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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①"국민연금 개혁 미루고 사회보장제 재검토"
2020/09/29  04:11:00  이데일리
-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인터뷰

[대담=이데일리 이정훈 사회부장·정리=함정선 기자] “국민연금 개혁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연금 개혁 문제를 잠시 미뤄 둬야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면 국민들의 고용 감소와 그에 따른 생계 불안 등을 감안해 사회보장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적 사고가 필요할 겁니다.”

조흥식 원장 (사진=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지난 22일 비대면으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내지 못하면서 20대 국회에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국민연금 개혁을 일단 유보하자는 의외의 제안을 했다. 그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며, 그에 따른 우리 사회 경제적 변화상이 클 것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조 원장은 “국민연금제도가 가진 문제는 결국 기여(보험료)와 급여(보험금)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아예 소득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비대면 방식이 일상화하면서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이 더 빠르게 발달할 것이라 코로나19를 해결하고 난 뒤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보장제도는 남기되 그렇지 않은 제도는 과감하게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논란이 됐던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선 “코로나19는 전 지역적 재난이라 재정여건만 넉넉하다면 보편적으로 다 지급하는 것이 좋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3~4차 지급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재원 문제를 고려해야 했고 긴급재난에 대한 지원금이라 가장 취약계층에게 주는 것이 재난성 성격에서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며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봤다. 특히 그는 “아동수당이나 노인수당과 같은 보편 복지 제도를 선별지원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반드시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줘야 보편적 복지라고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뜨거웠다. 결국 원점 재검토로 갔는데, 앞으로 재검토 과정이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인수공통감염병과 같은 이런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직결된다. 궁극적 주범은 기후변화라는 게 거의 정설이다. 이 말은 결국 또다른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에게만 맡길 수 없으며, 결국 공공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은 되지만 의료인력은 부족하다. 이는 의사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정 갈등 이후 이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했는데, 정부와 여당,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단체와 의대생, 의대교수 등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혜안을 모아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국민 건강 보호는 물론이고 지속적인 인수공통감염병 발병 가능성, 커지고 있는 국내 지역간 의료 격차 및 국민들 사이의 의료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며 다소 지연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참에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 다만 당장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이런 합의 이전이라도 현재 15~16%에 불과한 공공병원 병상 수를 좀더 확대해야 한다. 남는 민간 병상을 공공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아울러 보건소와 보훈병원, 국립대학병원, 도립 시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여주는 등 사기를 높이는 조치가 시급하다.

-증세를 통해 국내 복지수준을 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타격이 큰 상황에서 증세를 통한 복지수준 향상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복지정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한다고 보는지

△앞으로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더 자주 올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복지정책은 4가지 축에서 맞물려 가야 한다. 첫째 인간이 가진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제도이고, 둘째는 사람들이 보람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동문제이고, 셋째는 사회보장제도 구축 등을 포함한 복지문제다. 끝으로 생명을 지켜나가는 안전문제다. 이 네 가지 축이 맞물려 선순환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커진 노동과 복지, 안전문제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재정 건전성도 고려해야할 사항이지만, 사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용은 아직도 35개국 중에서 거의 27~28위 밖에 안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복지와 안전 문제가 더 중요해지는데, 재정 건전성 때문에 복지지출을 꺼려선 안된다. 코로나19처럼 재난이 생기면 일시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물론 재정에서의 중복지출을 줄이면서 지출 구조조정도 해야 하지만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은 아껴선 안된다. 증세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계층만 잘 살아서는 국가의 부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전 세계가 20대 80에서 1대 99, 이제는 심지어 0.1대 99.9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큰 병폐 중 하나다. 인간을 생각하는 자본주의로 돌아가야 한다. 필요할 때엔 더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중(中)복지는 힘들어질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도 20대 국회에서 논의도 제대로 못하고 21대로 넘어왔다. 어떤 방식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진행돼야 하고 어떻게 해야 사회적 합의도 끌어낼 수 있을까.

