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인사들, 연이어 금리 인하 '신중론'..."서두를 필요 없어"
美 연준 월러 이사, 금리 인하 기대에 "서두를 필요 없다" 연준 파월 의장의 낙관론에 이어 신중론 제기, 경제 지표 더 봐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지난해 3월 31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벌써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 또다시 금리 인하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이달 금리 인하를 예고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 어긋나는 의견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27일(현지시간) 미 뉴욕 경제클럽에서 지난 1~2월 경제 지표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꾸준히 금리 인하를 미루자고 주장했던 월러는 이날 ‘여전히 서두를 필요 없다’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통화정책 위험 균형에 대한 나의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월러는 "2개월 자료에 과민반응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에 반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료에 반응해 전체적인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더 미루는 게 적절하다"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월러는 최근 경제 지표가 “확실히 우리의 물가상승률 목표(2%)를 향해 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기 위해 조금 더 기다리는 위험이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월러는 "정책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반등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파월의 금리 전망과 거리가 있다. 약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5.25~5.5%)를 유지하고 있는 파월은 지난 20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조만간 금리를 내리겠다고 암시했다. 그는 "최근 물가상승이 완화되면서 고용과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균형을 잡아가고 있으며 금리가 최고치에 와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개월 동안 울퉁불퉁한 물가 지표를 봤으며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1~2월의 물가상승 자료가 물가상승률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는 믿음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일 발표된 연준 인사들의 분기별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은 지난해 12월 전망과 거의 같았다. 연준 인사들은 올해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0.25%p씩 3차례 금리를 내린다는 지난해 예측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월러는 3월 점도표에서 전체 중간값은 그대로지만 일부 인사들의 전망이 바뀌었다며 “2회 또는 그 이하를 예상한 숫자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월러는 금리 인하를 확신하려면 “최소 2개월 분량의 더 나은 물가상승 자료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였다. 이는 1월 상승률 및 시장 전망치였던 3.1%보다 높은 숫자다. 1월 CPI 상승률 역시 시장 전망치(2.9%)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서 CPI 보다 신뢰하는 물가지수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오는 29일에 최신 자료(2월)가 나온다. 1월 수치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으며 2월 수치 역시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인하에 대한 연준 인사들의 회의적인 반응은 월러가 처음이 아니다. 연준 산하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래피얼 보스틱 총재는 22일 올해 금리 인하를 1회로 예상하면서 “미 경제가 예상보다 회복력이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리사 쿡 이사 역시 25일 미 하버드 대학 강연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남시선]금융시장 '끈적함'이 가고 '울퉁불퉁'이 왔다
전용기 금융부장 금융시장에 '스티키(sticky)'가 가고 '범피(bumpy)'가 왔다. 미국 금리가 급등했던 지난 2~3년간 한국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날에는 밤새워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FOMC 직후 열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이 속속 등장했으며 그 새벽, 동시접속자가 수천명이 넘는 곳도 있어 화제가 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미국 시장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던 중국이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존재감이 사라진 사이 미국의 입지는 더 커졌다.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이 대거 서학개미로 변신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주식 투자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높은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2년 6월 연준은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 스텝, 0.5%p 올리는 빅 스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하지만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단어가 바로 스티키 인플레이션(끈적한 고물가·sticky inflation)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달라 붙은 것처럼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 지난 2022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전년동월 대비 9.1% 급등하며 이른바 'CPI 쇼크'가 발생했다. 미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숨도 쉬지 않고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덩달아 올렸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실수요자, 즉 '영끌족'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미국은 이제서야 금리를 내리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현재 5.25∼5.50%인 금리를 올해 안에 3차례 인하해 4.6% 수준까지 내릴 전망이다. 다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2개월 동안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준과 한은이 한목소리로 앞으로 경제가 '울퉁불퉁(bumpy)' 길로 접어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 경제 앞에 놓인 사항만 본다면 분명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이 기다리고 있다. 4·10 총선 이후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건설사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은 이제 구문에 가깝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가량이 지난해 무더기 적자를 냈다. 이는 2014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9년 만으로 적자 규모는 5000억원대에 달한다. 그동안 금융시장 버팀목 역할을 했던 주요 시중은행들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자율배상에 발이 묶였다. 한때 인기 투자처로 각광받던 물류 및 지식산업센터도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금융권을 뒤흔들 리스크로 급부상 중이다. 이를 대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총선 결과라는 끈적끈적한 블랙홀에 한동안 빠져 있을 것이다. 이제 단단히 안전벨트를 맬 수밖에 없다. 각자도생이라는 울퉁불퉁한 길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courage@fnnews.com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