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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 변호사의 세상萬思]가끔은 빈둥대고 꼼지락거려라

2020/05/30 10:30:32이데일리
- 과제 완수 위해 강한 정신력 필요하지만
- 이를 유지할 의지력은 배터리 같이 소모돼
- 중요한 일 위해 의지력 아끼는 '타이밍' 중요
- 롱런하려면 페이스 유지하며 수시로 충전해야

[윤경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의지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의지력은 언제나 충만하지 않는다. 세이렌(Sirene)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돛대에 자신을 묶으라고 한 오디세우스(Odysseus)는 자신의 의지력이 얼마나 약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의지력은 어떤 순간에는 하늘을 뚫을 것만 같다가도 다음 순간이면 연기처럼 `펑`하고 사라져 버린다.

의지력은 늘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업무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과 긴장감이 필요한데, 이를 지속시키는 에너지(의지력)는 영원하지 않다.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기발한 실험이 이를 보여준다. 방금 요리한 스테이크(steak)와 달콤한 초코칩 쿠키(chocochip cookie)가 있는 방에 학생들을 불러들인다. A 그룹에게는 맛없는 야채만을 주면서 스테이크와 쿠키는 먹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그러곤 1시간 동안 그 유혹을 견뎌 내도록 했다. B그룹에게는 원하는 만큼 스테이크와 쿠키를 먹도록 했다. 그런 다음 두 그룹의 학생들 모두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금지당한 A그룹 학생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학생들보다 문제 풀기를 손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A그룹 학생들은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스스로를 통제하느라 정신적 에너지를 다 소모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의지력이 바닥난 것이다.

의지력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마치 배터리처럼 작용한다. 그 에너지가 다 소모되면, 앞으로 다가올 도전에 쓰일 에너지가 없는 것이다. 의지력은 쉽게 피로해지고 휴식을 필요로 하는 `속근`(速筋)과 같다. 힘은 세지만, 지구력은 꽝이다. 한 가지 일을 위해 의지력을 사용했다면, 연료를 재충전하지 않는 한 다음 번 일을 할 때 필요한 의지력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의지력은 배터리와 같아서 충전이 필요하다. 의지력도 피곤함을 느낀다.

의지력에 관한 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의지력은 항상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성과를 얻고 싶다면 의지력이 고갈되기 전에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해 해치워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의지력은 그것이 전부다. 의지력의 작동방식에 맞춰 당신의 일과와 인생을 설계해라. 의지력을 늘 꺼내 쓸 수는 없을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일에 먼저 사용할 수는 있다. 중요한 일을 위해 의지력을 아끼고, 의지력이 강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가끔은 빈둥대고 꼼지락거려라. 누구든 전력질주할 수 있다. 적어도 단기간 동안은. 하지만 평생 동안 쉬지 않고 전력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없다. 롱런(long-run)을 하려면, 페이스(pace)를 유지하면서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한다. 의지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가끔씩 빈둥대고 꼼지락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권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이나 결혼생활이 권태롭게 느껴지면 뭔가 잘못된 거라고 더럭 겁을 낸다. 하지만 인생의 한 조건으로 계속 반복되는 일에 권태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끔은 심심해지도록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어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심심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 아주 유용하다. 자신을 심심해지도록 내버려 두면서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만이라도 그 무료함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심심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평화의 느낌이 찾아온다. 긴장을 푸는 법을 알게 되고, 권태를 즐기게 된다.

권태의 시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당신이 권태로워하고 있는 동안 마음 속에서는 오히려 많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제까지 쌓아온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통합해 소화해 내고 있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거나 권태로운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시간을 즐겨라. 너무 오래 가지만 않는다면 나중에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당신이 있음을 말이다.

빈둥거림이나 게으름으로 시간을 허비하자는 말이 아니다. 하루에 단 30분 만이라도 `뭔가를 하기`보다는 `그냥 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여유로워질 수 있다.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거나, 그냥 조용히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시간 낭비 같아서 약간 불안할지 모른다. 그러나 돌아오는 보상은 크다. 내면 속의 걱정과 그 몸부림은 바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육신처럼 마음도 몹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때로는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마음에 휴식을 허락할 때 마음은 더욱 강하고, 더욱 예리하고, 더욱 집중하고, 더욱 창의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의지력이 강하게 충전되는 것이다.

◆ 윤경 변호사는…△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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