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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눈엔 절반이 백돌이

2020/07/11 06:01:28매일경제
[골프 오딧세이-52] 나는 골프장에 가면 캐디와 말을 잘 섞지 않는다.

블라인드 홀에서 그린 상황이라든지 핀까지 거리 등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곤 대화를 나누지 않는 편이다. 골프에 집중하려는 면도 있지만 굳이 잡담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이 점은 캐디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캐디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는다. 스코어는 물론 퍼트 수, 스코어 오기, 오비나 해저드 구역 내 미심쩍은 행동, 벙커 실수 등을 정확하게 안다.

다른 동반자들도 손금 보듯 훤하다. 단지 입을 열지 않을 뿐 침묵하는 그녀의 뇌리엔 그날 골프의 모든 것이 스캔처리돼 있다.

스코어에 그치지 않고 매너, 인성, 습관, 패션까지 캐디에게 저마다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동반자보다 때로 캐디가 더 두려운 이유다.

"만약 18홀을 캐디로 보조하면서 배우자감을 고르라면 자신 있죠. 36홀을 돌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이혼하지 않을 배우자를 고를 수 있어요."경기도 여주 아리지CC 소속 캐디의 말이다. 캐디 생활하며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얻었다고 한다.

골퍼들은 캐디에게 어떤 모습일까. 골프잡지인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예전에 전국 22개 골프장 캐디 9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흥미로운 결과를 인용해 소개한다.


● 정확한 골프 룰 적용하면 아마추어 평균 스코어는?1. 90대 타수 49.8%2. 100타 이상 49.6%3. 80대 타수 0.6%4. 싱글 플레이어 0%놀랍게도 캐디 눈에 우리나라 골퍼의 절반 이상이 소위 백돌이다. 엄격한 룰을 적용하면 80대 타수도 1000명에 6명꼴이다.

정확한 스코어 기록, 볼터치 금지, 벌타 적용, 멀리건·컨시드 없기를 적용할 때다. 실제 싱글 핸디 캐퍼와 80대 골퍼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정확한 룰 적용 시 실제 스코어와 차이는?1. 1~5타 54.5%2. 6~10타 42%3. 11타 이상 3.5%캐디들은 골퍼들의 실제 타수는 스코어카드에 적힌 기록보다 최소 5타 정도는 많다고 본다. 일파만파, 멀리건, 컨시드(일명 OK) 등 혜택을 빼면 캐디 중 54.5%가 1~5타, 42%는 6~10타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평균하면 5타는 더 오버된다는 이야기다.

●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1. 남자 210야드2. 여자 150야드골퍼에겐 유독 드라이버샷에 대한 로망이 있다. 골프 이야기만 나오면 장타 자랑과 비결이 빠지지 않고 신형장비에 집착마저 보인다. 보통 골퍼 본인들이 말하는 비거리보다 20야드 정도 차이가 있다.

● 스코어를 가장 많이 잃는다고 생각하는 샷은?1. 퍼트 51%2. 드라이버샷 17.1%3. 어프로치샷(웨지샷) 15%4. 벙커샷 13.9%5. 아이언샷 2%6. 기타 1%드라이버보다 짧은 퍼트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드러난다. 이 설문을 토대로 하면 퍼트 연습이 드라이버보다 2배 이상 필요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퍼트의 스코어 점유율이 43%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 가장 꼴불견 유형은?1. 멀리건 달라고 조르기 43.8%2. 스코어 속이기 25.8%3. 다른 공을 자기 공인 척 연기 15.7%4. 볼 위치나 마커 옮기기 6%5. 기타 8.7%국내 골프장에서 멀리건은 경기 진행 속도를 보고 캐디가 결정하는 게 맞는다. 동반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준다거나 셀프 멀리건을 쓰는 것은 곤란하다.

최악은 사람들을 초청해 놓고 마음대로 멀리건이나 컨시드를 일삼는 행위다. 언젠가 퍼트 멀리건에 셀프 컨시드까지 감행하는 장면을 보곤 골프장을 뛰쳐나오고 싶었던 경험이 있다.

