운 한중일 협력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빠른 기술혁신 속도와 기술격차가 축소되는 등 초격차의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한중일 중심의 동북아 경제협력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체됐던 한중일 FTA가 작년 11월 RCEP 협정문 타결 선언 이후 향후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올해 초 RCEP이 최종 타결될 경우 한중일이 처음으로 하나의 FTA 안에 포함됨으로서 새로운 글로벌 밸류체인이 구축되고, 낮은 개방 수준의 타결된 한중 FTA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8차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애기한 것처럼 3국 모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비록 3국이 정치외교ㆍ역사적으로 충돌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한중일 3국만큼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가까운 국가도 없다.


한중일의 이러한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산업 협력의 시너지 및 확산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향후 가속화될 한중일 FTA는 3국이 향후 글로벌 경제의 핵심 경제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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