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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Interview] KBO `두산왕조` 이끄는 김태형 두산베어스 감독
2020/01/17  17:09:20  매일경제

잠실야구장을 찾는 두산(종목홈) 베어스 팬들에게 근 몇 년간은 행복한 나날이었다. 두산이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프로야구(KBO)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고 이 중 3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KBO는 '두산 왕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 폭풍 질주의 원동력은 바로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다.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그를 두산은 KBO 역사상 감독 최고 계약액(3년 28억원)을 제시하며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부임 직후부터 화려한 성과를 내고 있는 김 감독이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배고프다. "지난해 우승은 다 잊었다. 올해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하는 그의 두 눈에선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선수 시절부터 두산 전신인 OB 베어스에서 뛴 그는 뼛속까지 두산맨이다.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두산 야구점퍼를 입고 있어 팀을 든든히 지켜주는 '아빠 곰'과 같은 모습이었다.

―KBO 사상 감독 최고 계약액을 경신했다. 소감이 어떤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자부심이 크다. 사실 감독이 한 팀에서 3번을 재계약하는 게 쉽진 않다. 좋은 성적을 거둔 건 나 혼자만의 공은 아니다. 야구가 원래 팀이 하는 스포츠다보니 똘똘 뭉쳐 팀워크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그 점에서 좋은 선수와 구단을 만난 덕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재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

―KBO 감독 중 유일하게 6할 승률이다. 필승의 비결이 있다면.

▷항상 성적이 나오면 비결이 뭐냐고 나에게 묻는다. 감독들은 성적이 잘 나오면 보통 '선수들이 잘했다'고 말을 하는데 물론 그 말도 맞지만, 감독들도 나름 많이 고민하고 고생을 한다. 선발 라인업을 짜고, 부상이 발생하면 누구를 투입하고, 상황에 따른 작전은 어떻게 수행할지 등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렵게 경기 구상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선발 라인업만 수십 장을 쓰면서 비교하고 또 분석한다. 아마 타 구단 감독들도 마찬가지로 밤잠을 잘 못 잘 거다.


―어느 때보다 팬들의 지지도가 큰 것 같다.

▷모든 프로스포츠는 성적으로 말한다. 5년 연속 코리안 시리즈에 올라가고, 세 번 우승을 차지하는 걸 보면서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팬들은 항상 응원하는 구단의 경기를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원한다. 가을 야구는 승패를 떠나서 팬들에겐 또 하나의 축제 아닌가. 다행히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팬들을 즐겁게 해드린 것 같아 기쁘다.

―두산의 야구 색깔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기는 야구다. 팬들은 끈끈한 야구라고 표현을 해주시는데 나는 그냥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야구를 지향한다. 승리하지 않고서는 어떤 좋은 얘기도 들을 수 없다. 팬들은 승리를 원한다. 이에 보답하는 게 팬들을 위한 야구다.

―별명이 '곰의 탈을 쓴 여우'인 걸 알고 있나.

▷겉으로는 작전 같은 걸 별로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그런 별명을 지어주신 게 아닌가 싶다(웃음). 경기를 원활히 풀어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작전을 쓰는 건 감독의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다.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수의 팔 상태 체크라든지 1점 승부를 봐야 한다든지 등등 항상 세세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한다던데.

▷무섭게 선수들을 대할 땐 무섭게 하고, 격려를 해야 할 땐 화끈하게 격려해준다. 다만 일부 잘하고 있는 주전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치러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투정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본인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백업일 땐 한 경기, 한 경기 출전이 소중했는데 이제 주전이 됐다고 불평하는 건 초심을 잃은 것이다. 스스로 힘든 부분까지도 컨트롤하는 게 프로다.

―가장 크게 선수들에게 화를 낼 때는.

▷감독들은 사실 선수들 생각을 다 읽는다. "몸이 안 좋아서 좀 쉬겠다"고 말하는 선수가 있으면 난 아예 "쉬는 김에 계속 푹 쉬어라"고 말해버린다. 자기관리를 잘하고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프로선수로서 기본이다. 요즘 트렌드가 소통이라고 하더라. 야구에서 소통은 코치의 몫이다. 감독이 구구절절 선수들을 붙잡고 소통할 필요가 없다. 선수들 얘기 다 들어주면 좋은 경기 못 치른다.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스스로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본인이 밤을 새워서 연습을 해서라도 극복해야 한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줄 아는 선수가 좋은 선수다.

―기본을 강조하는 것 같다.

▷모든 스포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게 기본이다. 내가 강조하는 기본은 경기장에 나오면 어떤 상황이든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기분이나 성적에 따라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야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지 않나.

