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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돋보기] 명도 쉽지않은 종교시설…재개발사업 변수 부상
2021/12/03  04:01:04  매일경제

서울 강북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종교시설에 대해 법원 집행인력이 명도집행에 나서자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강북의 한 재개발 조합이 종교시설 명도와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재개발구역에는 상업시설이나 교육시설, 종교시설 등 다양한 비주거시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재개발사업의 주목적이 주거환경 개선에 있고 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원의 다수를 차지하니 조합 운영도 주택소유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조합과 비주거시설 소유자들 간 갈등은 주택사업인 재개발·재건축 속성상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신축 주택을 분양받는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혜택을 직접 누리게 되지만, 비주거시설을 경제활동의 근거로 삼는 소유자들은 주변 사업 환경이 극적으로 변모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주·철거 시부터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최소 3년 이상 사업 근거지를 상실하는 고통도 견뎌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희생이 다른 사업 반대자들, 예컨대 주거시설 소유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긴 어렵다. 재개발사업으로 거주공간을 잃는 것과 생업 현장을 잃는 것 중 어느 쪽이 중대한 침해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생업의 터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에 필수 요소인 주거 공간이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 역시 소유자들을 단순히 사업 참여자인 조합원과 사업 이탈자인 현금청산 대상자로 구분할 뿐 일일이 건축물의 개별 용도에 따라 달리 규율하지 않는다.

종교시설도 마찬가지다. 종교시설 소유자(보통 신도 전체의 소유인 '총유'로 인식된다)가 사업에 참여하면 조합원이고,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뿐이다. 조합원이 되면 정비사업의 비용 분담과 수익 분배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현금청산 대상자라면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대신 협의나 수용 등 절차를 통해 산정되는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다.

법적으로는 이렇게 단순한 종교시설 명도 이슈가 재개발사업 발목을 잡는 비상 상황은 종교시설의 특수한 영향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시설의 영향력은 시설의 규모나 신도 수, 성향, 대표자 역량과 의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과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협상력을 과시하며 원하는 만큼 이익을 실현하는 종교시설도 있다. 대체로 조합에 대한 종교시설의 요구는 관습화돼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정형적이어서 서울시가 '종교시설 처리방안'이라는 지침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정도다.

서울시 지침은 종교시설 존치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하게 이전할 때는 기존과 같은 면적으로 용지(대토) 제공, 기존 건물 연면적에 상응하는 건물 신축비, 종교 물품 제작 설치비, 사업 기간에 사용할 임시 장소, 종교시설 이전비 등을 모두 조합이 마련하거나 부담하도록 한다.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관행과 어우러져 종교시설 보상에 관한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통한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은 모든 자산의 가치를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하고 그 평가 결과를 분배나 보상의 기준으로 삼도록 한 도시정비법 체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도시정비법 관점에서 본다면 서울시 지침은 '같은 면적의 용지 제공'만으로도 종교시설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 개발 전후 토지는 단위면적당 가치 차이가 상당하기에 같은 면적의 대지를 제공하는 것은 그 차액에 해당하는 개발 이익을 종교시설에 직접 배분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종교시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보상 기준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섣불리 찬성하기 어려워진다. 현시점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공평한 '감정평가를 통한 가치 배분'이라는 도시정비법 체계는 평등원칙이나 정당한 보상 등 헌법적 가치와도 연결된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쉽사리 예외를 인정하거나 허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곧 종교시설을 특별 취급하지 않는 현 도시정비법 보상 체계가 불공평하거나 불충분하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 법원도 종교시설 소송에서 도시정비법의 규율 체계에 별문제가 없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향후 종교시설의 특수성이 도시정비법에 반영되더라도 조합원이나 다른 현금 청산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하면 법 개정 폭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도시정비법 규율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없으니 갈등 국면에서 종교시설이나 조합이 취할 수 있는 카드도 타협 아니면 법 실현 외에는 없다. 종교시설이 현실을 인정하고 성에 차지 않는 조합 안을 수용하든가 조합이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과 사업비 부담 증가를 감안해 다소 무리하더라도 종교시설의 요구를 받아들이든가. 그도 저도 아니어서 결국 법원을 통해 해결책이 도출됐다면 그 판결의 집행에 예외나 양보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갈등 해결의 최후 방안으로 선택된 법원 판결의 집행은 그 자체로 법의 지배이자 법치주의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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