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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소외된 자들을 위한 위로가 찾아온다
2020/11/22  16:52:22  매일경제

장애인 여성의 사랑을 담담히 그린 영화 `조제`.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돌림병은 인간의 몸을 잠식하고, 기어이 마음마저 무너뜨린다. 우리 이웃이 전염의 숙주라는 불안은 쉽게 몸집을 불린다. 편견의 시선은 차별로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우리 마음속에서는 어느덧 소수자를 향한 커다란 장벽이 선다. 역사를 돌이켜 봐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사회적 약자였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마침 극장가에서 장애인과 경제적 약자, 성소수자를 위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영화 '조제'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담담하게 넘는다. 조제는 하체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 조제의 유일한 삶의 낙은 책을 보고, 할머니의 도움으로 외출을 하는 일. 조제라는 이름 역시 그가 즐겨 읽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달 후, 일년 후'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왔다. 세상이 강요하는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일까. 조제는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새로운 시선을 갈구했다.

사랑은 대개 불현듯 찾아오고, 한번 불을 피운 사랑은 불가역적이다. 조제와 우연히 마주한 영석은 장애인 여성과의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를 고민하고, 그래서 흔들리고 실수한다. 우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어내는 사랑의 생명력을 조제를 통해 들여다보는 의미가 적지 않다. 온실 속 따뜻하게 자란 꽃보다, 고목에서 꾸역꾸역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영화 '조제'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를 한국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주인공 조제 역은 배우 한지민, 남자 주인공 영석 역은 남주혁이 맡았다. 개봉은 12월 10일.


우정이 사랑으로 번지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사진 제공 = 엣나인필름]

코로나가 부추긴 혐오의 시대에서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는 건 어쩌면 성소수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은 경계를 모르는 법이어서, 때로는 성별마저 뛰어넘는다.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그렇게 사랑의 본질을 되묻는다.

주인공 메라비는 동유럽 조지아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다. 섬세한 춤선을 구현하는 그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다. 남성(종목홈) 무용수들은 힘이 넘치면서 박력 있는 동작을 구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용단 오디션을 위해 찾아온 이라클리는 그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 마초적인 외모와 단단한 근육의 소유자지만 사회의 보수적 시선 따위는 구애받지 않는다. 그런 태도와 정신이 매력을 배가시킨다. 선의의 경쟁으로 시작한 둘의 우정은 어느덧 사랑으로 발전한다. 연습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커간다. 여자를 만난 얘기, 몸속에 흉터가 생긴 내밀한 얘기는 몽근한 사랑에 불쏘시개가 돼 준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들은 외친다. "이제 당신이 추고 싶은 춤을 추세요." 개봉은 11월 25일.


가난을 벗어나려 분투하는 `힐빌리의 노래` 주인공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백인 남성이라고 모두 지배 계층인 건 아니다. '와스프(WASP)'가 미국 주류 계급을 상징한다면, 경제 수준이 낮은 백인들은 '힐빌리, 레드넥'이란 멸칭이 따라 붙었다. 지배계급에게 그들은 '화이트 트래시(하얀 쓰레기)'일 뿐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경제적 양극화가 가져온 상처를 보듬는다. 이 지역 출신이면서 실리콘밸리에서 부를 일군 젊은 사업가 J D 밴스가 쓴 회고록이 바탕이다. 영화는 오하이오 미들타운에 사는 '힐빌리(산구석 촌놈)' J D 밴스를 조명한다. 애팔래치아산맥 인근 공업지대가 '러스트벨트(녹슨 지대)'로 전락하면서 공동체는 붕괴되고, 사회적 안전망은 사라진다. 이 공허한 마을에서 주인공에겐 약물에 중독된 어머니와 건강이 좋지 못한 할머니뿐이다. 미래를 향해 성큼 나아가려는 그를 붙잡는 건 힐빌리의 강력한 중력이다. 원작에 비해 할리우드식 뻔한 가족드라마로 남은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회가 혐오하는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공동체의식을 고취시킨다.

밴스는 이렇게 썼다. "우리에게 가난은 가풍이었다. 미국인들은 우리를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고.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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