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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게 벌고 빨리 은퇴하라… 자유를 산다"
2019/09/18  00:45:19  이데일리
- 최대한 많이 벌어 최대한 빨리 은퇴…
- '돈보단 시간' 삶의 만족 극대화 위해
- 절약·저축·투자…파이어족 실행 내놔
- ▲파이낸셜 프리덤|그랜트 사바티어|480쪽|반니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벌어놓고 속히 은퇴해라”는 정언명령을 내놓고 저자 그랜트 사바티어는 극단적인 절약과 저축, 투자를 축으로 한 ‘부의 공식’을 다시 쓴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은퇴 이후 가치있는 삶을 보장할 자유를 사기 위해서라고 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디서 해고됐는지 어쩌다 잘렸는지 아무것도 묻지 말자. 조직논리에서 밀린 정규직이었는지,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비정규직이었는지, 존재감 없는 아르바이트였는지 그런 것도 따지지 말자. 청년실업·소득불평등, 사회구조적 모순이란 게 얽히고설킨 근본부터가 잘못이다? 맞다. 하지만 여기선 그조차 곁가지일 뿐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젠데? 문제는 말이다. 통장잔고다. 해고든 잘렸든, 직장을 나와 통장을 열어보니 달랑 2달러 26센트(약 3140원)뿐이었단 건데. 20대 중반 창창한 나이에 3년 동안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하다 다시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으로 인생을 역행하게 생겼다는 게 문제인 거다. 2010년 일이다.

이쯤에서 끝났으면 궁상스토리나 반항스토리로 대충 마무리됐을 거다. 그런데 드라마틱한 반전이란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스물네 살 청년이 5년 만에 100만달러(약 11억 8000만원)를 모았고, 그 이듬해인 서른 살에 완벽한 재정적 독립을 이뤄냈다니. 게다가 그 비결이 몹시도 궁금한 이들에게 던진, “합법적·윤리적(!) 기회를 통해 돈을 벌 방법을 마련했다”는 이 대목은 또 어쩔 텐가.

미국 CNBC가 ‘밀레니얼 세대의 백만장자’라고 칭한, 캥거루족 출신 청년이 그 주인공이다. 이후 그는 1000만 구독자를 거느린 ‘밀레니얼머니’ 사이트를 운영한다. 미친 듯 돈을 벌어놓으니 그제야 뭐가 좀 보였던 거다. 나름의 돈 철학도 생겼는데. 한 문장으로 뽑으면 이거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벌어놓고 속히 은퇴해라, 20대든 30대든 망설이지 말고.” 그냥 남은 일생 편안하게 살자고? 그건 아니란다. 목적은 분명하다. 돈이 아니고 시간이다. 남은 인생에서 ‘자유를 얻을 시간’. 그토록 악착같이 돈을 버는 건 그 자유를 사기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남는 건 ‘어떻게’가 아닌가. ‘합법적·윤리적 기회’란 게 대관절 뭔가. 책은 그 답이다. 전략·습관·기술·마음가짐 등등. 책은 글로벌하게 먹히는 ‘자기계발서 통합편’쯤 된다.

△“스스로 불태워라”…‘파이어운동’ 배경짐작하겠지만 책은 단기간에 부자가 된 성공사례를 푼 게 아니다. 돈 모으기 천재성을 보이자는 것도 아니고, 사기성 농후한 돈 벌기 노하우는 더더욱 아니다. 대신 평생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제나 재무상태, 투자상황에 관계없이, 또 그토록 중대한 이슈인 ‘사회구조적 모순’도 비켜가면서 말이다.

그저 신기한 개인기로만 볼 게 아닌 이유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뒤 미국에선 열풍이 분 ‘파이어운동’을 배경으로 하니까. 절약과 저축, 투자를 골자로, 독하게 아끼고 모아 조기은퇴를 목표로 하는 이른바 ‘불태워라 운동’. (사실 파이어 ‘FIRE’는 경제적 자립 ‘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은퇴 ‘Retire Early’를 합친 조어다.) 그러니 “지금 스스로를 불태워 은퇴시기를 앞당겨라. 그리고 남은 시간 당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는 거다.

과연 저자는 어떻게 불태웠는가. 우선 개인 금융 관련 책이나 투자가이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단다. 복리후생 혜택이나 인맥쌓기 용으로 일반회사를 다니기도 했지만 얼마쯤 지나선 아예 회사를 차려버렸다, 두 개씩이나. 그러곤 틈틈이 부업까지. 처음엔 수입의 25%를 저축하다가 40%, 어떤 달은 80%를 넘겼고. 그렇게 5년쯤 지난 어느 날 보니 순자산 125만달러(약 14억 9000만원)가 찍혀 있더란 얘기다. 복권에 당첨되지도, 유산을 상속받지도 않았고, 인기 있는 앱을 만들어 구글에 판 것도 아니고, 은행을 털지도 않았다. 물론 주식투자는 했고 수입·저축을 극대화하려 생활방식을 바꾸긴 했지만.

이 과정을 이해하려면 저자의 특별한 셈법을 먼저 알아두는 게 좋다. “빨리 은퇴할수록, 20∼30대라도, 65세에 은퇴하는 일반 직장인보다 돈이 적게 든다.” 30세에는 60세에 필요한 것보다 적은 돈으로 은퇴할 수 있고, 나이가 젊고 더 오래 돈을 남겨둘수록 돈이 늘어날 시간도 길어진다는 논리인데. ‘복리’가 30년간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투자포트폴리오에서 3∼4%를 인출한다고 해도 60세가 될 땐 적어도 3∼4배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

저자가 특히 강조한 건 복리다.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라 했던 아인슈타인까지 대동해 놀라운 효과를 반복해 강조한다. 투자를 늘리지 않아도 시간만 보태면 돈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말이다. 그 ‘돈이 돈을 버는 마법’은 책장 곳곳에 등장한다.

완벽하게 비례하지 않는 돈과 시간의 관계도 확실히 해뒀다. 돈을 더 벌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시간을 희생할 필요가 없단 뜻이다. 돈 관리를 위해 하루 5분씩 시간을 들일 것, 가장 수익성 좋은 부업은 불로소득, 세금공제를 최대한 활용한다 따위의 소소한 팁은 차고 넘친다. 요약하자면 위험 최소화, 수수료 최소화, 세금 최소화, 수익률 극대화다.

△고전적 ‘인생공식’ 뒤튼 새로운 ‘부의 공식’특출한 누군가의 성공스토리만일 수 없는 건 우리가 그간 믿었던 인생공식을 뒤튼 파격이라서 그렇다.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다’는 ‘머피의 법칙’이 부당하다고 반항한 거고, 100세시대에 걸맞게 어떤 일이든 최대한 길게 하는 게 장땡이란 상식논리에도 어깃장을 놨다. 의미를 찾아라, 즐거워야 오래한다, 월급 받는 기계가 돼선 안 된다 등, ‘일≠돈벌이수단’이란 고전적인 공식에도 반기를 들었다. ‘인생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뻔한 위로도 넘어선다. ‘인생을 중요하게 만들 돈이 필요하다’는 적나라한 일침이니까.

쉽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경제적 자립’을 넘어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고난의 과정을 ‘은퇴 이후 삶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로 퉁 치는 일이 어디 쉬운가. 한계가 없지도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 얘기’로 틀어버리면 할 말이 없다. 한국사회에서도 가능할까는 또 다른 문제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시도 허투루 살아선 어림없다, 끊임없이 돌려야 엿보기라도 한다는 점에선, 초현실주의도 추상도 아닌 극사실화라는 것. 남는 건 가느냐 마느냐 선택뿐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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