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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일회용품 대책, 총선용 아니다”는 환경부 입장에 대한 단상
2023/11/21  06:00:00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11월 2일. 일상의 취재였다. 이달 24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 관련 기사를 준비 중이었다. 환경부가 사실상 계도 기간 연장 수순에 들어갔으며 관건은 품목 범위가 될 것이란 내용의 전망 기사였다. 오전 10시 26분 환경부 일회용품대책추진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진=픽사베이.
준비한 질문을 이어 나가다 뜻밖의 정보를 알게 됐다. “장관님께서 직접 현장에 가시겠다고 해서...”라고 했다. 환경부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장차관 ‘주간 일정표’상엔 한화진 장관은 베트남에 있어야 했다. 일정표에 따르면, 한 장관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국-베트남 환경장관회의 참석’한 뒤 11월 3일부터 4일까지 ‘한·일·중 환경장관회의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해당 관계자와 전화를 끊자마자 환경부 대변인실에 “장관님 베트남에서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대변인실 관계자는 “장관님은 베트남에서 바로 일본으로 가십니다”라고 했다. 이에 기자는 환경부 내부 관계자에게 “일회용품대책추진단 관계자에게 한 장관이 이날 오후 5시 30분 예정된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제 대상(종목홈) 매장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곧이어 답이 돌아왔다. 그는 환경부 내부망 화면을 캡처해 보여 줬다.

해당 화면엔 ‘(장)일회용품 현장 방문, 일시: 2023.11.02 오후 05:30-오후 06:30(1시간), 장소: 수도권’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2일 오전 8시 34분에 업데이트된 정보였다. 베트남에서 일본으로 바로 가는 일정이 변경돼 한국 들렀다 출국한다고 했다. 장관실에 다시 물었다. ‘장관 일정 변경이 맞다’는 답변이 재차 돌아왔다. (그런데도 4일 일본 나고야 ‘한·일·중 환경장관회의’ 현장에서 기자가 잠시 만난 한 장관에게 일정 변경 건에 대해 물었더니 한 장관은 ‘일정 변경이 아니다’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국장도 한 장관을 거들었다.)

한 장관은 당일 아침에 해외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참석한 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소상공인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표 자격인 장관이 직접 참석한 이 간담회 닷새 후 환경부는 한 장관의 약속대로 소상공인들을 정말 활짝 웃게 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환경부의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물론이다.

지난 7일,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24일부터 시행키로 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 방안’ 브리퍼를 자처했다. 그의 취임 후 첫 대언론 브리핑이었다. 그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환경부가 표심을 위해서, 정권을 위해서 결정한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해명해 달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것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고,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며 “저희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서 일을 하진 않는다.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을 작년에 정해서 올해 11월이었고, 계도 기간에 맞춰서 저희가 발표를 한 것이기에 총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임 차관의 말대로 2년 전 일회용품 규제 강화 정책을 만든 것은 전 정권이라도, 1년 전(11월 3일) 1년 간의 계도 기간을 운영키로 결정한 것은 현 정권이다. 그리고 내년 총선은 작년 11월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임 차관의 말대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로 인한 비용의 대부분을 소상공인 등이 짊어져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경우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정책은 ‘숙제를 언제까지 하라’고 해 놓고선, 정작 마감 기한이 임박하자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꼴이다. 숙제를 한 사람들만 바보로 만들었다. 임 차관은 브리핑에서 숙제를 한(제도 시행에 맞춰 다회용품 등으로 교체한) 소상공인들에게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숙제를 안 한 소상공인들도 숙제를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지난 1년 간의 계도 기간 중 소상공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테니 숙제를 해 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소상공인들도 살리고 환경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데드라인이 임박해서 숙제를 안 한 소상공인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 주니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총선용 정책으로 오해받는 수많은 선심성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총선용 정책’ 여부는 애초에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팩트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의견의 문제다. 즉 어떤 누군가가 총선용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총선용 정책이 되는 것이다. 그뿐이다. 이런 점에서 임 차관이 그저 간명하게 “총선용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겠으나,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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