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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는 재미있게 하라
2020/10/19  06:01:02  매일경제

영화 '담보' 포스터의 김희원

[이성민의 톡팁스-76]

◆ 소개가 제일 어렵다.

"당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솔직히 사기당한 줄 알았습니다. 허름한 사무실에 원빈 사진 한 장만 달랑 걸려 있었는데, 첫 촬영 직전까지도 이게 사실일까 계속 의심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최근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담보'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김희원. 영화 '국제수사'까지 동시에 개봉해 본의 아니게 전성기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동시 개봉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에 출연하면서 데뷔한 김희원은 2010년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 캐스팅됐다. 연극으로 다져놓은 연기 내공이 있었지만, 단역 2편, 조연 3편을 거친 뒤에, 자신의 연기 경력에 전환점이 된 영화 '아저씨'를 만났다.

1971년생인 김희원은 당시 39세. 19세에 시작한 연기였지만, 부침이 많았던 김희원에게는 뭔가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자리 잡은 나이였다. 단역에서 조연으로 뛰어오르기는 했지만, 배우로 먹고사는 일에 대한 불안이 내심 있었다.

"사실 그때 나는 제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하는 게 중요해서, 제목은 뭐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김희원은 솔직하게 자기 심정을 드러냈다. 영화에 출연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마당에, 제목을 고민할 겨를이 어디에 있었을까. 김희원은 솔직히 이야기했다.

이런 것이 바로 자기소개의 정석이다. 세상에서 자기소개가 제일 어렵다. 자기소개를 한 뒤 3분만 지나면, 어떤 사람인지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소개가 틀렸는지까지 알 수가 있다. 자기소개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 남들이 좋아하게 소개하라.

"결과적으로 이정범 감독님으로서는 무명인 나를 캐스팅하는 게 모험이었을 텐데, 큰 결심을 해준 이정범 감독님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아저씨'는 나를 세상에 알려준 은인 같은 작품입니다. 개봉했던 2010년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데, 개봉 이후 일이 들어와서 10년이 참 빨리 흘렀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잘나가기 시작하면, 과거는 어느새 잊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아쉽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 모습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개구리였던 양 행동하기 십상이다. 개구리보다 올챙이가 귀여운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 귀여운 올챙이가 자라서, 개굴개굴 제 목소리로 소리 내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개구리가 아니라, 올챙이 적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가 있다. 싫든, 좋든, 힘든 과거를 통해 오늘이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오늘을 만든 과거다. 도대체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 소개는 재미있게 하라.

"영화에서 둘이 대립하는 장면이 많아 호흡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날 원빈이 대화를 요청해서, 새벽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귤을 까먹으며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영화 '아저씨'는 원빈의 매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수려한 외모로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절하됐던 원빈에게, '아저씨'는 단비 같은 작품이다. '아저씨' 이후, 원빈은 현재까지 영화를 촬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원빈에게 연기력 논란은 없다.

그런 원빈이었으니, '아저씨'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을 것이다. 당시 김희원에게 원빈은 감히 접근하기 힘든 톱스타. 그런데 원빈이 먼저 김희원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아저씨'에 대한 연기 문제, 이른바 서로 연기 동작의 합을 맞추기 위한 제안이었다.

잔에 술을 채우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었다. 김희원과 원빈은 맨정신으로 '아저씨' 이야기만 나눴다. 인기는 원빈이 앞섰지만, 연기 내공은 20년 차 배우 김희원과 비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빈은 김희원을 인정한 것이었다.

누구나 알 듯, 김희원은 극단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또 20대 후반, 뒤늦게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한 집념파다. 자기 스스로는 공부도 못하고, 딱히 다른 재능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한다지만, 재미있게 들리는 그 말이 가슴을 후벼 판다.


영화 '담보'



◆ 이성민 박사의 톡팁스(말의 요령) : 소개는 재미있게 하라.

"성동일이 형이 추천해 줬으니 하자 싶었습니다. '담보'라는 단어가 나쁜 이미지가 있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아 반전에 대한 매력이 많이 있었습니다. 요즘 현실에서는 판타지적인 내용이지만 웃음도, 감동도 줄 수 있는 미덕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자리 잡은 사람에게는 배려가 있다. 김희원이 그렇다. 자기 공을 전부 남에게 돌린다. '아저씨'에서 주목받은 것은 출연시켜준 이정범 감독에게 공을 돌리고, 본인 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을 배우 선배로 인정해준 톱스타 원빈의 격려에 감사한다. '담보' 출연도 마찬가지다. 추천자 성동일에게 공을 돌린다.

이제 그런 이야기 안 해도 될 상황이다. 성동일, 원빈처럼, 김희원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다. 그래도 김희원은 솔직, 순수하게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그런 가운데 재미가 있는 것이다. 성동일이 김희원을 추천한 이유가 바로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언제든 자기 자신을 소개할 기회가 있다.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할 상황도 벌어진다. 사실 말로 하지 않아도, 살아온 인생 이력이 전부 얼굴에 쓰여 있다. 그럼에도 굳이 입을 열어 이야기를 할 상황이 벌어지면, 근사하게 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라.

남들이 좋아하게 자신을 소개하라. 남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멋있는 사람이 멋있는 척하거나, 잘생긴 사람이 잘생긴 척하는 것만큼 불편한 것이 없다. 그냥 한바탕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명랑, 쾌활하게 소개하라. 멋있고, 근사한 것은 삶으로 보여라.

"소개가 제일 어렵다. 남들이 좋아하게 소개하라. 소개는 재미있게 하라."

[이성민 미래전략가, 영문학·일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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