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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숨겨진 진주 같은 코스 ROYAL DORNOCH
2020/06/30  12:49:55  매일경제
스코틀랜드의 북단, 하일랜드(Highlands)로 불리는 지역은 수백 종의 싱글 몰트 위스키 산지로 유명하지만 골프 마니아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평생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골프 성지순례’ 목록을 작성한다면 하일랜드에 유독 그 성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북부 하일랜드에 위치한 로열 도넉 골프클럽은 세계 100대 코스 10위에 오른 숨겨진 진주 같은 명문 코스다.


유럽 성지순례의 대표적인 루트가 스페인 서해안의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길이라면, 골프의 성지순례는 에든버러로부터 노스 베릭, 뮤어필드를 거쳐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 코스에서 방점을 찍고 카누스티, 로열 애버딘과 크루던 베이를 지나 하일랜드 북단 서덜랜드 주에 위치한 로열 도넉(Royal Dornoch) 골프코스에 이르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로열 도넉 골프클럽은 1887년 하일랜드 지역의 골프를 평정했던 알렉산더 맥하디와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유학한 휴 군 박사가 함께 설립했다. 이곳은 초기에 9홀로 시작했으나 1886년 올드 톰 모리스가 18홀로 증설했다. 19세기 말 설립된 골프장 치고 올드 톰 모리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당시 골프계의 르네상스 맨이었다. 1906년 에드워드 7세로부터 왕립 칭호를 받아 로열 도넉 골프클럽이 됐지만, 위치상 북부 하일랜드에서도 고립된 곳에 위치해 숨겨진 진주 같은 코스였다.

이곳이 일반인들, 특히 미국 골퍼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63년 골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었던 워커 컵(Walker Cup)의 미국팀 주장이었던 리처드 터프트의 영향이 컸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팀을 이끌고 하일랜드로 향했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그가 어릴 적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골프의 성지 로열 도넉 골프클럽이었다. 그의 아버지 리처드 터프트와 함께 미국 골프의 메카 파인 허스트 골프 리조트를 건설한 도널드 로스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로스는 골프의 모든 것을 섭렵한 독보적인 전문가였다. 아마도 ‘20세기의 올드 톰 모리스’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1872년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로열 도넉 골프클럽에서 캐디로 일했다. 오랜 세월 캐디 생활과 연습을 통해 뛰어난 골프실력을 갖춘 그에게 골프는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코스의 잔디 관리부터 클럽 운영에 이르기까지 골프클럽의 안팎을 속속들이 경험하고 배웠으며 골프채를 만드는 기술까지 갖췄다. 골프 전반에 걸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가 된 것이다. 이런 다재다능함 덕에 그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로열 도넉 골프 클럽의 ‘헤드 프로페셔널(Head Professional)’이라는 직책에 올랐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에만 갇혀 있기엔 그의 재능은 너무나 뛰어났고, 열정은 넘쳤다. 27세가 되던 1899년 여름,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가 오클리 컨트리클럽(Oakley Country Club)의 헤드 프로페셔널이 된다. 그 후 30년간 400여 개의 코스를 설계하는 업적을 세웠으며, 1947년에는 미국골프설계자협회(American Society of Golf Course Architects)를 세우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가 먼 미국땅에 전파한 하일랜드 골프의 DNA는 모두 그가 나고 자란 로열 도넉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걷기 쉽게 만든 라우팅(Routing), 자연의 입체적 형태 속에 숨어 있는 골프에 최적화된 형태를 발현해 내는 코스 설계, 골퍼가 모든 샷에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매 홀 색다른 챌린지를 구현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열 도넉의 특색인 터틀백(Turtleback) 그린 등이 바로 미국의 골프 설계 역사를 바꾸어 놓은 하일랜드의 DNA다.


