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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CEO] 공학도가 과학적으로 숙성한 한우…끊임없이 실험하며 최상의 맛 찾죠
2021/01/14  04:03:02  매일경제


"2017년 설립 후 지금까지 벤처캐피털(VC)에서 6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고깃집이요? 푸드테크 기업입니다."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고깃집에 들어섰다. 여느 소고깃집과 다를 것이 없었다. 굳이 특이한 점을 꼽자면 고기를 굽는 화로가 별도 테이블에 놓여 있어 고급스러워 보였다는 점과 가게 한가운데 닫혀 있던 커다란 문을 열자 소고기를 정갈하게 전시한 '소고기 전시관'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소고기 맛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외부와 차단된 숙성실에는 수많은 소고기가 놓여 있었다. 모두 한우였다. 고객 입으로 들어갈 한우가 아니었다. 온도와 습도, 시간 등 환경을 달리한 조건에서 숙성된 뒤 여러 조각으로 잘려 마치 '테이스팅'하듯 연구원들의 평가를 앞두고 있는 한우다. 이곳은 고깃집일까, 연구소일까.

'고깃집의 벤처기업화'가 적당한 단어일까. 푸드테크 기업 '설로인' 이야기다. 설로인 본점에서 매일경제신문 비즈타임즈와 만난 변준원 대표는 "설로인은 육류 e커머스 회사를 표방한다"며 "고객들이 일관된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도축, 숙성, 가공, 판매까지 일련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시스템화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로인은 '프리미엄' 한우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2018년 7월 한 TV 프로그램에 한우 오마카세 맛집으로 소개되며 이름을 알렸다. 2017년 설립 후 설로인은 강남 압구정에 매장 단 한 곳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원 수준. 2019년 30억원 대비 3배나 급상승했다. 변 대표는 "매출의 70%는 온라인 판매가 차지한다"며 "특히 온라인 판매의 80%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따로 늘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설로인의 가장 큰 강점은 레스토랑에서 구워먹는 소고기와 온라인으로 주문해 집에서 먹는 소고기 맛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우리가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계속해서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가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학 4년과 직장 4년 등 총 8년 동안 실험이 몸에 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졸업하자마자 (주)한화에 입사했다. 엔지니어라면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미사일을 만드는 여수 공장에서 실무를 익혔다. 29세가 되던 해인 2011년 20대가 끝나기 전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하다 보니 무모하게도 '나도 창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창업을 결심하고 아이템을 찾던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육포인 '빌통'에 관심이 갔다. 한국 시장에 없는 만큼 국내에서 만들어 팔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때부터 공학도 기질이 발휘됐다. 집에 나무로 커다란 박스를 만들고 필라멘트 전구를 붙여 '소고기 건조기'를 만들었다. 소량 생산에 성공했다. 맛은 괜찮았다. 용기를 얻어 대량 생산을 위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작은 식품시설을 인수했다. 6개월 동안 상품 개발에 나섰다. 변 대표는 건조 온도와 시간, 레시피 등을 수시로 바꿔가며 끊임없이 연구했다. 하지만 실험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와 애를 먹고 있었는데, 문득 '같은 소고기를 사서 건조 환경을 같게 유지했는데 맛이 다른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변 대표는 "소고기 맛을 균질하게 표준화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싼데 품질과 맛이 다른 한우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먹어도 항상 최고의 맛을 유지하는 한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기존 육포 사업 아이템인 르통을 피벗해 현재 설로인을 창업하게 되었다.

설로인은 서울 삼성동 작은 정육점과 지하 육가공장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목적은 간단했다. '한우를 숙성시키고 가공해 최고의 맛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 설로인은 가장 좋은 원육 단계(소를 길러서 도축한 상태)의 소를 선별한 뒤 가공·숙성을 통해 높은 수준의 고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기로 하고 먼저 접근할 수 있는 영역에서부터 시작했다. 소를 키우는 데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소 사육부터 나서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설로인은 숙성과 가공을 통해 상품의 품질을 빠르게 올려 나갔다. 변 대표는 "숙성에 따라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며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며 "다만 시간에 따라 숙성과 부패가 동시에 진행되기에 부패는 억제하면서 숙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주를 어떻게 제거하는지, 숙성이 완료된 고기를 어떻게 포장해야 맛이 유지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여러 VC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의 설로인이 갖고 있는 '맛'이 탄생했다. 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소고기 숙성, 보관, 포장, 가공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논문을 빠짐없이 읽었다고 했다.

2019년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설로인은 지난해 매출 약 100억원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추석 명절 기간에만 선물세트가 20억원 이상 팔리면서 배달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변 대표는 "많은 주문이 밀려들면서 전 직원이 포장하고 배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한 시기였지만 고객에게 불편을 드린 운영 시스템 문제가 드러났기에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설로인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현재 압구정 공장 3배 규모로 물류 센터를 증설하는 등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 증가로 나름대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설로인은 올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R&D를 통해서다. 소의 사료, 사육과 관련된 좋은 원육을 만들어가는 연구는 이미 시작했다. 나아가 바이오 벤처기업과 손잡고 유전자 단위에서 좋은 소를 만들어 가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꿈은 당연히 벤처기업인들의 꿈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가입이다. 이를 위해 현재 30명인 직원도 올해 상반기까지 60명 규모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변 대표는 "설로인은 소를 넘어서, 최고 수준의 고기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자체 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미트 버티컬 커머스 기업"이라며 "한우 시장의 판도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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