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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상황 바뀌면 말도 바뀌는 여야

2020/06/02 14:50:23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이 6월 5일 21대 국회 개원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이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도 21대 국회 첫날인 1일 "(개원은 협상 대상이 아니란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금이라도 협상 대상이 되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과 실망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을 압박했다.

통합당은 반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지도부의 단독 임시회 소집, 국회의장 표결처리, 상임위원장 싹쓸이 주장은 지난 30여 년 대한민국 국회의 협치 전통을 일거에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여당 혼자 다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177석의 기고만장한 여당에 대해 국민의 충고를 전한다"고 밝혔다.

보수 정권 시절 대여 투쟁력을 발휘한 민주당이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하면서 국회 풍경도 달라졌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민주당은 지금과는 달랐다. 통합당도 마찬가지다.


국회 개원, 야당 협상카드로 사용

2008년 18대 국회 개원은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할 때까지 개원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3당 원내대표들은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 나선 국민이 경찰의 물대포와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개원은 국민의 분노하는 심정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등원 거부 방침을 밝혔다.

개원이 난항을 거듭하자 당시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에 해줄 것은 다해줬다. 개원 협상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18대 국회는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등에 합의하고서야 열렸다. 40여 일 지난 시점이었다.

19대 국회도 27일 늦은 '지각 개원'이었다. 민주통합당은 민간인불법사찰 국정조사 등을 여당인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벌써 국회 세비가 나오는 날인데 민주당은 이렇게 돈을 쓰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세월을 보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의 쟁점이었던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하며 개원에 합의했다.


과반 정당마다 "상임위장 다 갖겠다" 반복

민주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내세우며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오겠다고 압박했다. 일하는 국회' '효율적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통합당은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고 반발했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153석, 통합민주당이 81석을 가져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과거 한나라당 수석부대표 시절 "협상 필요 없이 과반의석 당이 전(全) 상임위원장을 다 맡게 하면 된다"며 "미국은 민주당이 1석 많아서 전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과 함께 상임위 개편안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최재성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변종독재, 신종독재, 민간독재 이명박 정권의 국민 무시, 야당 탄압의 길들을 온몸을 다해서 저지하겠다"고 맞섰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은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나섰다. 당시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선출하게 돼 있다.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 몫으로 배정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되면 보이콧으로

보이콧은 소수당의 수단이었고, 보이콧을 비판하며 '일하는 국회'를 말하는 건 다수당이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설치하고 상임위 출석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 11월 야당이던 민주당의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의 편파 수사 및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팀장에 대한 편파 감찰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국회의 모든 의사 일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는 "국회를 뇌사 상태로 몰아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정기국회 일정과 연계하는 반민주적 행태는 구정치의 표본으로 선진화법을 누릴 자격이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당시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보이콧을 두고 "세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BGR당' '배째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배째라 정치로는 새정치는커녕 의회민주주의를 지켜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반대로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이 잦았다. 2018년 당시 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내걸고 국회 일정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보이콧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쯤 되면 보이콧이 취미인 정당" "(상습적 보이콧 선언은) 만성질환에 급성질환"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여야가 상황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늘 있어온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회가 스스로 관례를 중요시하지 않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상황에 따라 말을 유리한 쪽으로 갖다 붙인다. 매번 상황이 바뀔 때마다 말이 바뀌면 결국 국회 품위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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