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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몰살시킨 둘째 아들, 죽은 형에게 누명까지[그해 오늘]
2023/02/03  00:02:30  이데일리
- 2013년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부모·친형 살해
- 자살로 위장했으나 '타살' 수사에 "친형이 범인"
- "같이 죽으려 했다" 주장했으나 이마저도 '거짓'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3년 2월 3일 새벽. 경찰이 전북 전주의 한 콩나물공장에서 잠을 자고 있던 박모(당시 25세)씨를 긴급체포했다. 박씨의 혐의는 존속살해였다. 집에서 연탄불 연기에 사망한 채 발견된 부모와 친형의 살인 용의자가 바로 당시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가 바로 살인자였다.

전주 일가족 존속살인 사건 범인 박모씨가 2013년 2월 7일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건은 같은 해 1월 30일 오전 11시가 막 넘은 시간 119로 걸려온 한 통의 긴급구조 전화로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됐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부모 및 친형과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살던 박씨였다.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살려달라. 빨리 와달라”고 신고를 했다. 소방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자 신고자인 박씨가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구조대가 집안으로 들어갔을 당시 연탄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모가 지내던 작은방은 약간 뿌옇게 연기가 찬 정도였고, 안방과 거실은 연기가 살짝 있는 정도였다. 구조대는 집안을 수색해 작은방에서 박씨 부모를, 안방에서 박씨 친형을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세 사람 모두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병원 후송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병원에서 이뤄진 첫 경찰 조사에서 “새벽 5시까지 형과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진 뒤 기억이 없다. 깨어났더니 연기가 자욱했다”고 진술했다. ‘일가족 동반 자살’로 보일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숨진 이들이 평소 주변에 자살에 대해 암시를 전혀 하지 않았던 점을 토대로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초기 사건 발생 불과 약 3주 전인 1월 8일에도 박씨 부모와 박씨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던 점이 확인됐다. 당시엔 일산화탄소 중독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만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이 점을 근거로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와중에 박씨는 부모와 친형 시신의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찰에 수차례 요청했다. 그는 애초 경찰 조사에서 “부모님과 친형 모두 가정생활에 문제없고, 지병도 없었다. 부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경찰은 박씨 요청을 일축하고 법원으로부터 부검영장을 받아 숨진 가족들의 부검을 진행했다.

수사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행되는 것을 눈치챈 박씨는 느닷없이 숨진 친형을 범인으로 몰기 시작했다. 친형이 가족을 죽이고 자살을 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박씨는 음식점을 하던 친형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고민이 컸다며, 자신은 사고 당일 새벽 5시께 친형이 준 음료를 마신 직후 깊은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일부 증거도 확인했다. 친형 차량에서 번개탄과 화덕을 옮긴 흔적이 발견됐고, 사망 당일 새벽 6시30분께 친형이 여자친구 등 지인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안방과 작은방 컵에서 모두 졸피뎀 성분이 발견된 것도 박씨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가족 살해후 상주 노릇하며 장례 치르기도

하지만 친형을 범인으로 볼 수 없는 다수 증거와 정황도 잇따라 드러나며 박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갔다. 특히 부모 시신 부검 결과와 박씨가 추론한 친형의 범행 시간이 맞지 않았다. 더욱이 콩나물공장을 운영하던 박씨 부친이 당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직원에게 ‘오늘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박씨 범행으로 보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 정황이었다..

또 친형의 경우 당시 결혼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새벽 시간 박씨 친형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당시 여자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 보내던 문자 표현 방식과 다르고 어색했다. 최근 저와 결혼을 약속하며 항상 행복해했다. 오히려 동생인 박씨가 친형에게 힘들다는 말을 자주하며 이런저런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친형 가게 운영이 어려웠다’는 박씨 진술과 달리 친형 동업자는 경찰 조사에서 “가게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씨 부친 지인은 경찰 조사에서 “박씨 부친이 성격상 작은 아들인 박씨와는 같이 살 수 없어 공장을 큰 아들에게 물려주고 같이 살 계획이라고 말해왔다”며 “사고 직후인데도 박씨가 거래처 유지에 주력하는 등 공장 운영에 적극 개입하는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제 경찰은 친형이 아닌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씨는 상주 노릇을 하며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경찰은 장례식 이후 박씨의 차량에 대한 감식을 진행했는데, 차량은 얼마 전 차량 내외부 모두 세차를 해 깨끗한 상태였다.

그리고 2월 2일 박씨 지인 A씨가 직접 경찰서를 찾았다. 박씨 차량을 직접 세차했다는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다음날 박씨가 차량과 원룸을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로부터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을 듣고 신고하러 왔다”고 진술했다. A씨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는 다른 지인들도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A씨 등 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3일 새벽 박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교 출신인 엄격했던 아버지에게 어린 시절부터 불만을 갖고 있던 박씨는 부친 공장에서 일하며 자주 혼이 나며 다퉜다. 박씨는 부친은 물론 모친과도 자주 다투며 이들에 대한 분노를 키웠고, 살인을 계획했다.

지인에게 ‘범행’ 털어놨다가 덜미

박씨 부모가 원인미상의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던 1월 초 사건도 박씨의 살인미수 범행이었다. 그는 1월 7일 늦은 밤, 부모가 잠든 시간에 보일러 가스를 부모 거주방에 유입하는 방법으로 살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범행은 부모가 두통으로 잠에서 깨며 미수에 그쳤다.

첫 번째 범행이 미수에 그친 박씨는 같은 달 30일 졸피뎀을 몰래 탄 음료를 부모와 친형에게 마시게 한 후, 새벽 시간 이들의 방에서 연탄을 넣은 화덕을 이용해 이들을 숨지게 했다. 졸피뎀은 친구 명의로 박씨가 처방받은 것이었다. 박씨는 연기가 방안을 가득 찬 이후에도 집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가족들이 연탄가스로 사망하길 기다렸다가 119에 전화를 했다.

그는 범행 하루 뒤 병원으로 자신을 병문안 온 지인 A씨에게 “형과 함께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했다. 형과 함께 자살을 시도했지만 나 혼자 살아남았다”며 차량 세차 등을 통한 증거인멸을 요청했다. 범행 도구를 치워준 A씨가 고심 끝에 경찰에 직접 출석해 박씨로부터 들은 얘기를 털어놓은 것이다.

검찰은 박씨를 존속살해,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긴급체포 후 범행을 인정한 박씨는 법정에서 “실제 가족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 또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박씨는 가족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119에 신고를 했고, 자신의 몸에선 소량의 일산화탄소만 검출됐다”며 “동반자살을 위장해 가족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부모와 친형을 살해한 박씨 범행은 지극히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이라며 “가족 재산 탈취나 거액 보험금 수익 목적의 범행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사형을 선고해 달라’며 항소했으나, 2심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생명을 빼앗는 사형에 처하기보다는 박씨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기징역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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