―좋아하는 선수상이 있다면.

▷우선 야구를 잘해야 한다(웃음). '성실한 선수가 좋다' '말 잘 듣는 선수가 좋다'는 말은 틀렸다. 우선 감독이 주문한 역할을 잘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믿고 쓸 수가 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부상 없이 1년을 꾸준히 뛰어줄 수 있는 선수가 가장 좋다.

―구단 내 '군기반장'은 누구인가.

▷주장인 (오)재원이가 잘한다. 두산은 과거부터 선수단 내 기강이 잘 잡혀 있는 걸로 유명했다. 재원이가 주장으로서 책임감도 강해졌고, 팀의 고참으로 어떻게 후배들을 이끌어나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주장은 구단과 선수단의 중간에서 양측 의견을 잘 조율해야 한다. 나는 선수들 사생활에 대해선 절대 터치를 안 한다. 모두 재원이가 알아서 한다.

―사회면 기사에 야구 선수들이 자주 보인다.

▷당연히 야구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문제에 연루되는 건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프로선수인 동시에 공인으로서 책임감은 많이 요구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 경기가 있다면.

▷지난 시즌 SK 와이번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게 기억에 남는다. 사실 시즌 진행 중엔 1위를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SK가 워낙 초반부터 치고 나갔고 우리 팀은 타자, 투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진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4위까지도 처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상승세를 탔고, 투수 라인이 안정적으로 감을 찾으면서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 싶다. 진짜 기뻤다.


―감독으로서 롤 모델이 있다면.

▷김인식·김경문 감독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인식 감독님은 항상 "순리대로 해라"며 무리수를 두지 말라고 가르침을 주셨다. 김경문 감독님은 선수들을 꼼꼼히 관찰하는 걸로 유명했다. 어떨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세밀한 데이터가 승부처에서 큰 도움이 된다. 두 분이 색깔은 다르지만 선수들에게 책임의식을 잘 부여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점은 비슷하다.

―두산은 젊은 선수 육성을 잘하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하다.

▷딱히 특수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전, 백업, 그리고 2군 선수들을 감독이 찬찬히 살펴보고 이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가동이 안 될 때 다음 순번이 누구냐를 판단한다. 두산은 당장 주전이 아닌 백업 선수들도 향후를 대비해 항상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를 한다. 그것 또한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두산은 과거 백업 선수들이 현재 내로라하는 주전 선수들로 성장했다.

―두산도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젊다고 다 야구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항상 언론에서 세대교체를 주문한다. 개인적으로 세대교체를 고려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주전 선수들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지만 향후 2~3년 내 이 선수들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나오긴 힘들다. 당장 세대교체, 리빌딩을 생각하며 팀 구성을 갈아엎을 생각은 없다.

―야구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 경기 수가 많다. 광고료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지만 경기 수를 줄이면 당연히 경기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한 구단에 선수들이 많이 소속돼 있지만 사실 풀타임 3년을 뛰면 체력적으로 무리가 온다. 외국인 용병들도 2년 정도 뛰면 다들 힘들어 한다. 팬들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는데 선수들의 체력 부하는 커지다보니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들이 나오는 것 같다.

―심판 판정 논란도 꾸준하다.

▷미국에서 로봇 심판을 쓴다는 말도 있는데 한마디로 웃긴 이야기다. 야구는 오락이고, 즐기는 게 목적이다. 스포츠에선 판정 논란을 포함해 벤치 클리어링,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 등도 하나의 재밋거리가 될 수 있다. 유독 실수가 많은 심판은 문제가 있을 순 있겠지만 그냥 판정 논란도 야구의 한 부분으로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30일 호주로 1차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주전 선수들은 기존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젊은 선수들, 백업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서 주전 선수와의 격차를 줄이는 게 최종 목표다.

―다가오는 시즌 목표가 있다면.

▷무조건 우승이다. 스포츠는 무조건 도전이지 않나. 전년도 우승 팀으로서 두산은 우승만을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인 소망 이런 것도 따로 없다. 감독이라면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 고민한다. 올해도 성적이 괜찮을 것 같다.

▶▶ He is…1967년생. 신일고, 단국대를 나와 두산의 전신인 OB에 1990년 입단했다. 당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했다.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팀의 주장으로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2001년 은퇴한 후 배터리코치로 10년 동안 활동하며 우수한 포수 자원을 발굴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2011년 SK로 옮겨 3년 동안 배터리코치로 활동했고, 2015년 친정 팀인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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