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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중국공간·중국신문지…'뒤엉킨 질서' 잡기
2020/01/20  00:35:30  이데일리
- 아라리오갤러리 천위쥔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 전
- 中 현대미술 유망작가 한국 첫 개인전
- 급변하는 사회, 개인사에 덧대 풀어내
- 사람·공간 관심 그린 '신문지 연작' 등
- 회화·드로잉·콜라주·조각·설치 등 30점

중국작가 천위쥔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 건 자신의 작품 ‘11제곱미터의 공간’(2018∼2019) 앞에 섰다. 찢어낸 신문지, 주워온 건물구조물 등을 잘라 붙인 뒤 먹과 아크릴물감을 덧입힌 이 콜라주회화에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세운 서사를 무질서하게 채워 넣었다. 가로길이가 550㎝에 달하는 대작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우리 이야기’란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각자의 환경이 다른, 각자의 형편이 판이한. 그런데도 ‘우리’가 될 수 있단다. ‘중국’이어서 그럴 수 있고, 굳이 중국이 아니라면 ‘아시아’여서 가능하단다. 어차피 서구화·현대화에 피땀나게 적응해온 세월을 공통으로 품은 ‘우리’가 아니냐고.

그래선가. 누가 주인공이든 상관이 없다는 건지. 정작 사람은 찾아볼 수 없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장면을 ‘얼굴’로 걸었다. 찢어낸 신문지, 주워온 건물구조물, 가구에서 떼어낸 조각, 채색한 종이 등을 잘라 붙인 뒤 먹과 아크릴물감을 덧입힌 형상. ‘11제곱미터의 공간’(2018∼2019)이라 작품명을 단 콜라주회화가 먼저 보인다. 세로길이가 2m, 가로길이는 5.5m에 달하는 이 대작에는 작가가 예고했던 대로 우리의 이야기로 세운 서사를 무질서하게 채워 넣었다. 아직은 모호한,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들어야 할 이야기의 간극이 벌어져 있는.

천위쥔(44). 또 한 명의 중국 유망작가가 한국 화단의 문을 두드렸다. 중국 현대미술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그다. 상하이·항저우를 배경으로 활동한다는 그는, 이념에 짓눌려 경직된 화면을 만들어냈던 중국현대미술 1세대 작가군과는 한 걸음 떨어져 있는 2세대 작가. 국가와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한 주제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그들 중 하나다. 그런 그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건 ‘세상사는 이야기’다. 휙휙 급변하는 사회에 우리가 어찌 살아내고 있는가를 자신의 개인사에 덧대 풀어내는 중이다.

천위쥔의 콜라주회화 ‘나무하우스 No.18190911’(2018∼2019). 작가의 관심사라고 한 ‘공간’의 문제가 집·건물 등의 소재를 통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 연 한국 첫 개인전 타이틀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다. 회화·드로잉·콜라주·조각·설치 등 30여점을 걸고 세운 자리에서 천위쥔은 “머리 안에 든 내 경험을 최대한 꺼내려 했다”며 “여기에 모든 삶에서 시작하는 경험까지 얹어 장구한 이야기로 들려주려 한 것”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친절하지 않은’ 세상 이야기‘이야기’가 주는 친근한 어감과는 달리 천위쥔의 작품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가장 큰 이유라면 눈앞에 딱 떨어지는 장면이 보이지 않아서다. “내 주요 관심사는 공간·사람·이주 등”이라고 미리 밝혀뒀지만, 작가에 빙의하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는 은유와 상징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이 한 점을 보자. 온통 무채색 계열인 전시작 중 도드라지게 화사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 작품은 ‘결혼연회’(2018)다. 가로 3m, 세로 2m의 화폭을 강렬한 분홍빛으로 치장한 작품은 집안 대사를 앞두고 모인 가족과 그들을 위한 음식상을 화려하게 펼쳐놓은 것. 그럼에도 정작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대화’가 있단다. “결혼식이든 설날이든 어떤 날이든 상관없다. 모든 식구가 한 식탁에 모여 식사하는 장면이고, 내 삶을 회상한 거니까.”
천위쥔의 ‘결혼연회’(2018). 집안 대사를 앞두고 모인 가족과 그들을 위한 음식상을 화려하게 펼쳐놓았다는 작품에 정작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온통 무채색 계열인 전시작 중 도드라지게 튀는 색감이다(사진=아라리오갤러리).
그나마 공간에 대한 표현은 좀 관대한 편인데, ‘11제곱미터의 공간’이라든가 ‘나무하우스 No.18190911’(2018∼2019), ‘아시아지도 No.180301’(2018) 등에선 그 장소가 얼핏 보이기도 하는 거다. 붓으로 칠하고, 또 건축·가구구조물 등으로 잘라 붙여 만든 ‘집’ ‘빌딩’ 등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모든 전시작을 통틀어 ‘특별하게’ 불친절한 작품이 있으니 이른바 ‘신문지 그림’ 연작이다. 평면이든 입체든 천위쥔의 작품을 관통하는, 유독 눈에 띄는 하나의 오브제인 바로 그 ‘신문지’다. 스크랩하듯 여러 장의 중국어 기사를 붙인 뒤 가운데 부분을 잘라 오려내거나 돌돌 말아 창을 내고 그 안에 그림을 얹은 작품들인데. 그렇다고 신문지가 주제를 설명해주는 결정적 단서인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정책이나 문제를 다뤘다고 하니. ‘관례: 클래식하고 모던한’(2007∼2019), ‘관례: 화난 새’(2007∼2019), ‘관례: 교육학자’(2007∼2019), ‘관례: 산촌 아이들의 미래’(2007∼2019) 등등처럼 말이다. 어찌 보면 늘 눈에 띄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인 셈이다. 중국어권 밖의 관람객을 위한 배려 같은 것도 없다. 바꿔 말하면 굳이 언어에는 신경 쓸 거 없다는 다른 표현이라고 할까.

