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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동네서점에 뛰어들다
2020/09/16  17:02:25  매일경제


"평범한 골목길에 작은 서점을 차렸고 책상도 옮겼습니다. 서점 안에서 저는 사회학자인 동시에 책을 매개로 세상 사람과 만나고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북텐더입니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인간극장' 등으로 글 잘 쓰는 사회학자로 이름을 날린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서점을 연 건 2년 전이다. 2018년 9월 2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골목길에 문을 연 '니은서점'은 독립서점으로 주 5일 근무, 주 28시간 노동의 원칙을 지켰다. 술을 권하는 바텐더 대신, 숨어 있는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북텐더가 상주한다. 작가와 독자가 대화를 나누는 하이엔드 북토크를 열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작가 사인본을 소장한 서점임을 자랑하면서도 베스트셀러를 팔지 않았다.

이 2년간의 실험을 결산하며 서점과 자영업, 그리고 읽는 사람을 관찰한 사회학적 연구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 나왔다.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클 펴냄)이다.

어린 시절 파주군 광탄면에서 자신의 집이 '삼거리 노씨네'라 불렸던 데서 서점의 이름을 따왔다. 노 교수는 서점이 "대학과 사회를 잇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을지로, 서촌, 홍대 등 '힙한' 장소를 답사하다, 결국 고교를 다녔던 연신내를 선택하게 된 건 저렴한 임대료도 있지만 평범한 곳이어서였다. 평범함 속에서 시대의 보편성을 찾는 건 사회학자의 의무이기도 했다.

서점을 하면서 배운 건 많다. 먼저 읽는 사람은 소수라는 점. 서점 인근의 곱창집, 통닭구이 집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하는 걸 목격했다. 10평도 안되는 임대료가 가장 싼 옛 컴퓨터 수리점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에 계약하면서도 덜컥 겁이 났다. 더 겁이 난 건 무료 온라인 배송과 할인 판매까지 하는 온라인 서점과 경쟁하며 지그문트 바우만, 해나 아렌트,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책을 팔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게다가 절대 커피는 팔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고요해야 할 서점에 폭격기처럼 커피를 내리는 소음은 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지인들이 찾아오는 '오픈 허니문'이 끝나자 한 권도 못 파는 '빵권 데이'가 찾아왔다. 망하지 않으려고 책 파는 기술을 연마했다. 우연히 찾아온 손님에게 책을 사면 좋은 이유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책의 지식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책을 사야 하고, 좋아하는 작가에게 인세를 주기 위해서도 책을 사야 한다는 논리였다.

진상 손님을 상대하며 버티다 보니 마침내 단골 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낭독회를 열어 작가를 초청하고, 단골 손님들과 코로나19 쇼크 직전까지 63번의 북토크를 열었다. 그동안 1200여 명의 독자가 찾았다. 덕분에 2년을 버티고도 살아남았다. 이 사회학자가 결국 배운 건, 서점 주인의 시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었다. 말투도 바뀌고 어깨에 힘도 빠진 그는 영업의 달인이 됐다. "온라인 서점처럼 5% 적립금은 드리지 못하지만, 정성은 드릴 수 있습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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