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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뮤지컬 `아티스`, 19세기 예술가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020/03/25  17:27:26  매일경제
김히어라에게선 '검은 고양이' 냄새가 난다. 가르릉거리는 쉰 목소리에, 퇴폐미 가득한 녹갈색 눈동자, 그리고 그 심연엔 끝모를 애잔함이 있다. 처량한 빗속에서 도도한 눈빛이 매혹적인 엘로이즈 역은 과연 그녀에게 꼭 맞았다. 모두가 주연인 이 작품 속에서도 독보적으로 빛난다.

뮤지컬 '아티스(ARTIS)'엔 네 명의 아티스트가 나온다. 얼기설기 엮인 이들 얘기는 19세기 말 몽마르트의 풍속화를 그려낸다. 천재 작곡가 에릭은 모두에게 사랑받지만 불안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천재'뿐이기 때문이다. 귀족가 상속자 파트릭은 여읜 가족 대신 에릭에게서 따뜻함을 바란다. 자기를 담은 소설을 보여주지만 은근히 거절당한다. 노력하는 수재 작곡가 마티스는 에릭의 잇단 혹평에 상처가 크다. 에릭의 뮤즈인 엘로이즈는 연인과의 삶에 만족하다가도 언젠가부터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김히어라는 오롯이 엘로이즈로서 호연한다. 푸른빛과 보랏빛 조명 아래 보여주는 몸짓은 몽환적 목소리와 어우러져 서 있는 그곳을 축제장으로 바꾼다. 주황빛으로 만든 외줄 위에 서서 부르는 노래 '날 구원할 사람'은 사뭇 숭고하다. 비장하면서도 강인한 눈빛은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이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툴루즈 로트렉, 에드가 드가 등 당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모델로 유명했던 '몽마르트의 연인' 수잔 발라동이 엘로이즈의 모티브다. 발라동은 모델 일을 하다 화가로 데뷔해 성공하는데 이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히어라가 전작 '마리 퀴리'에서 맡은 안느가 스스로는 별다른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게 아쉬웠던 관객들은 여기서 충족감을 느낄 수 있겠다.

다른 인물들 내면도 작품은 충분히 들려준다. 에릭을 후원하지만 엘로이즈를 질투하는 파트릭에게선 동성애 코드가 엿보인다. 에릭을 존경하면서도 그를 넘고자 하는 마티스는 모차르트에 가렸던 2인자 살리에르 같다. 이들과 관련된 막판의 반전이 재밌다.

예술가의 삶을 다룬 만큼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대사와 어울리는 바이올린, 첼로 선율은 낭만적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노래 중에선 '날 구원할 사람' 외에도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만이 알아본다' '검은 고양이' 등이 귀에 와 닿는다. 검은 고양이는 몽마르트 문화공간 이름을 본뜬 것이지만 극 중 노래 제목, 엘로이즈의 별명, 작업실 이름으로도 모두 잘 어울린다.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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