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일본경제 이해하기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시대를 접었고, 주가지수는 1989년의 최고치를 넘어 4만을 뚫었다는 뉴스로 세상이 난리다. 일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가가 오른 이유를 살펴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된 것이 한 이유다. 2023년 기준 일본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 늘었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은 아니다.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기 위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몸부림, 즉 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통화공급과 금융시장 간섭이 가장 큰 이유다. 통화공급은 2013년 아베 정부에서 노골화되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낮추었다. 2013년, 기준금리를 0으로 내렸다. 그래도 물가가 오르지 않자 2016년,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벌금을 내게 해 가계와 기업으로의 대출을 늘리게 하기 위해서다. 둘째, 일본 중앙은행이 정부의 10년 만기 국채를 사들이며 금리 상한선을 0%로 묶었다(수익률곡선 통제정책). 즉, 이자 없이 일본은행이 정부채권을 사는 방법을 고안해,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통화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일본은행은 금융시장 간섭에도 나섰다.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했다. 2010년 시작된 것으로, 2013년 아베 정부 시절 본격화되었다. 초기에는 투자한도가 4500억엔 정도였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는 6조엔, 코로나 기간에는 12조엔까지 늘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동산투자신탁(REIT)에도 투자했다. 그래도 주가가 시원치 않자, 이번에는 일본 정부가 나섰다. 2023년 3월 정부는 주당순자산가치(PBR) 1 미만이며 자기자본이익률(ROE) 8% 미만인 기업이 주가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자사주 매입을 강요한 것이다. 막대한 정부투자와 해외자금 유입도 한몫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자 일본도 대만의 TSMC와 미국 IBM의 도움을 받아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를 보고 해외자금도 들어왔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에서 빠져나온 돈들도 들어왔다. 마침내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원했던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엔화가 하락하자 수입물가가 올랐고, 주가가 오르고 투자가 늘며 소비도 늘어서다. 2023년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4%로 줄곧 올랐다. 임금도 상승했다. 정부는 기업에 임금인상을 종용했고, 때마침 일본 기업들의 수익도 늘며 2024년 3월 평균 임금인상률이 5.28%에 이르렀다. 주가, 물가, 임금이 오르자 일본 중앙은행은 더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어떻게 달라질까? 크게 변할 게 없다. 일본은행은 ETF나 REIT 투자는 중단했지만 통화공급의 핵심인 정부채권 구입은 계속할 것을 분명히 했다. 금리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첫째, 일본 정부가 이자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국채 원리금 상환용으로 총예산의 4분의 1인 28조 1424억엔(약 255조원)을 요구했다. 이자를 올리면 이 예산도 부족하다. 둘째, 이자가 올라 엔고가 생기면 수출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을 제외하면 수출구조가 낙후되어 있다. 2차전지와 시스템 및 메모리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는 글로벌 존재감이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엔고가 되면 가격경쟁력이 사라진다. 셋째, 낮은 이자로 연명하던 기업들과 서민 경제가 파탄 난다. 하지만, 일본이 이자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은 일단 만들어졌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싼 이자로 세계에 뿌려진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흔들 수 있다. 한국에도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꽤 들어와 있다고 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준이사들 금리인하 신중론... '비둘기 파월'과 대립각 세워
월러 이사 "경제지표 실망스럽다"'서두를 필요없다' 연설통해 주장 벌써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 또다시 금리 인하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이달 금리 인하를 예고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 어긋나는 의견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27일(현지시간) 미 뉴욕 경제클럽에서 지난 1~2월 경제 지표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꾸준히 금리 인하를 미루자고 주장했던 월러는 이날 '여전히 서두를 필요 없다'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통화정책 위험 균형에 대한 나의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월러는 "2개월 자료에 과민반응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에 반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자료에 반응해 전체적인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더 미루는 게 적절하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경제 지표가 "확실히 우리의 물가상승률 목표(2%)를 향해 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기 위해 조금 더 기다리는 위험이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낮다"면서 "정책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반등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파월의 금리 전망과 거리가 있다. 약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5.25~5.5%)를 유지하고 있는 파월은 지난 20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조만간 금리를 내리겠다고 암시했다. 20일 발표된 연준 인사들의 분기별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은 지난해 12월 전망과 거의 같았다. 연준 인사들은 올해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0.25%p씩 3차례 금리를 내린다는 지난해 예측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월러는 3월 점도표에서 전체 중간값은 그대로지만 일부 인사들의 전망이 바뀌었다며 "2회 또는 그 이하를 예상한 숫자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월러는 금리 인하를 확신하려면 "최소 2개월 분량의 더 나은 물가상승 자료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연준 인사들의 회의적인 반응은 월러가 처음이 아니다. 연준 산하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래피얼 보스틱 총재는 22일 올해 금리 인하를 1회로 예상하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리사 쿡 이사 역시 25일 미 하버드 대학 강연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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