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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자꾸 禍를 부르는 대통령의 말

2020/02/22 06:01:21매일경제
[김세형 칼럼] 졸지에 한국이 코로나19 발병 세계 2위 국가로 떠올랐다. 외국에서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다면 큰 불명예이고 비즈니스에서 차질을 빚어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다. 광화문 집회도 금지했으니 대구에 이어 전국 시가지가 텅 비게 생겼다.

불과 한 주일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방역단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니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 했다.

대통령의 말은 180도 틀려버리고 화(禍)는 부풀어 오른다.

이런 와중에 현역 부장판사는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정수반으로서 헌법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보이니 대통령직을 하야하기 요구한다"고 공개 글을 썼다.

그 이유는 불법을 저지른 조국에 대해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느낀다고 말함으로써 그가 어둠의 권력을 행사하도록 방조했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1월 14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조국에 마음의 빚을 언급한 외에 "우리 경제지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2020년 두 달이 가기 전에 대통령의 말은 이렇게 세 번이나 크게 어긋나면서 국정안정과는 정반대로 작용했다.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 지금 같은 국난의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2차 세계대전 때 자유민주주의가 히틀러의 독재와 폭력을 무찌르고 살아날 수 있었던 배경은 처칠의 흔들림없는 소신 때문이었다.

히틀러가 유럽을 장악하고 마지막 남은 런던 폭격을 시작했을 때 누구나 영국이 항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처칠은 "들판에서 시가지에서 언덕에서 절대로 굴복하지 않고 싸워 이기겠다"는 연설에 국민이 감복해 혼연일체로 저항했다. 할 수 없이 히틀러는 소련 공격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그 결정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가져왔다. 이처럼 비상시국에 지도자의 한미디로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뀌는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 걸핏하면 현직 대통령더러 물러나라니 탄핵하겠다니 하는 일이 지금처럼 공공연히 자행된 적이 없다.

그러니 국정은 더욱 불안정한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나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에서 내 편을 챙기고, 권력 잡기 게임 차원에서 말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은 곧 사고이고 철학이며 그 사람 자체다.

'조국에 마음의 빚' 같은 언급을 놀라울 정도로 태연히 한 것은 그만큼 내 편이 머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악화되고 임미리 칼럼 사태 등으로 민심이 바뀌자 초조감이 역력해 보인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부분은 "코로나 사태 대응을 잘한다"가 압도적 1위로 나왔다.

그러니 매일 마스크를 쓰고 TV에 등장하고 그게 대통령의 하루 일과 전부처럼 보이는 것 같다.

국가지도자와 총리 장관의 행동과 말이 총선 표계산에서 득점기계가 돼선 안 된다.

이번에 대통령이 코로나 종식을 말하자 기러기떼처럼 줄지어 이해찬 대표, 추미애 장관 등은 "한국이 세계에서 방역대책을 가장 잘한 모범생"이라고 떠들었다.

역사 속의 지도자를 연구한 로버트 카플란은 "지도자가 실수하지 않으려면 '불안한 선견지명(anxious foresight)'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바로 이것이다. 불안하게 보라는 것은 낙관에 젖어 경솔해지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러면 국민 전체를 놓고 국가 미래를 봐야 한다.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만을 생각하는 리더십은 눈이 어두워져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진다.

지도자는 처칠처럼, 마크롱처럼 설계와 비전을 갖고 진득하게 바위처럼 나아가야 신뢰가 쌓인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이나 조국에 마음의 빚은 여권에서도 "엄청난 말실수임을 인정한다"고 수긍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긴급 통화를 한 내용의 기사는 "중국의 불행이 우리의 불행"이라는 교언영색적 발언에 "상반기 내로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화답이었다.

양 정상의 통화내용에 국민이 감동했을까.

사실 중국이 관리 잘못으로 코로나19를 터뜨린 바람에 바로 이웃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다. 환자 발생도 세계 2등이다.

이 정도 큰 재앙을 한국에 떠안겼으면 응당 시진핑의 사과로 통화가 시작됐어야 하며 "부득이 한국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도 이해하겠다"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중국의 불행이 우리의 불행이며 그저 한국 방문만 해주십사는 발언은 무슨 구걸같이 들린다. 한국이 왜 그래야 하나.

그러잖아도 문 대통령이 한중정상회담 이후 베이징대학에서 "한중은 공동운명체, 중국은 큰 봉우리이고 한국은 작은 나라"로 표현한 게 국민 가슴에 멍자국을 냈다.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의 애플, 심지어 한국의 대기업 몇 군데도 공급체인을 중국에만 의존해선 큰일 나겠다는 자각을 가졌다.

그리하여 서플라이체인을 다른 나라에 재배치한다는 기사가 연일 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때문에 특파원 3명이 쫓겨났다.

우리는 사태 후 중국의 판도 변화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당장은 중국으로부터의 위험을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다.

만에 하나 지금껏 해외여행도 없었고 접촉도 없었는데 코로나19에 걸린 원인이 지금껏 통제하지 않았던 중국 여행객 탓으로 드러나면 무슨 일이 터지겠는가. 코로나19는 한국에서 에피데믹(epidemic)에서 팬데믹(pandemic)으로 폭풍우가 됐다. 이제 지도자의 말과 행동은 알량한 선거를 초월해야 한다.

이 와중에서도 북한과 접촉을 우선으로 하고 무슨 계략을 짠다는 보도가 있었다.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 가게 주인에게 정부 예산으로 임대료를 대신 내주겠다는 기사도 뜨는데 재정적자가 60조원을 넘는 마당에 후손의 삶을 희생해 외상으로 돈을 뿌리겠다는 그 발상은 참으로 아득하기만 하다.

[김세형 고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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