△국민연금이라는 제도가 가진 문제는 결국 기여와 급여의 차이에 있다. 기여할 수 있는 사람 수나 양이 줄어드는데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급여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예 소득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국민연금 개혁을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분명히 개혁은 해야 하지만, 일단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논의를 유보해야할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기여와 급여에 대한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다시 논의해야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4차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을 더 빠르게 발달할 것이다. 이런 대전환의 시대에는 대전환적 사고도 필요하다.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이 노후 보장인데, 이는 완전고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더 가속화하면 로봇을 비롯한 기계가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인간들은 당장 노후 보장보다는 당장 필요한 생계 문제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지금까지의 사회보장체계 중 잘되는 것은 계속 하되 그렇지 않은 것은 바꿔야 한다. 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한 일종의 강제저축인데,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생계 유지를 위해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바탕을 깔아주자는 게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미 유럽 등지에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결과를 봐야 하지만 우리도 사회보장제도를 이런 논의와 연결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물론 당장 우리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건 아니며, 그럴 수도 없을 것으로 보긴 하지만 말이다.

-얼마 전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기본소득법을 발의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를 소신으로 밀고 있다. 기본소득 얘기가 나왔으니, 우리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보나.

△4차산업혁명 시대가 이미 무릎 근처로 와 있다. 기본소득 논의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도 실험을 지금부터라도 해보자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기본소득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완전 기본소득형이 있고 부분 기본소득형도 있다. 경기도 청년배당이나 서울시 청년수당 등도 부분 기본소득의 한 형태다. 우리도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대상을 누구로 해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실험하는 걸 서둘러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앞서 실험을 시작한 다른 선진국들과 국제적 연대와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취임 당시 포용 복지국가 정책 비전 제시를 위해 포용적 복지국가 연구단을 설립했다.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원장 취임 한 달 만에 연구단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연구단에서 혁신적 포용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100대 국정과제를 연구했다. 특히 새로운 포용복지를 위해 사회 불평등 완화와 사회 격차 해소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사회 불평등의 경우 빈곤 문제와 건강 불평등에 집중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 문제가 더 시급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취약계층의 소득과 건강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 격차의 경우 지역과 젠더 등 여러 계층에서의 격차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한국판 뉴딜에 고용과 사회안전망 대책이 포함됐다. 우리가 강조하는 휴먼 뉴딜이 반영된 것인데, 앞으로 휴먼 뉴딜이 본격적으로 채택되면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과 함께 3가지 축이 하나의 고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선별지원이나 보편지급이냐 논쟁이 컸다. 앞으로도 이런 재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데.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

△코로나19는 전 지역적 재난이고 긴급성을 요한다. 이런 점에서 재정여건만 넉넉하다면 보편적으로 다 지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특히 긴급성이라는 점에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개인적으로 전 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했다. 다만 2차 지원금의 경우 재원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긴급재난에 대한 지원금이라 가장 취약계층에게 주는 것이 재난성 성격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또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3~4차 지급까지 있을지 모른다는 걸 재정당국도 고민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고 나누는데 이를 정책대상 수만 놓고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아동수당이나 노인수당이라고 해도 이는 선별지원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다. 전 국민에게 줘야 보편이라고 동일시 해선 안된다. 다만 유엔에서 3대 집단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으로 지급하라고 권유하는데, 이는 아동과 장애인, 이주노동자다. 그러나 이들 3대 집단을 제외하고는 무차별적으로 지원할 순 없다. 무차별적이 아니라고 보편복지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선별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텐데 소득 기준 등을 어떻게 가려야할까.

△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된 나라다. 특히 한국판 뉴딜에서도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들어가 있다. 통계적으로 부처 간 데이터를 잘 연결시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우선은 재작년부터 본격 실시되고 있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전 국민 소득통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상공인 등의 매출액 신고액 등을 보완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민간 신용카드사들의 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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