천위쥔의 ‘관례: 산촌 아이들의 미래’(2007∼2019)와 ‘관례: 교육학자’(2007∼2019). 이른바 ‘신문지 그림’ 연작이다. 스크랩하듯 기사를 붙인 뒤 가운데 부분을 잘라 돌돌 말아 창을 내고 그 안에 그림을 얹어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천위쥔의 ‘관례: 전통적인 중국 약재’(2007∼2019). 이른바 ‘신문지 그림’ 연작 중 한 점이다. 스크랩하듯 기사를 붙인 뒤 가운데 부분을 잘라 돌돌 말아 창을 내고 그 안에 그림을 얹어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십수년을 거슬러 2007년부터 시작했다는 ‘신문지 그림’ 연작의 발단은 “매일의 사건·사고를 일기형식으로 기록해 나가자”였단다. “기사 자체보다 나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소를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조차 작가의 이야기였던 거다. 덕분에 넓게 펴놓은 기사와 그 안에 올린 화면의 연결고리에 대한 고민은 관람객의 몫으로 떨어졌다. “어떤 사회현상이라도 전부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저 균일하게 경험하지 못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그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모든 삶에서 출발한 경험’에 대한 기록천위쥔이 유독 마음을 쓰는 건 ‘정체성’이다. 비단 중국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시아 또 그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공동체적 의식이 중요하다니. 그 의식의 연장선상은 대리석 조각 두 점이 맡았다.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고 세계의 신화 등을 형상화했다는 ‘항해자와 왕’(2018), ‘아프리카의 신화적 창조물과 비너스’(2018) 등. 회화작가로만 살던 그가 얼마 전부터 호기심을 발동시킨 영역이라는데. 비로소 중국, 아시아를 떠나 확장한 그이의 관심인 거다.

중국작가 천위쥔이 한국 첫 개인전에 세운 조각작품 ‘아프리카의 신화적 창조물과 비너스’(2018) 곁에 섰다. 중국·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장하려 한 공동체적 의식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작품세계의 처음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었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모든 이들의 삶에서 출발하는 경험”이라고 하지 않았나. 유년시절을 채운 가족과 집, 이주라는 환경의 변화, 그 길에서 맞닥뜨리는 이웃과 민족·국가 간의 크고 작은 갈등, 그 지점에서 얻어낸 연대·공동체의 필요성. 사실 이렇게 연결해보면 천위쥔의 의도가 덥석 잡히기도 한다. ‘뒤엉킨 질서를 바로잡는’ 혹은 ‘무질서한 요소를 질서화하는’ 과정. 중국이나 아시아가 변화를 겪으며 흔히 드러내온 혼란·모순이란 것이 왕왕 서양인의 관점에서 기록돼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심어서 말이다. 그래서 신문지였을 수도 있겠다. “신문의 특성이 뭐냐. 하나는 시간이고 하나는 공간”이라고 말했을 거고. 드라마틱한 우리 이야기를 담기에 이만한 도구가 없겠다 하지 않았을까. 전시는 2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 펼친 천위쥔의 개인전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 전경. 조각작품 ‘항해자와 왕’(2018) 뒤로 회화 ‘결혼연회’(2018)가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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