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속보 뉴스검색
속보
전체기사
증권속보
시황속보
이벤트속보
속보
[Books&Biz] 다가오는 인구절벽…금리마저 뛰기 시작하면?
2021/01/14  04:03:02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벽두부터 충격적인 소식은 '인구감소'였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는 뉴스였다.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면서 1년 전보다 인구가 약 2만명 줄어든 것이었다. 인구감소는 사실 예견된 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빨라질 줄 몰랐다는 게 충격의 핵심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추계보다 약 9년 이르다.

인구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나다. 내수·재정·연금 등 전 영역에 충격을 안겨준다. 생산인구가 줄고, 돈 쓸 사람·세금 낼 사람도 없는데, 국민에게 내줘야 할 연금만 늘어난다면, 국가가 과연 존립할 수 있겠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득해지는 질문이다.

이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관록의 이코노미스트 두 명이 머리를 맞댔다. 올해 84세인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와 독립 리서치 회사인 토킹 헤즈 매크로의 창업자이자 이코노미스트인 마노즈 프라단 창업자가 그들이다. 둘은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만났다. 프라단 창업자는 모건스탠리의 글로벌이코노믹스팀을 이끌다가 독립 리서치회사를 창업했고, 굿하트 교수는 80세까지 모건스탠리의 거시경제 컨설턴트를 맡아오다 몇 해 전 그만뒀다. 두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 정책의 가장 큰 변수가 인구수인데, 인구라는 변수가 그동안 너무 무시됐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다 2005년부터 인구변화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과물로 나온 책이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이다.



'인구 대반전'으로 번역 가능한 이 책은 책이라기보단 조금 긴 경제학 논문에 가깝다. 표와 그래프가 풍성하고 가설을 통계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하다. 어려운 것 같은데 술술 잘 읽힌다. 저자들의 필력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지금 한국에서 꼭 고민해봐야 할 내용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약 30년간 전 세계가 저금리를 즐길 수 있었던 대전제는 인구증가 덕분이었다고 본다. 중국의 인구증가뿐만 아니라 러시아 붕괴 이후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 증가는 글로벌 노동시장에 공급을 늘려놨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동유럽의 노동인구(15~64세)는 급격히 증가해 2000년 2억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 근로자들의 노조가입률은 현저히 낮아졌고,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상품가격 또한 오르지 않았다. 상품가격은 되레 떨어졌다. 제조업 생산기지가 저임금 국가로 빠져나가는 글로벌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저금리 혜택을 본 이들은 저개발국의 노동자와 선진국 자산가들이었고 그 결과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됐다.

그런데 2020년대 전 세계 인구구조의 대반전이 시작됐다. 선진국과 중국의 인구는 고령화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노동자 1인당 부양해야 하는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복지 비용 부담이 급증한다. 이 와중에 중국이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선회했고, 미국은 공장을 리쇼어링하면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역주행'이 시작됐다.

'인구 대반전'은 세계 경제에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첫째, 고성장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인구가 늘지 않고 심지어 줄어드는데 성장률을 높일 묘안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전 세계적으로 저물가의 디플레이션 기조가 사라지고 인플레이션 기조가 되살아날 것이다.

1인당 부양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소비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결국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공급이 줄고 임금이 상승해 인플레 압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셋째, 인플레 압력이 돌아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재점화된다. 마지막으로, 저금리에서 탈피하면서 빈부격차 등 불평등 문제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반박할 만한 근거는 상당하다. 우선, 고령화의 최우선 주자인 일본 경제가 있다. 일본은 초고령화가 30년 전부터 진행됐는데 고금리는커녕 마이너스금리에서 허덕이고 있다. 둘째, 중국이 아니어도 글로벌 고령화를 상쇄할 만한 나라들이 있다. 늘어나는 인도, 아프리카의 인구는 물론 아시아권 여성들이 노동인구에 편입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또 노동인구가 늘어나 생산력을 높이고,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더라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자동화가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고령화·인구감소와 함께 금리인상까지 나타나는 사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한국 경제에도 이런 상황은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가계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노부모와 성인 자녀들까지 부양가족이 돼버렸는데, 매달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는 오르기만 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상황이지만 각국 중앙은행·재무부를 비롯한 통화·재정정책 담당자라면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어떤 수치가 정책의 측정 목표가 되면, 지표로서 가치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가령 정부가 집값을 목표로 삼고 인위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 설령 집값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이 항목은 경제지표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이 법칙을 만든 이가 바로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의 저자 굿하트 교수다. 우리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매년 예산을 증액했지만 출산율은 되레 급감하고 인구감소까지 직면했다. 이제 굿하트의 법칙에 따라 과녁 자체를 바꿔야 할 시점이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예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줄달기 목록을 불러오는 중..

회사소개 회사공고 인재채용 광고안내 이용약관 법적고지 개인정보보호정책 사이트맵 고객센터 맨위로
Copyright ⓒ ㈜팍스넷,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