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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중도 걸으며 표현한 비극적 운명과 희망
2020/03/26  12:27:03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에서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생사역(좀비)에게 물릴 위기에 처한다. 장검을 가로잡고 힘겹게 밀어낸다. 생사역은 곤룡포를 입었다. 이창의 아버지(윤세웅)다. 피에 굶주린 괴물일 뿐이어서 아들의 간절한 호소를 인지하지 못한다. 죽어서까지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에게 이용당한다. 이창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피비린내 나는 참경에서 아버지의 당부를 떠올린다.


"아바마마, 소자 창입니다."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단순할 수 없다. 이창은 궁궐에서 나와 숱한 백성의 굶주림을 목도했다. 아버지가 허수아비 왕으로 전락하고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극에 달해 벌어진 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지훈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최우선으로 표현했다. 대신 담담한 말투로 일관하며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다. 자칫 고통ㆍ공포ㆍ절망 같은 다른 감정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움을 과감하게 표현하면 유약해 보일 것 같았어요. 다른 감정에 힘이 실리지도 않을 듯했고요. 그래서 중도를 우선시했죠. 넓은 폭의 감정을 오가기보다 부드러운 흐름에 주안점을 뒀어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축소될 수 있는 감정의 크기는 제작진의 기술에 맡겼다. 박인제 감독, 김정원 촬영감독 등과 꾸준히 대화하며 동선은 물론 조명 밝기까지 점검했다. 김은희 작가와도 거의 날마다 통화했다. 대본에 쓰인 감정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대본에 적힌 감정을 표현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어요. 특히 문경새재에서 생사역으로 변한 아버지와 안현대감(허준호)의 목을 베고 군사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기까지 과정이요. 각 신마다 다양한 감정들이 나오잖아요. 대본에 적힌 지문에서 한 단어도 놓칠 수 없었죠. 쭉 늘어놓고 부드럽게 연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주지훈이 가리킨 난관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과오청산이다. 하나같이 극적이어서 감정이 과잉 분출되기 쉽다. 그는 기존 이창의 개성과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았다. 대신 비극적 운명에 짓눌린 얼굴과 새롭게 출발할 동력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감성적으로 연기하지 않아도 이야기 전달에 무리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간미만 조금 부각했죠. 이창의 얼굴을 시청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만들고 싶었어요. 드라마는 무엇보다 공감대가 중요하니까요."




세밀한 표현은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전투 신에서도 돋보인다. 어떤 액션에서도 쾌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주지훈이 생사역을 악인이 아닌 역병에 걸린 백성으로 생각하고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창이 왕좌를 포기하고 능동적인 리더로 발전하는 결말과 부합한다. 생사역이 언제 어디서 백성을 습격할지 모른다는 걱정과 긴장이 각성과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지훈이 나타낸 무사안일주의, 적당주의, 조급주의에 대한 경계는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킹덤'과 현 시국을 비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나날이 성장하는 이창에게서 희망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 역시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흔했던 마스크조차 구하기 어려워졌잖아요. 부모님의 건강이 가장 걱정되더라고요. 가끔은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곳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응원하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길 기원하고 있죠. 긴장과 삭막함에 지친 분들께 이창이 숨구멍 같은 존재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비록 허구의 캐릭터지만, 우리가 바라는 꿈과 희망을 품고 있어요. 지금 상황을 이겨내고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닐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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