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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악플, 한국서 유독 심한 까닭
2019/10/23  00:07:12  매일경제

설리의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이 악플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악플러에 대한 사전 조치와 사후 조치가 언급된다.

가장 먼저 사전 조치인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여럿 제안되었다. 댓글 작성 시 개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재에서 지적했듯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칫 전 국민을 범죄자로 전제할 수 있다. 아울러 효과 면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줄였는지도 의문이다.

사후 조치로는 현재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단죄할 수 있지만, 좀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도 한다. 나아가 어린 여성에게 집요하게 가한 악플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통해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여성만이 아니라 장애인, 청소년 등 소수자에게 모두 해당된다. 물론 법과 제도의 신설 혹은 강화가 문제의 완전한 해결일 수는 없다.

만병통치약 같은 해결법이 없다 해도 더 나은 접근을 위해서는 제도적·법적인 접근을 넘어 한국에서 악플이 유독 심한 문화적 요인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물리적으로나 네트워크 면에서 과밀 사회이고, 비교 문화가 강하다. 악플러의 심리는 자신들의 처지와 대상자 간에 비교 심리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시기와 질투에 기인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면 악플러가 된다. 특정 인물에 대해 편견과 선입감이 개입하는 경우도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연예인이나 스타일 뿐이다. 비대면의 미디어 환경이 발달할수록 이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예전에는 온라인 게시판이나 포털 기사 정도였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직접적으로 가해진다. 이동 간에 편리한 스마트 모바일 환경은 반대로 언제든 악플에 노출되도록 했다. 이렇게 디지털 고도화는 한국 사회 특유의 쏠림과 집중을 더욱 강화해 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설리의 극단적 선택은 비단 연예인 스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각심이 더 필요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 사회 전체가 SNS 과몰입, 의존증뿐만 아니라 만능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악플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왜 SNS 과잉일까. 일반인도 어느 순간 SNS를 잘 활용하면 셀럽이 되고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 듯싶은 문화 심리가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SNS에 대한 기대를 더욱 심화하는 것인데, 어떤 대상에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다. 누구나 SNS를 통해 성공할 수도 없고, 그 이면에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더구나 SNS 활동을 많이 할수록 관종으로 불리고 악플 테러를 가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하기 쉬워지는데 뜨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하는 존재로 규정되고 범죄 행위인 악플을 정당화하게 된다. 이런 SNS 만능주의 폐해가 공론화되고 있으니 대처가 필요하다.

유아인처럼 악플러와 공개 논박을 벌이면 좋겠지만 범죄 행위는 꼭 처벌받아야 하며, 그 같은 사실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 아직 악플이 범죄라는 인식이 낮으며 처벌 사례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선처는 오히려 재범을 양산하기도 한다. 물론 악플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심리적 약자를 케어하고 매니지먼트하는 공공문화적 연대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시간이 걸려도 쏠림과 과잉이 아니라 분산과 다양성의 문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부정적인 베르테르 효과가 아닌 긍정의 파파게노 효과를 위해 악플과 극단적 선택을 당연시하는 관점도 재고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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