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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개화 아직인데…" 경쟁부터 격화되는 이차전지 산업

2019/09/10 15:43:29매일경제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 강도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각국의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려 나서는 영향이다. 특히 한국은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유럽에서 격차를 따라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종목홈)은 전일 대비 3000원(0.92%) 하락한 32만2000원에, 삼성SDI(종목홈)는 8500원(3.52%) 하락한 23만2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차전지 소재 업종에서도 포스코케미칼(종목홈)이 200원(0.39%) 빠진 5만600원에, 엘앤에프(종목홈)가 100원(0.38%) 하락한 2만65000원에 마감됐다. 이날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장 초반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상승폭을 줄인 뒤 하락전환했다. 다만 에코프로(종목홈)비엠은 전일 대비 250원(1.26%) 상승한 2만50원을 기록했다.

전날에도 LG화학은 1.07%, 삼성SDI는 1.23%, 에코프로비엠은 4.50%, 엘앤에프는 4.32%, 포스코케미칼은 2.31%가 각각 하락했다.

이틀동안의 이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의 약세는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스웨덴 노스볼트에 9억유로를 투자하고 연산 16만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소식,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두 번째 유럽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한다는 소식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종목홈) 등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중국의 CATL 등과 함께 폭스바겐그룹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유럽 산업계가 자체적 배터리 생산에 나서자 국내 기업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주가에 영향을 준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작년 9월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인 MEB를 공개하고 전기차 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MEB는 배터리와 모터, 바퀴 등을 장착한 차량 하부 구조물로, 폭스바겐그룹은 MEB 위에 다양한 차체를 얹는 방식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70여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 이차전지 업계의 중요 구매사로 떠올랐다.

이차전지 업계의 주요 구매사인 폭스바겐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직접 나선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뒤 산업의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부품이 2만여개에 달하지만, 전기차 부품 수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20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터리가 가장 핵심 부품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조금 과장하면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가 전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이 폭스바겐과 노스볼트의 협력에 영향을 줬다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 반박하면서 작년 허버트 디이스 폭스바겐 CEO가 "아시아 회사들로부터의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애당초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내연기관차 규제 정책이었다. 최근 몇 년새 노르웨이·네덜란드·독일·프랑스·영국 등의 정부는 각각 오는 2025~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 바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정부의 한국산 배터리 차별로 막힌 상황에서 유럽의 전기차 육성 정책이 한국 배터리업계의 활로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경전이 시작된 때도 유럽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 증시에서 주목받던 시기와 맞물린다.

두 회사는 처음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중간 부품인 양극재의 성능 개선 역량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보다 먼저 니켈 함량 80%의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LG화학이 이에 반박하면서 두 회사 사이의 갈등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저장 성능이 향상되지만, 발화 가능성도 함께 커져 당시 상용화된 중대형 배터리의 니켈 함량은 60%가 최대치였다. SK이노베이션은 먼저 니켈 함량 80%의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내놔 후발주자의 이미지를 벗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이 니켈 함량 80%의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니켈 함량이 더 낮은 배터리와 섞어 배터리팩(차량에 장착되기 직전 수준으로 조립된 배터리 묶음)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G화학이 지난 5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맞소송에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편 중국 배터리 업계도 자국이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을 바탕으로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한 건 정부의 보조금 정책 덕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보다 기술력이 더 뛰어난 한국·일본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배터리 산업을 보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보조금 폐지를 최종 목표로 보조금을 삭감하기 시작하자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이차전지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보호를 받는 동안 향상된 기술력과 중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중국 이차전지 업체들은 글로벌 수주전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미 출하 물량 기준으로도 CATL과 비야디는 각각 세계 1위와 3위에 랭크돼 4위인 LG화학보다 앞선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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