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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미투의 종착점
2021/02/23  18:00:17  매일경제


중학교 때였다. 학교 정문으로 질러가는 으슥한 골목길에서 우리반 친구를 만났다. 그와는 가끔 장난을 치며 지내는 사이였다. 놀랍게도 그는 덩치가 작고 어리숙해 보이는 학생을 윽박지르면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학생은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꺼냈다. 동전 몇 개가 눈에 띄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친구는 잠시 당혹해하더니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했다. 말로만 듣던 '삥 뜯기' 현장을 이렇게 처음 목격했다. 그것도 잘 아는 친구가 가해자였다! 고등학교 때는 대놓고 삥 뜯긴 건 아니지만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야구부였던 우리반 아이에게 시계를 빼앗겼다. 하루만 빌려달라고 해서 줬는데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유명 배구선수의 학교 폭력 폭로를 시작으로 연이어 터져나오는 '학폭 미투'가 까맣게 잊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만약 그 친구들이 유명인이 돼 방송이나 언론에 나온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것도 세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 학폭을 살짝 엿보았던 나도 용납하기 어려운데 피해 당사자라면 참을 수 있을까? 예전엔 학폭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다. 혈기 방장한 청소년 시절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깊은 내상을 안은 채 평생을 살아야 했다. 학폭 미투는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가해자를 찾아내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단계에서 끝나선 안된다. 성폭력이든 학폭이든 미투의 궁극적 목표는 치유와 재발 방지에 있다. 완전한 치유는 진정한 사죄와 용서가 전제돼야 한다. 사과하는 시늉만으론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재발 방지는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어떤 이유로든 부당한 괴롭힘과 폭력을 은폐하려는 시도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화와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투의 종착점은 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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