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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원격의료]①규제특구도 못 넘는 의료계 몽니

2020/01/20 02:11:05이데일리
- 작년 7월 강원(종목홈)도 규제특구 지정…원격의료사업 준비
- 의료계 단체 보이콧에 정작 참여사업자 전무한 상태
- 원격진단·처방 뺀 모니터링만 `반쪽 사업` 진행키로
- 네이버·셀트리온(종목홈) 등 해외로 나가 원격의료사업 추진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고혈압 환자인 김순남(80)씨는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집에서 의사를 만난다. 물론 의사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를 통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식이다. 방문간호사 도움으로 혈압을 재고 큰 이상이 없으면 간호사가 혈압약을 지급한다. 예전엔 불편한 몸을 이끌고 1시간 넘게 걸리는 읍내를 찾아 의사를 만나야만 고혈압약을 받을 수 있었지만, 원격의료 덕에 김 씨는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지난해 7월 정부가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규제특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원격의료를 부분적으로나마 허용해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이 사업은 기존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달리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환자가 보건소가 아닌 자기 집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진정한 의미의 원격의료가 시작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규제자유특구가 투자 유치, 실증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데도 유독 강원도의 원격진단·처방만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원격진단·처방사업의 핵심은 민간 의료기관들의 참여인데, 이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의료기관이 없는 상태다. 원격의료사업 참여자로 고시된 동네 의원이 한 곳 있지만 이 의원도 원격진단·처방이 아닌 원격 모니터링사업에만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원격진단·처방사업을 제외하고 건강관리 모니터링, 휴대용 X선 진단시스템을 이용한 서비스만 추진하고 있다. 특구 지정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원격의료사업은 반쪽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의료계의 거센 반대다. 규제자유특구 지정 발표 이후 의사협회와 지역 의료계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원격의료사업에 반대해왔다. 당시 광화문 서울정부청사를 항의 방문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료계는 위법적인 실증사업을 용납할 수 없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도록 홍보할 것”이라며 사실상 단체 보이콧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애초 정부는 올해 5월 원격의료사업에 대한 실증을 시작할 계획이었고 3~4개월 내에 준비를 마쳐야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거세 원격진단과 처방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원격진단과 처방은 빠진 원격모니터링사업만 진행하거나 공중보건의사를 활용하는 기존 복지부 시범사업 수준에 그칠 수 있다. 국내 상황이 이렇자 하나둘 해외로 발 길을 돌리는 기업도 나온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이 설립한 라인헬스케어를 통해 일본에서 원격의료사업에 뛰어들었고 셀트리온은 핀란드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원격의료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료계를 설득해 원격진단과 처방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기획단 관계자는 “원격진단과 처방이 포함된 원격의료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엔 변함이 없다”며 “강원도, 보건복지부 등과 협업하고 의료계와도 대화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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