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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불평등의 덫, 트럼프와 포퓰리즘 독재
2021/01/19  00:07:01  매일경제


불평등이 없던 시대는 없었다. 그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없었던 시대도 없었다. 왕조시대에는 핏줄로, 현대에는 능력으로 불평등을 합리화한다. 더 고귀하거나 더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때때로 불평등을 수긍할 수 없다는 집단이 나오곤 한다. 이로 인한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조정하는 게 민주사회의 강점이다.

하지만 어느 한 집단이 타협·조정으로는 자신의 정당한 몫을 얻을 수 없다고 믿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기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그들의 불신과 증오는 달아오른다. 좌절한 그들은 민주주의를 버리는 선택까지 한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보호해주겠다고 나서는 포퓰리즘 독재자를 지지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는 자신의 책 '좁은 회랑'에서 "민중은 엘리트가 지배하는 체제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더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하면서 책임성이 없는 독재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쪽을 택할 수 있다"고 썼다.

대표적인 예가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2016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무려 7400만표를 획득했다. 그 근간에는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패배자들인 저학력 노동자들이 있었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된 1988~2008년 1인당 실질 가계소득의 누적 증가율을 계산했다. 신흥국 중간층과 선진국 상위층은 소득이 크게 늘어난 반면 저학력 노동자들을 필두로 하는 선진국 하위 50%는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MIT 선임과학자 앤드루 맥아피는 기계가 인간의 단순노동을 대체하면서 노동자들 몫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저학력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가 주도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없다고 느꼈다. 한때 그들을 대변했던 민주당은 어느새 고학력 엘리트 위주의 정당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창조계급'으로 불리는 예술·정보통신·엔지니어링·금융 분야 고학력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집중했다. 민주당은 창조계급이 주도하는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선거마다 압승했다. 반면 저학력 노동자들은 민주당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그들의 선택은 트럼프의 포퓰리즘이었다. 트럼프는 신흥국에서 오는 이민과 제품 수입을 막아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인종차별적 행태로 유색인종 인구 증가에 대한 백인 노동자들의 불안감에도 편승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종착역은 독재다. 애쓰모글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포퓰리스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교활한 엘리트층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국가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그들의 집권 후에 국가 권력에 대한 족쇄가 계속 효과를 내도록 만들기 어려워진다."

트럼프 역시 그랬다. 대선에서 패배한 그는 지지자들에게 "당신들이 지옥처럼 싸우지 않으면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권력을 놓친다는 건 선거를 조작한 교활한 반대자들에게 국가를 내주는 꼴이라는 뜻이다. 그 국가는 저학력 노동자들의 이익을 배신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재임 중에 트럼프는 주요 국가기관을 예스맨으로 채우며 자기 마음대로 국가를 통제하고자 했다.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는 휘청대고 있다.

한국 역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상위 20%의 순자산은 하위 20%의 167배에 달했다. 2017년의 99.7배보다 불평등이 심해졌다. 지난해 아파트와 주식 가격 급등을 거치면서 중하위층 임금 소득자의 박탈감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이는 내년 3월 대선에서 포퓰리즘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급격히 후퇴할까 봐 두렵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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