● 가장 힘들게 하는 골퍼 유형은?1. 캐디 탓하는 행위 38%2. 욕설 내뱉거나 클럽 던지는 사람 28.9%3. 볼 찾는 데 너무 집중하는 사람 24.3%4. 과도한 음주와 흡연 4.8%5. 전혀 공을 못 맞히는 생초보 3%원래 퍼트 라인이나 거리 목 읽기는 골퍼 몫인데 캐디에게 역정을 내면 곤란하다. 캐디에게 화를 내면 동반자 마음도 불편하다.

이를 노리고 캐디를 나무라는 심리일 수도 있다. 골퍼 때문에 울어본 경험이 있다는 캐디가 59.3%로 두 명중 한 명을 넘었다. 캐디가 감정 노동자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 캐디를 하면서 가장 편한 골퍼 유형은?1. 진행 속도가 빠른 사람 54.5%2. 직접 퍼트 라인 읽는 사람 19.3%3. 클럽 알아서 챙기는 사람 19.3%4. 벙커나 디벗 정리 잘하는 사람 7.9%캐디 처지에선 업무 관련해서 본인에게 도움되는 사람이 가장 좋다는 의미다. 거꾸로 슬로 플레이어를 가장 힘들어 한다는 뜻이다. 골프를 잘하지 못해도 동반자 중에 진행을 리드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 가장 호감 가는 골퍼는?1. 존댓말 등 매너 좋은 사람 67.3%2. 볼을 잘 치는 사람 27.1%3. 젊고 잘 생긴 사람 1.8%혹시 캐디에게 잘 보이고 싶다면 멋진 패션에 화장을 하거나 골프를 잘 치기보다는 캐디 이름을 부르며 존댓말을 쓰는 게 훨씬 낫다.


● 골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내기는? 1. 뽑기 48.6%2. 스트로크 46%3. 스킨스 4%4. 라스베가스 1.4%뽑기는 보통 10만원을 갹출해 각자 막대기를 뽑아 편을 먹는 것으로 실력의 우열을 희석시켜 독식을 방지하는 게임이다. 실력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스트로크 게임으로 고수들이 즐긴다.

퇴직 골퍼들에겐 5만원씩 갹출해 한 명에게 상금을 몰아줘 캐디피와 식사비를 충당케 하는 조폭 스킨스가 요즘 인기다.

● 스트로크 내기에서 타당 금액이 가장 컸던 규모는?1. 10만~40만원 49.5%2. 100만원 이상 23.5%3. 50만~90만원 16.4%4. 기타 10.6%타당 100만원 스트로크는 한 사람이 보기를 하고 나머지 3명이 파를 잡으면 300만원을 지불한다. 3명 동 타엔 더블 규정을 적용하면 인당 200만원씩 총 600만원 줘야 한다. 한 퍼트가 600만원짜리다.

● 한 팀이 가장 즐겁다고 생각하는 내기 규모는?1. 1인당 6만~10만원 51.5%2. 1인당 3만~5만원 27.1%3. 1인당 10만원 이상 12.9%4. 기타 8.5%기타에서는 한 타당 1000~2000원짜리 스트로크를 즐거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캐디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스트로크 게임을 하면 끝까지 퍼트해야 하기 때문에 캐디로선 진행 부담이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받아본 팁(홀인원 포함)?500만원대부분 캐디는 캐디피를 제외하고 10만~30만원을 최고 팁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1만원 정도를 팁으로 주는데 캐디피가 13만원으로 오른 요즘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 눈으로 목격한 아마추어 최고 스코어는?18홀 62타정식 대회가 아닌 캐디가 목격한 최고 스코어로 프로골퍼를 능가하는 실력이다. 하지만 예전 몽베르CC 프로골프대회에 클럽챔피언 출신인 초고수 3명을 배치한 결과 18홀 평균 86타로 나란히 꼴찌에서 1등, 2등, 3등을 기록한 바 있다. 아마와 프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이다.

● 플레이어에게 선물 받아본 적이 있나?1. 있다 69.7%2. 없다 30.3%선물 종류에는 화장품이 가장 많았고 상품권, 영화표, 옷, 술, 가방, 액세서리, 골프용품, 반지, 인형 등이 눈길을 끌었다. 골프 대중화 이전의 일로 요즘엔 상상하기 어렵다.

● 골프장 근무 관련 사항1. 평균 근무연수=8.1년으로 3.2곳에서 근무2. 한 골프장 가장 오랜 근무경력=12년3. 가장 오랜 캐디 근무 경력=23년4. 가장 많은 골프장 근무 경력=10년간 13곳[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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