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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성장 늪에 빠진 보험사..출구가 없다
2019/10/23  06:01:06  이데일리
- 판매상품 중 40%가 금리 획정형
- 6% 이상 고금리 비중도 20% 훌쩍
- 금리 역마진 1~3%p 발생 전망
- 해외자산 비중 30%로 제한·국내 투자만으론 역부족
- "해외투자 규제 완화 서둘러야"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보험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초저금리가 지속된다면 투자수익마저 줄어들어 보험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보험업계는 초저금리에 따른 운용자산수익률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운용자산수익률 마저 떨어져 구조적 적자에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최근 신규 판매가 둔화되면서 기존의 고금리 부채 구조의 개선이 쉽지 않은 데다 협소한 국내 채권시장, 외화 투자 규제와 환리스크 등으로 자산운용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보험업계의 제로성장도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과거 일본처럼 국내 보험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역마진 구조·자산운용 한계에 보험사 ‘시름’국내 보험산업에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으로 저금리가 꼽힌다. 특히 과거 연 6% 이상의 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 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금리확정형 비중은 전체 부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이중 6% 이상 확정금리 비중도 20%를 웃돈다. 최근 운용자산수익률이 3%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금리 역마진이 1~3%포인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운용자산수익률 개선을 위해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환헤지 비용과 규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보험사 해외자산 투자 시 일반계정에서 총자산 대비 30%를, 특별계정에서 각 특별계정자산 대비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부담이다. 대규모 증자와 함께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새로운 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 12개 생명보험회사의 자본성증권 평균 발행금리는 4.58%였다. 운용자산수익률이 3%대였던 것을 고려할 때 1%포인트 수준의 금리 역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책임준비금 역시 금리 하락 시 할인율이 낮아져 적립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금리의 절대 수준이 독일이나 일본, 대만보다 높다고 해도 국내 생명보험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역마진 수준이 상당하고 최근 시장 포화상태에 따른 판매 둔화로 부채 부담금리(보험계약자에 지급해야 할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하락세가 더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부채 구조 개선이 어렵다면 적극적인 운용전략으로 초과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데 신 지급여력비율(K-ICS) 도입시 자본비율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위험부담을 가져가는 전략도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 제로성장 시대 진입…日위기 답습하나저금리는 보험업계의 성장성도 가로 막는 요인이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수입보험료 증가율을 ‘제로’로 전망했다. 경기부진과 가계 부채 부담, 시장 포화상태, 저금리 기조 등이 보험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보장성보험의 증가세 둔화, 저축성보험의 감소세 지속 및 해약 증가 등의 영향으로 4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꺼리는 것도 원인이다. 여기에 금리 하락에 따른 보증이율·예정이율 하락도 보험 판매 유인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00년대 전후로 일본에서 일어난 ‘보험사 연쇄도산’과 같은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보험사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경기 부진과 저금리 등으로 역마진이 심화되면서 줄도산 위기를 겪었다. 최근 국내 보험사들의 상황을 두고 당시 일본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 최근 보험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KDB생명과 더케이손해보험의 매각이 결정된 데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잠재 매물로 꼽히고 있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시장 반응이 냉담하다는 점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보험업계 업황이 안 좋은데다 자본확충 부담까지 품고 있어 인수 후보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일본처럼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저금리 기조, 경기 침체라는 측면은 유사하다”며 “당장 보험사들이 파산할 일은 없겠지만 대응이 부실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제도의 점진적 도입과 해외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등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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