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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모든 장타는, 결국 퍼팅으로 끝난다

2020/07/07 04:02:06매일경제
"명 퍼팅 비결은 따로 없다. 그저 치는 것이다.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 두 가지밖에 없으니까."퍼팅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퍼팅 명인 벤 크렌쇼의 말이다. 퍼팅 고수가 되려면 기술보다는 오히려 두둑한 배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퍼팅 귀신이 되기 위한 제1조건은 단연코 자신감과 용기다. 특히 '퍼팅 입스' 때문에 고생해 본 골퍼라면 골프에서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바로 퍼팅 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퍼팅의 기술은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배짱 좋은 골퍼라고 해도 퍼팅을 잘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세계 여자골프 무대를 지배하는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의 퍼팅에 대한 조언 역시 비슷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다. 현재 한국 여자 프로골퍼 중 퍼팅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선수는 단연 김효주다. 지난달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망라해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에게 퍼팅은 '비장의 무기'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상금 랭킹 10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퍼팅이었다. 그린 적중 시 퍼트(1.72개)와 평균 퍼팅(27.59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잠시 김효주의 퍼팅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가 사용하는 퍼터는 맬릿형인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X 미니다. 이 퍼터로 짧게 백스윙을 한 뒤 툭 쳐 보내는 것 같은데, 홀컵을 비껴가는 법이 별로 없다. 김효주는 볼을 똑바로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볼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처럼 살짝 끊어 치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퍼팅에는 정답이 없다. 올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의 퍼팅은 오히려 김효주와 정반대 느낌이다. 유소연은 임팩트 없는 퍼팅을 하라고 강조하는 선수다. 물론 모든 샷이 그렇지만 퍼팅을 하면서도 임팩트가 없을 수는 없다. 유소연이 말하는 '임팩트 없는 퍼팅'이란 공 없이 퍼팅 스트로크를 하고 있는데 임팩트 순간에 공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딱히 어느 순간에 힘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하는 퍼팅이다. 또 유소연은 "짧은 퍼팅을 할 때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 거리 퍼팅을 할 때와 비교해 현격하게 백스윙 크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백스윙 크기를 줄이고 대신 폴로스루를 조금 크게 해주면 스윙이 흔들리지 않고 홀에 미치지 않는 잘못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퍼팅에 관한 한 여제 박인비도 결코 2인자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박인비는 언젠가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지는 인터뷰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퍼팅에서도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박인비의 퍼팅 자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특이한 면이 있다. 어드레스를 할 때 왼발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박인비는 퍼팅 셋업 때 양발을 '11자'로 놓는 것도 일관성 있는 퍼팅 스트로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퍼팅을 하는 동안 계속 퍼터 헤드를 낮게 유지하는 것도 볼을 확실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박인비의 생각이다.

한국 여자골프 톱 랭커들은 퍼팅 그립을 얼마나 세게 쥐는 게 좋다고 생각할까. 이 점에서는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일단 박인비는 자신의 그립 압력을 10이라고 했을 때 아이언은 5 정도, 퍼팅은 2~3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가볍게 잡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퍼팅 고수 소리를 들었던 이승현은 그립을 좀 더 세게 잡아야 한다는 쪽이다. 물론 아주 세게 잡으라는 것은 아니다. 부드럽게 잡되 퍼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견고하게 그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그립 최대 악력을 10이라고 했을 때 4~5 정도의 힘이 적당하다고 봤다.

이승현이 퍼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거리감이다. 열 걸음의 거리 감각을 익혀 두면 3퍼트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승현은 2m 이내 짧은 퍼트를 할 때는 백 스트로크를 일직선으로 빼주는 데 집중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승현은 퍼팅에 어려움이 있는 골퍼라면 왼손과 오른손 각 하나만으로 퍼팅 연습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럼 자신의 퍼팅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도 퍼트를 할 때 기본, 즉 어드레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드레스 때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견고한 퍼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진영은 무게중심이 발가락 쪽에 있을 때 퍼트의 일관성이 좋아지고 퍼트 감각이 좋아졌다고 한다.

퍼팅 연습만큼 지루한 것도 없지만 선수들은 지독하게 연습을 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할까. 머리가 기억하는 퍼트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퍼트가 진정한 퍼팅 고수의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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