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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대비해야
2023/11/21  06:00:00  데일리임팩트

11월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제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21개국 정상급 지도자가 참가하여 양자 간, 다자 간 협의를 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관심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의 양자 회담에 쏠렸다. 그 이유는 양국 간의 갈등이나 협력 여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15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양국이 군사 분야 등에서는 협력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수출 및 투자 규제,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회담의 구체적 성과는 미중 정상 간 핫라인 개설,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고위급 소통 등 군사대화 재개에 합의하고,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개최, 중국산 펜타닐의 미국 반입 저지 협력, 인공지능 관련 정부 간 대화 개시, 내년 초 항공편 증편, 교육·유학생·청년·문화·체육 분야 교류 확대 등이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간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한 대만 이슈와 수출 및 투자 규제 등과 관련한 핵심 이슈에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양국 정상의 발언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고,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만 이슈와 관련, 시 주석은 강한 어조로 "대만을 반드시 통일시킨다"면서 "미국이 대만 무장 지원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또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군사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도를 들었지만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이 대만 해협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자제하고,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내년 1월의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자국에 우호적인 정당이 집권하도록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수출 및 투자 규제와 관련해 시 주석은 미국이 경제, 무역, 과학기술 영역에서 중국에 대한 일방적 제재를 취소하고 중국 기업에 공평·공정·비차별 환경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에 맞서는 데 사용될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오히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시장경제에 반하는 경제 관행,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강탈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돌파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다만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이번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미중 간의 군사적 가드레일(guardrail)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이 중국 측 스파이 풍선을 격추한 후 중국은 미 국방장관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작년에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군사통신을 끊었다. 게다가 미 국방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핵무기 보유량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미군을 저지하려는 위험한 행동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다.

만약 양국의 군사 활동이 본의 아니게 군사적 충돌을 야기한다면 매우 위험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벌써 미국은 2개의 전쟁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데, 만약 동아시아에서 미중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절실한 과제이다. 미국 대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바이든이 새로운 군사적 행동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 후 미국이 미중 군사대화 채널 복원을 중요한 성과로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통해 국내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 주석이 임명한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이 해임되고, 인민해방군 로켓군 장성들과 핵 미사일 담당자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되었다. 이들이 교체된 이유는 불분명한 채 소문만 나돌 뿐이다. 이러한 공산당 지도부의 스캔들은 시 주석의 정치적 리더십에 손상을 주고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 경제는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기록,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의 경제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적어도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 주석은 정상회담 직후 미국 기업인 300여 명과 만찬을 하면서 대중 투자 확대를 도모하였다.

한편 미국이 대만 카드를 활용하여 중국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시 주석으로서는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을 향해 강한 어조로 중국의 요구를 제시하는 모습을 중국 언론을 통해 홍보함으로써 중국 인민들에게 자신의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또 미중관계를 잘 관리함으로써 무역이나 투자가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미중 정상회담 관련, 우리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는 미중 간의 무역(공급망) 갈등 해소 여부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앞으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어 대중 무역 통제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이미 주요 광물의 수출 통제에 나섰다. 배터리 산업에 중요한 흑연 수출을 12월부터 통제한다고 지난달에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 보고를 의무화하였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흑연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가 90% 이상이기 때문에 만약 미국에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해 중국이 흑연수출을 통제할 경우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과 실리외교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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