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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내로남불 2500년 전에도 있었다
2021/01/21  09:30:03  매일경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매경DB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51] 교수들은 지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습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죠. 이중잣대 또는 내로남불과 비슷한 말입니다. 이 말을 고른 것은 아마도 '조국 사태' 때문일 겁니다. 남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작 가족의 편법과 불법을 변명하는 것에 많은 사람이 실망했으니까요. 정치적으로 그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은 내로남불의 종결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도 이 사건에 회의를 느껴 정계를 은퇴하는 사람까지 나왔으니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힐 만합니다.

정치인의 이중잣대 또는 내로남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500여 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진(晋)나라 실권자였던 조돈이 주인공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진(秦)나라는 진(晋)나라 군주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틈을 타 전쟁을 일으킵니다. 이에 조돈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진(秦)나라 공격을 막을 진용을 짭니다. 이때 한궐이 군기와 군대의 규율을 담당하는 사마로 임명됩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돈의 집에서 자랐고 커서는 조돈의 문객이 될 만큼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는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진(晋)나라 군대가 막 도성을 출발할 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납니다. 갑자기 군대 가운데로 수레 한 대가 밀고 들어왔던 겁니다. 한궐은 이를 보며 수레꾼을 질책합니다. 그러자 수레꾼은 대답합니다. "중군 사령관인 조돈 상국께서 차 마시는 도구를 갖고 오는 것을 잊으셔서 제가 군령을 받들어 지금 특별히 가져가는 중입니다." 이에 한궐은 엄중하게 명령을 내립니다. "군대의 진용이 이미 엄정하게 정해졌거늘 어찌 수레를 타고 난입할 수 있단 말이냐. 군법에 따라 수레를 부수고 수레꾼은 마땅히 참수할 것이다." 깜짝 놀란 수레꾼은 항변합니다. "이는 (당신의 상관인) 조돈 상국의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한궐은 그러나 이렇게 말하며 끝내 형을 집행했습니다. "나의 직위는 사마에 머물러 있지만 군법만 알지 상국의 명령은 모른다."

이 일은 즉시 조돈에게 전해집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한궐이 처벌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감히 총사령관의 수레를 부수고 수하를 죽였으니까요. 그러나 조돈은 한궐을 불러 예우하며 말합니다. "임금을 섬기는 자는 함께 일하면서 파당을 짓지 않는다고 했다. 그대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니 내가 추천해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더 힘써 주기를 바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조돈의 대범함에 감탄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의를 앞세우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이 일이 있은 직후 벌어진 상황에서 조돈은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그에게는 조천이라는 사촌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는 군주의 선친인 진양공의 사위이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높은 지위만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습니다. 전쟁 중에 그는 총사령관인 조돈의 명령을 무시했습니다. 공을 세우겠다는 욕심에 자기 마음대로 전투에 나서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던 겁니다. 거의 모든 장수들이 그런 그를 따르지 않았고 오직 서갑이라는 사람만 추종했습니다.

조돈은 적을 격파하기 위해 매복 작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매복은 비밀이 생명입니다. 이미 총사령관이 결정했고 은밀하게 작전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조천은 전면전을 주장하며 적의 군문 앞에 가서 우리가 매복 작전을 할 것이라고 고함을 칩니다. 바로 싸움을 벌이자는 것이었죠. 이런 식으로 1급 기밀을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겁니다. 결국 조천의 경솔한 행동으로 진(晋)나라는 전쟁에서 크게 승리할 기회를 잃습니다. 한궐이 적용한 군법에 따르면 조천의 잘못은 마땅히 참수해야 할 큰 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조돈은 의외의 판결을 내립니다. 선군의 사위이고 자신의 사촌 동생이라는 이유로 사면한 것이죠. 조천을 따랐던 서갑만 삭탈관직하고 다른 나라로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직급이 낮았던 수레꾼은 작은 잘못으로 참수되는 것을 용인했으면서 자신의 사촌 동생은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은 행태는 엄연한 내로남불이자 이중잣대입니다.

조돈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군주를 시해하는 과정에서도 애매한 결정을 내립니다. 이 때문에 역사가의 호된 질책을 받게 됩니다. 조국과 조돈의 내로남불 또는 이중잣대는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2500여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얘기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에게는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고 남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내로남불은 권력자와 정치인들이 벗어나기 힘든 굴레인가 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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