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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EU가 미·중 대결에 임하는 자세
2021/01/20  00:05:02  매일경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일이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지속한다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다. 거기에 다자체제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의 기조가 추가될 것이라고 한다.

다자와 동맹을 통한 접근이란 우선 뜻이 맞는 우군을 찾고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할 유럽연합(EU)이 미국의 권력 교체기인 2020년 말, 바이든 진영의 우려를 무시하고 중국과 투자협정(CAI)을 타결했다. EU가 미국의 뒤통수를 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중국에서는 이를 일본과 호주가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과 함께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EU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EU는 중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은 2020년 1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로 인해 EU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견제에 동참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독자적인 접근을 지속하고 있었다. 우선 2019년 3월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을 체제의 경쟁자라고 규정하고 EU 차원에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10월 27개 회원국의 공식 추인을 받았다. 미·중 대결이 치열한 와중에 자신의 접근 원칙과 내부의 공감대부터 형성한 것이다. 동시에 구체적인 이슈에서는 능수능란하게 미·중 양측과의 접근을 지속했다. 2020년 6월 중국과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투자협정의 속도를 내는 동시에, 같은 달 미국에는 "중국 문제에 대한 EU·미국 대화를 개최하자"고 제안해 10월에 이를 출범시켰다.

바이든이 당선된 직후인 12월에는 한편으로는 중국과 투자협정을 마무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중국 문제를 포함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EU와 미국이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을 담은 EU 공동성명을 발표(12월 2일)했다.

여기서 EU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바이든이 제안한 새로운 의제에 적극 호응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자신의 관심 이슈를 제기했다. 동시에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을 우려하는 미국에 5G와 6G 등 첨단기술, 사이버 안보, 기술표준 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EU-미국 무역·기술 위원회(TTC)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지도 명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회복과 개혁을 위한 리더십을 공동으로 발휘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즉 EU는 먼저 자기의 원칙을 정립한 다음, 중국과는 투자협정을 통해 기업의 실익을 확보하는 한편, 막 출범한 바이든 정부에는 자신의 원칙에 기반해서 중국 견제의 방향과 형식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항우와 유방이 싸우던 초한지는 어느새 위촉오가 정립(鼎立)했다는 삼국지로 바뀌었다. 근대 국제관계의 발상지다운 기동(機動)이다.

우리도 바이든 시대 미·중 대결의 양상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그 열쇠는 EU가 쥐고 있다. 동맹과 다자를 중시하는 바이든의 대중 전략은 EU가 선제적으로 제시한 의제와 협력구조의 교집합을 중심으로 구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교집합을 잘 읽으면 향후 미·중 대결의 이슈와 전장과 배치를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도 한 수 배울 수 있다면 더욱 좋다. 2019년 EU는 중국을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협력 동반자,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협상 파트너, 기술주도권을 둘러싼 경제적 경쟁자, 상이한 체제를 추구하는 체제 라이벌이라고 복잡하기 그지없게 규정했다. 그리고 그동안 일도양단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모호함과 답답함을 참을성 있게 견지했다. 그것이 지금 EU가 중국 시장의 실리, 미국과의 동맹, 중국 견제의 주도권까지 함께 챙기는 출발점이 됐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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