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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 헷갈리는 부동산 대출 가능액-들쭉날쭉 KB시세…허술한 대출 산정 방식
2020/01/20  06:37:25  매경ECONOMY
# 내년 과천시 별양동에 입주 예정인 한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한 이세훈 씨는 요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정부가 시세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 분양가는 약 10억원(전용 84㎡)이었지만 주변 시세로 미뤄 입주 시기가 되면 15억원 전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출 금지 여부가 전문적인 평가 방법이 아닌 KB시세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KB시세로 15억원에서 100만원만 초과해도 대출이 금지되는 만큼 이 씨는 주변 단지 KB시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 씨는 “대출이 금지되면 입주가 힘들어 결국 전세를 놓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에게는 대출 가능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KB시세로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한다.

15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후 KB시세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KB시세와 한국감정원 시세 둘 중 하나라도 기준 가격(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이 금지된다. 현실적으로는 KB시세가 주요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KB시세가 한국감정원 시세를 웃돌기 때문이다.

문제는 KB시세가 단지마다 들쭉날쭉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KB시세가 공적 평가의 기준이 될 만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형평성 문제 불거진 KB시세▷실거래가보다 호가 기준?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한강변을 직접 마주한 단지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단지다. 지난해 11월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KB시세로 이 단지는 14억9000만원(1월 10일 기준)이다. 한국감정원 시세 역시 14억9000만원이기 때문에 1월 16일 기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거래가격은 대출이 금지되는 15억원보다 무려 1억5000만원 비쌈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했다. 2003년 준공해 비교적 오래됐지만 마포구에서 가장 선호하는 염리초를 끼고 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라 인기가 높다.

지난해 10월 마포자이 전용 113㎡는 16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KB시세는 이보다 훨씬 낮은 14억7500만원(1월 10일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 그럼 이곳 역시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감정원 시세는 15억원(1월 6일 기준)에 책정됐기 때문에 둘 중 높은 가격인 감정원 시세가 대출 기준에 적용된다. 마포자이는 서울에서 드물게 한국감정원 시세가 KB시세를 뛰어넘는 곳이다.

이처럼 실거래가와 KB시세 괴리가 단지마다 다르게 적용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주공4단지. 전용 82㎡는 지난해 11월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호가는 16억5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KB시세는 13억6000만원(1월 10일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감정원 시세는 14억4000만원으로 다소 높지만 여전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KB시세 또 다른 문제?▷층·호별 개별 요인 반영 못 해KB시세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개별 동호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KB시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상위 가격, 하위 가격, 평균 가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 통상 일반적인 아파트는 평균 가격으로 매겨진다. 1층 아파트는 하위 가격으로 판단해 대출에 참고한다. 예를 들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2층 이상 아파트 KB시세가 15억8000만원(평균 가격)으로 책정됐다. 대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1층은 하위 가격인 14억7000만원이 적용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층과 나머지 층을 구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 동호수별 개별 물건 특성에 따른 가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동에 따라 같은 면적의 물건도 10%에서 20% 가까이 차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하철역에 가까운 동이 그렇지 않은 동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요즘은 집을 고를 때 조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굳이 한강 조망이 아니더라도 앞에 가리는 건물 없이 탁 트인 조망이 확보된 집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KB시세는 이 같은 개별적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KB시세의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KB시세는 말 그대로 KB국민은행이란 민간기업이 조사해 만들었다. 민간에서 대출금액 산정을 편리하게 하려고 만든 자료다. 일부 공적인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만든 주체가 사기업이다 보니 공공성에 한계가 있다. 태생이 사적인 성격에 가까운 자료를 대출 가능 잣대로 활용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주요 은행들은 담보대출 한도를 측정하는 데 KB시세를 1차 자료로 활용했다. 은행에서 담보대출 한도액을 설정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지만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KB시세 신뢰도가 입방아에 오르는 결정적인 이유는 측정 방법 때문이다. KB시세는 일선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입력하는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 한두 명이 시세를 취합하고 검증해 집값을 결정한다. KB시세를 입력하는 중개사사무소마다 성향에 따라 가격 반영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적인 사무소는 시세가 변동되더라도 가급적 변동폭을 줄이거나 뒤늦게 반영한다. 일부 중개사사무소는 시세 변동을 몇 개월째 입력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심이 적어 몇 개월씩 시세를 그대로 두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앞으로 KB시세가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벌써부터 한 입주민 인터넷 카페에서는 “시세 조사를 맡고 있는 공인중개사에게 압력을 넣어 가격을 15억원 이하로 낮추자”는 주장이 올라온다.

대출 금지 여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특정 금액 이상 물건에 대한 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감정평가를 받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대출 가능 여부를 감정평가사가 책정한 금액을 통해 결정한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KB시세가 보다 중요해진 만큼 산정하는 방식을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개별 동호수를 반영하고 복수의 중개사를 활용한 시세를 산술 평균 내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시세는 2개 이상의 공식적인 시세조사협력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하고 있으며, 추가로 다수의 중개업소를 통해 시세를 검증하고 실거래가나 주변 시세 등을 복합적으로 검증하여 시세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며 "실거래 1~2건으로 시세가 즉시 결정되지 않으며, 실제 실거래 가격과의 시차나 간격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3·설합본호 (2020.1.23~2020.2.04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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