세계 100대 코스에서 10위에 오른 명문 코스개인적으로 2020년 미국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순위와 무관하게 로열 카운티 던(6위)에 비해 로열 도넉(10위)을 더 선호한다. 코스 전체에 활기찬 리듬감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무난한 첫 두 홀을 지나면 이곳만의 매력을 서서히 보여주는 3, 4, 5, 6번홀의 완만한 내리막 스트레치(Stretch, 각주)가 시작 된다. 특히 파3인 6번홀 그린은 왼쪽에 가지금작화 가득한 가파른 언덕에 자연스럽게 기댄 동시에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경사면 위에 있어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주는 보기 드문 아름다움이 있다.

바닷가를 접한 중반 홀을 지나면 하일랜드 최고의 홀로 평가받는 13, 14, 15번홀 스트레치에 도달한다. 특히 ‘Foxy’라 불리는 14번홀은 벙커 하나 없이 지형의 굴곡만을 활용해 만든 자연스러운 홀로 유명하다. 16번홀은 지금까지의 내리막 고저차를 한 번에 극복하는 오르막 홀로, 하늘과 맞닿은 듯한 그린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는 훌륭한 브리지(Bridge, 각주) 홀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로열 도넉에서는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의 마지막 홀들이 평이하다는 링크스 코스의 약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17번홀은 해변 너머 하일랜드 산맥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내리막 블라인드 티 샷을 한 후 자연스러운 둔덕과 항아리 벙커로 보호받고 있는 그린을 향해 정확한 아이언 샷을 요구한다. 마지막 홈 커밍 18번홀도 안정감을 주는 티 샷 이후 하루를 마감하는 편안한 홀로서 손색이 없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감상할 때와 같이 평화로운 자연과 교류할 수 있는코스가 바로 로열 도넉이다.

위스키, 그리고 글렌모렌지 홀도넉 지방은 깨끗한 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글렌모렌지(Glenmorangie), 발블레어(Balblair), 달모어(Dalmore)를 포함한 많은 위스키 생산지가 있다.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위스키의 이름 중 유독 ‘Glen’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는, 스코틀랜드의 옛 방언인 게일릭어로 글렌은 ‘협곡’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모렌지는 ‘고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요한 계곡에서 흘러내린 청정수로 만든 위스키가 글렌모렌지인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위스키를 접한 곳은 이스트 로디언의 굴렌(Gullen) 골프클럽에서였다. 바람에 맞선 한판 승부를 하고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간 클럽하우스의 바 찬장에서 오렌지색 라벨이 눈에 띄었다.

첫 모금을 넘긴 순간 라프로이나 라거불린과 같은 거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감촉이 돋보였다. 그 후로 글렌모렌지를 좋아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위스키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할 정도로 홍보대사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나는 로열 도넉을 가는 길에 당연히 글렌모렌지 증류소에 들러 위스키 생산 과정을 견학했다. 1886년 올드 톰 모리스가 로열 도넉을 증설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그는 위스키 증류소가 보이는 13번홀의 이름을 ‘모렌지 홀’이라고 지었다. 아름다운 도넉만 너머 보이는 술도가의 굴뚝을 이정표 삼아 바닷가의 모래언덕 사이를 누볐을 때 그의 뒷주머니에는 글렌모렌지 위스키를 가득 채운 힙 플라스크가 들어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초창기의 전통을 계승해 18번홀을 ‘글렌모렌지홀’이라 부르고 있다. 하일랜드의 석양이 골퍼들의 그림자를 페어웨이에 길게드리울 때, 글렌모렌지 한 잔을 들고 북해의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골프 성지순례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도 꽤운치 있을 것이다.

필자 오상준은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골프코스 설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 설계, 골프코스 설계, 골프코스 시공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그는 2015년 프레지던츠컵 TF팀의 디렉터로서 국제대회 운영을 담당했다. 게일인터내셔널 코리아와 CJ에서 근무했으며, 2019년 가을 미국의 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에 위촉돼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근 골프 에세이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을 출간하기도 했다.매일경제 골프포위민 유희경 기자(yhk@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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