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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시각] 모든 것이 흘러가는 시대의 장인정신
2022/01/22  00:04:28  매일경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오일남' 역으로 출연했던 오영수 배우가 한국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콘텐츠와 배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에 함께 기뻐했다. 어찌 보면 코로나19와 정치적 갈등 등으로 매일 인상을 찌푸리며 살았던 시대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소식처럼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상 수상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마음 깊이 '기뻐'하는 이유는 꼭 그들이 '한국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꾸준함 또는 어떤 장인 정신에 대해 깊이 감화를 받았을 것이다.

오 배우만 하더라도, 40여 년간 극단 생활을 할 정도로 오랫동안 연극계에서 '장인'으로 활동해왔다. 그의 그런 꾸준함은 분명 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측면이 있다. 무수한 콘텐츠나 사람들이 매일 뜨고 진다. 유행하는 것에 다 같이 몰려다니면서, 어제 최신의 것이 오늘 식상한 것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핫플레이스였던 곳은 어느 순간 파리가 날리는 시시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래퍼 베이식의 노래 가사대로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도 반짝 인기를 줄 뿐 '3개월'만 지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가장 최신의 것들이 금방 가장 헌것이 되는 그런 '정신없는' 사회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그저 '자기만의 일'을 한 존재는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 오 배우는 수상 다음날에도 곧바로 다시 무대로 가서 수십 년간 해왔던, 원래 '하던 일'을 그저 똑같이 했다고 한다. 화려한 성공만을 너무 갈망하고 성공 후에는 도취되어 '플렉스' 하기 바쁜 우리 시대에, 그저 '나도 꽤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하고는 다시 연극을 하러 가는 사람이란, 참으로 드물고 기이하기도 하다.

어찌나 정신없는 세상이 되었는지, 얼마 전에 그토록 열풍이 불던 '레트로'계 가수들이라든지, 온갖 영역의 유튜버들이라든지, 그 밖의 작가나 유명인사 등 무수한 사람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혜성처럼 시야에서 탈출해버리곤 한다. 그런 와중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상을 받거나 부를 얻거나, 어찌되었든 그저 자신이 수십 년간 해왔던 일을 다시 묵묵히 하러 가는 사람의 존재는 감동스럽다. 그 또한 대중에 의해 쉽사리 소비될지 몰라도, 그의 삶은 굳건하게 여생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는 그럴 거라는 믿음을 주어서 고맙다.

한편으로는, 오 배우의 삶에서 우리 시대 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힌트 같은 것을 엿보기도 한다. 물론, 고집스럽게 한 분야에서 자기 삶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너무 '고인 물'이 되어 세상의 흐름에 도태되는 것도 경계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오 배우의 삶만 보더라도, 영화나 드라마 등에 출연하면서 자기 연기의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만 하더라도, 연극배우가 다른 매체에 출연하는 건 '불순'하다며 비난 받기도 했을 것이다. 순수문학 작가가 장르소설을 쓴다고 질타를 받던 시절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만의 고집을 이어오면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드라마라는 가장 최신의 장르에 나서는 걸 꺼리지 않았다. 고집을 가지되 아집이 되지 않았고, 새로운 시대에 눈과 귀를 열어두었다.

우리 시대의 꾸준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온통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 가운데서도, 자기만의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시대의 감각에 열려 있는 것이다. 폐쇄적이 되지 않고 유연하게 세상의 흐름이라는 걸 숨 쉴 수도 있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흐름을 자기만의 호흡으로 '숨 쉬기'란 한 분야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만이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고집스럽게 자기의 삶을 살되,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 진짜 장인들이 하는 일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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